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볼일이 있어서 교토에 여행을 갔었는데, 시간이 남아서 언제나처럼 눈에 띄는 영화관으로 뛰어 들어가 영화를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런 식으로 여행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도쿄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영화관에 가는 것도 아닌데, 낯선 도시에 여행을 가서는 영화관의 간판이 눈에 띄면 거의 조건 반사적으로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른다.
교토에서는 <언더 파이어>라고 하는 전쟁영화를 보았는데, 아침의 조조 상영을 보러 들어갔기 때문에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는 객석에는 나 한 사람밖에 손님이 없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10분쯤 되었을 때, 두 번째의 손님이 들어왔기 때문에 얼마간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은 주위가 휑뎅그렁해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핵전쟁에서 혼자만 살아남거나 하면 그 뒤에는 이러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문득 해본다.
그러고 보면 베를린의 동물원 역 근처에서 <크리스티네 F>를 구경하려고 영화관에 들어갔을 때에도 손님은 나 하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 영화관은 엄청나게 낡고 넓고 거대한 분위기의 어두컴컴한 영화관이었기 때문에 그 속에 혼자 외톨박이로 앉아 있으려니까, 그야말로 온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게다가 외국의 영화관이라는 것은 일본과는 달라서 영화가 시작되면 장내가 일시에 새카맣게 되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다음에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는지 어떤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혹시 어쩌면 이 암흑 속에 나 혼자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면서, <크리스티네 F>를 보고 있으려니까, 그 어둠과 적막함이 한충 더 절실하게 몸속으로 스며들어 왔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져서 주위를 둘러보니까, 손님의 수는 전부 네 명이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들 네 사람은 그 '핵의 겨울' 같은 휑뎅그렁한 베를린의 영화관 속에서 무의식 중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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