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무라카미하루키

인디언

chocohuh 2023. 10. 6. 14:19

그 친구는 정말로 많은 돈을 벌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벌었는지 본인도 잘 모를 지경이었다. 그는 회사를 몇 개나 가지고 있었고 그 하나하나의 회사가 또 다른 하나하나의 회사에게 마치 질투심 많은 다족동물과 같이 완전히 연결되어 있었다. 결국 A회사는 B회사에게 돈을 빌려주고, B회사는 C회사를 착취하고, C회사는 D회사를 교묘하게 속이는 그런 수법이었다. 그래서 그의 회사조직이 얼마나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본인도 잘 알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잉크 지우개처럼 못생긴 회계사가 찾아왔다.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회계사는 작은 볼펜으로 무언가 숫자를 썼다. 그리고 칠판에다 그래프를 그리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금을 B회사로 옮기지요." 회계사는 권유했다.

"-."

"허나 이건 명목상일 뿐입니다."

"-."

"그런데 명목상이라도 돈을 옮기면 세금 문제가 따릅니다."

"그래요-."

"하지만 그냥 놔두면 작년 수익과 올해 수익 차가 너무 커서 문제가 됩니다."

"-."

"따라서 돈을 옮김과 동시에 명목상의 손익을 계산해 넣어야 합니다."

"그래요."

 

그런 이야기였다. 마치 몽둥이를 가지고 숲속에 들어가 이리저리 나무를 헤집고 다니며 '이 나무를 두드릴까? 저 나무를 두드릴까?' 하다가 최후에는 전혀 알 수 없게 되는 꼴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돈을 잘 벌었다. 왜 그가 그처럼 부자가 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매우 눈에 띄는 화술을 가지고 있다든가 학교 때 성적이 좋았다든가 그런 것도 아니었다. 또한 재치가 있는 것도 기민한 것도 아니었다. 성격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부자가 됐다고 소문이 나돌았을 때, 어느 누구도 믿으려 들지 않았다. 그것을 어쩌면 별로 반갑지 않은 농담일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잘못 들었을 거야." 한 친구는 말했다.

"그 친구가 부자가 됐다면 나는 벌써 하늘나라에 가고 없었을 거야!" 허나 사실은 사실이었다. 그는 우리들 누구보다도 아니, 우리들 수입을 전부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옛날에, 희극풍의 서부극을 본 일이 있어." 어느 날 그 친구가 말했다.

"어떤 일인지 잘 모르겠으나 열차가 인디언에게 추격당하고 있었어. 그래서 석탄을 열심히 아궁이에 넣고는 계속 달리는 거야. 그런데 석탄을 반 이상이나 길바닥에 떨어뜨려 이제 더 이상 땔 게 없었어."

"-."

 

나와 그는 정말 오랜만에, 우연히 어딘가의 호텔 바에서 만났다. 나는 누군가의 결혼식으로, 그는 회사의 파티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더 이상 땔 석탄이 없자 할 수 없이 의자나 천장의 나무를 모조리 뜯어냈어. 이것마저도 다 떨어지자 이번에는 입고 있던 옷들을 전부 벗어던졌어."

"-."

"결국 사람을 웃기려는 영화였지만 매우 사실적이었어!"

"알만하네."

"헌데 옷마저 다 떨어지면 이제 어떡하나. 아직도 인디언은 계속 추격해오고 있으니 정말 답답하지 않나."

"그럴 테지."

"결국 마지막으로 하나가 남았어. 그것은 돈 자루야. 군인들에게 줄 급료였어. 산타클로스 자루로 다섯 개나 됐어."

"그걸 태웠단 말인가?" 무표정하게 그는 끄덕거렸다.

"목숨과는 바꿀 수 없지 않은가."

"하긴 그래."

"어쨌든 아무래도 좋아. 영화에 불과하니까." 말하며 그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러자 바로 바텐더가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었다.

"문제는 태우는 방식이야."

"어땠는데?"

"결국은 말야. 돈다발을 삽으로 퍼서 아궁이에 넣었어. 산더미 같은 돈을 삽으로 퍼서 집어넣었단 말야. 그런 광경을 상상이나 한번 해봐. 불은 어찌됐든 삽으로 퍼 올리는 장면 말야."

"뭔가 마음에 걸리나?"

"아냐, 그렇지 않아."

 

그가 술잔을 다 비워 십 센티미터 앞에 내놓았다. 이십 초 후에 새로운 글라스가 쨍그렁, 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그의 앞에 놓여졌다.

"연 수입은 얼마나 돼?" 그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정확한 숫자를 그에게 말해줬다.

"세금 빼고 난 금액이야, 아냐?"

"안 뺀 금액." 내가 말했다.

"정말 그것 밖에 안 돼?"

"사실이야." 나는 말했다. 거리낌 없는 질문이었는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자네, 그래도 명색이 작가 아닌가?"

"세무서에서는 그렇게 분류하고 있어."

"헌데 그 정도 밖에 수입이 안 돼?"

"아무튼 정말로 경제효율이 나쁜 직업이야."

"그럴 테지-." 그는 무관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치 골프 싱글을 치는 사람이 왕초보와 팀을 짜 플레이할 때의 표정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말이 없었다.

"삽으로 돈을 퍼 올릴 때 기분이 과연 어땠는지 이제 겨우 알 만해." 그 부자 친구가 말했다.

"어떤 기분인데?"

"인디언에게 추격당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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