옛날이야기. 중학교에 들어가던 봄, 생물 첫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잊고 안 가져와 집에까지 가지러 돌아간 일이 있다. 우리 집은 그때 학교에서 걸으면 십오 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었으므로, 냅다 뛰어서 왕복을 하면 수업에는 거의 지장 없이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그 당시에는 아주 순진한 학생이어서 -옛날 중학생들은 모두 순진했던 것 같은데- 선생님이 하신 말씀대로 열심히 뛰어 집으로 가서는 교과서를 들고 물을 한 컵 꿀꺽꿀꺽 마시고서는 다시 학교를 향해서 뛰었다. 우리 집과 학교 사이에는 강이 한 줄기 흐르고 있었다. 그리 깊지도 않고 깨끗한 물이 졸졸졸 흐르는, 그리고 거기에 낡은 다리가 걸려 정취를 더하고 있었다. 오토바이도 지나갈 수 없을 만큼 좁은 다리였다. 그 주변은 공원이고, 협죽도가 눈가리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