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무라카미하루키

인도 장수 아저씨

chocohuh 2023. 11. 8. 09:29

대략 두 달에 한 번 정도, 인도 장수 아저씨는 우리 집에 온다.

 

"슬슬 인도 장수 아저씨가 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라고 엄마가 말하면, 마치 그 말을 듣기나 한 듯 2, 3일 뒤에는 인도 장수 아저씨가 우리 집 현관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언제나 "엄마, 인도 장수 아저씨 일은 될 수 있으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 엄마가 생각하면 언제나 인도 장수 아저씨가 와버리니깐." 이라고 말했고, 엄마는 그때에는 "그러게 말야, 엄마가 생각을 하는 게 잘못인가 보지?" 하며 반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랬던 일은 금방 잊어버리고, "슬슬 인도 장수 아저씨가..." 라고, 또 깜박 말해버린다. 그러면 이내 인도 장수 아저씨는 확실하게 우리 집 현관으로 나타나게 된다.

 

인도 장수 아저씨는 햇볕에 잘 그을린, 목소리가 큰 아저씨이다. 언제나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나이는 우리 아버지 또래라고 하는데, 아버지보다 훨씬 더 원기 왕성해 보인다. 눈은 커다란 딱정벌레처럼 번들거린다.

 

"이런 것도 말이야, 전부 인도 덕분이라고." 아저씨는 득의양양하게 나한테 말한다.

"도련님도 말이야, 제대로 인도를 하면 아저씨처럼 강하고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 제대로 이념을 지닌 인생을 보낼 수 있게 된다고."

 

아저씨가 하는 말은 너무 어려워서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인도 장수 아저씨하고 얘기하고 있으면 언제나 왠지 야단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나는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다. 가끔 인도 장수 아저씨는 엄마를 야단치기도 한다. 이건 굉장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아버지조차도 여간해서는 엄마를 야단치거나 하진 못하기 때문이다.

 

"사모님, 이래서는 참 곤란합니다. 인도 사용하는 양이 적지 않습니까, 요즘에는. 전번에 왔을 때부터 별로 줄지 않았지 않습니까?" 인도 장수 아저씨는 찬장을 조사하고 나서는, 한숨을 쉬면서 엄마한테 말한다.

"이런 것은 말이지요, 제가 언제나 말씀드리듯이 자꾸자꾸 써서, 자꾸자꾸 몸에 배게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니깐요. 자 도련님을 좀 보세요. 요즘 눈빛이 흐려져 가고 있지 않습니까? 멍해지고, 기운이 없지 않습니까? 이러면 안 됩니다. 눈을 보면 안다구요. 눈을 보면 그 차이가 현저하게 나타난다고요. 인도 사용이 너무 적습니다. 인도가 모자르다고요. 댁은 자식이 예쁘지 않습니까? 예쁘지요? , 그럼 좀 더 제대로 인도시키셔야죠."

"그야 그렇지만 말이에요, 인도 장수 아저씨." 엄마는 당황해하며 변명한다.

"요즘에는 발리장수 아저씨 같은 분도 오시고 해서 말이죠. 이웃 사람 눈치도 있고, 그분 체면도 좀 세워주지 않으면 안 되고 해서. 저희도 그렇게 편하지가 않다구요. 그야 인도가 좋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발리장수!" 인도 장수 아저씨는 깔보는 듯이 점점 더 큰 목소리로 말한다.

"발리장수 따위 말이죠, 사모님. 그것은 껍데기뿐이라고요. 그저 선전뿐이라니깐요. 역시 제대로 하려면 누가 뭐라고 해도 인도지요. 첫째 물건이 다르다니깐요, 물건이."

 

그렇게 해서, 엄마가 또 조금 인도를 사게 된다. 그런 것을 보고 있으면, 역시 인도 장수 아저씨는 굉장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라카미하루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랑겔한스섬의 오후  (0) 2023.11.22
무즙  (0) 2023.11.13
장편 끝내고 2주 동안 영화만 봤다  (0) 2023.11.02
나 홀로의 조조 상영 영화관  (0) 2023.10.26
대학의 영화과 입학-영화만 봤다  (0) 202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