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사나이가 여느 때처럼 식사 쟁반을 들고, 지하실 계단을 비칠비칠 내려왔다. 여전히 더럽고, 추한 사나이다. 낙타사나이는 하루하루 더 불결해지고 더 추해져 가는 것 같다. 콧물은 뚝뚝 아래로 떨어지고, 눈에는 커다란 눈곱이 끼어 있다. 앞으로 툭 튀어나온 이빨은 누런 데다 다 바스러졌고, 귓밥은 때 때문에 변색되어 있고, 길게 자란 머리는 비듬투성이라, 걸을 때마다 하얀 비듬이 하늘하늘 주변에 떨어진다. 입 냄새로 말하자면 엄청나다. 그런 사나이가 날라 온 식사 같은 걸 먹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낙타사나이는 수프 접시 안에 탁탁 침을 뱉고 나서 즐거운 듯이 말했다.
"마음대로 해. 굶어 죽어도 나는 모른다고. 하긴 넌 어차피 죽을 거니깐 마찬가지겠군. 헤헤헤."
보통 때라면 이까짓 낙타사나이 한두 명쯤은 내 적수가 못 된다. 그러나 내 양팔은 굵은 쇠사슬로 벽에 꽉 묶여 있다. 낙타사나이는 난로 불 안에 놓아두었던 커다란 인두를 꺼내서, 새빨갛게 달궈진 인두머리를 공중에 들어 올리고 기쁜 듯이 쳐다보았다.
"헤헤헤. 주인님이 돌아오시면, 너를 듬뿍 귀여워해주실 거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을 해주실 걸. 나도 거들지. 좀처럼 간단하게 죽이지는 않지. 살려두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괴롭힌다고. 그렇지만 마지막에는 죽지. 사모님에게 손을 대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는 짐승 같은 놈들은 모두 이런 혹독한 꼴을 당하게 된다고."
지하실에는 낙타사나이 말대로 정말로 여러 가지 고문 도구가 있다. 손가락을 하나하나 으스러뜨리기 위한 바이스가 있고, 물고문을 하기 위한 깔때기라든가 호스가 있고, 아이스 피크가 있고, 족집게가 있고, 가시가 달린 채찍이 있고, 레코드 선반에는 캄 존스와 아바의 레코드가 전부 갖추어져 있다.
"이 댁 사모님한테 손 같은 거 대지 않았소." 내가 말했다. 그러고 나서
"사모님 따위한테 손을 대지 않았어." 라고 고쳐 말했다.
어디 사투리인지 모르지만, 낙타사나이의 말투는 금방 전염된다.
"나는 단지 사모님을 위해서 차를 따랐을 뿐이야." 낙타사나이는 키득키득 웃고, 커다랗게 방귀를 뀌었다.
"암, 아니지, 아니야, 나는 잘 안다고. 그때 네 눈에는 징그러운 욕망의 빛이 떠돌고 있었다고. 사모님에게 차를 따라 드리면서, 머릿속에서는 오럴 섹스를 생각하고 있었던 거라고. 눈을 보면 안다고. 나는 바보가 아니거든."
"그게 아니야. 나는 그때 저녁에 먹을 무즙 일을 생각하고 있었어." 내가 말했다.
"것봐, 것봐, 내가 말한 대로 아니야?" 낙타사나이는 득의양양해서 말했다.
"이봐, 잠깐 기다려. 어디가 자네가 말한 대로라는 거야?" 내가 항의했지만, 낙타사나이는 귀도 기울이지 않았다.
"너는 이 지하실에서 철저하게 괴로워하다가 천천히 뜸을 들여서 죽게 되지, 헤헤헤헤."
정말로 무즙 일을 생각했을 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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