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무라카미하루키

장편 끝내고 2주 동안 영화만 봤다

chocohuh 2023. 11. 2. 13:09

장편소설이 겨우 일단락되었기 때문에 2주일 동안 영화만 봤다. 금년 봄에는 <> <2010> <리틀 드리머 걸> <터미네이터> <네버 엔딩 스토리> 등 상당한 역작이 구색별로 갖춰져 있어서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다만 나는 <네버 엔딩 스토리>와 같은 부자지간이 즐길 수 있는 작품에는 역시, 끝이 없는 이야기처럼 제대로 된 일본어 제목을 붙여 주는 것이 친절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기다란 영어 제목은 어린애들이 기억하기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나는 <코난>의 팬이기도 해서,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주연하는 <터미네이터>를 상당히 좋아한다. <블레이드 러너><에일리언><크리스틴>을 함께 섞어 놓은 것 같은 스릴 넘치는 이 영화는 미국에서 6주간 연속 관객 동원수 제1위를 기록하여 업계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 독일 사투리가 심한 거구의 사나이가 주연한 영화가 대히트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놀드 슈왈츠네거는 1947년에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나온 다음, 미국으로 건너가 1975년까지 미스터 유니버스의 타이틀을 4, 미스터 월드를 1, 미스터 올림피아를 6회나 획득했다. 경이적인 기록의 소유자인 것이다. 그리고 보디빌딩에 대한 세 권의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로 만들었고, 현재는 부동산 업자로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부동산 회사 외에도 프로덕션 회사를 가지고 있으며 CBSABC의 스포츠 해설도 맡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대부호인 셈이다. 그래서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취미라고 한다. 굉장한 사람이다.

 

롤링스톤 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영화가 성공하게 된 원인은 자신이 악역을 맡았기 때문일 거라고 했다. 감독인 짐 카메론은 <코난>에서의 그의 주인공 상을 파괴하기 위해서 영화 속에서 아놀드 슈왈츠네거에게 온갖 악행을 다 저지르게 하는데, 이 악의 분출이 영화의 중심이 되고 있어서, 보고 있으면 저절로 탄식이 나온다. 이 악에 비하면 착한 사람 쪽의 존재가 훨씬 희미하다. 스니크 프리뷰의 경우에도 관객들 대부분은 악역인 아놀드 슈왈츠네거 쪽에 감정이 이입되어서 "그래, 아놀드. 죽여 버려라!"하고 외댔다고 한다. 어쨌든 이상하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전 나체 장면이 나오는데, 언제나처럼 국부가 조금씩 지워져 있다. 그런 장면은 보고 싶기도 한 것 같고, 보고 싶지도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무라카미하루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즙  (0) 2023.11.13
인도 장수 아저씨  (0) 2023.11.08
나 홀로의 조조 상영 영화관  (0) 2023.10.26
대학의 영화과 입학-영화만 봤다  (0) 2023.10.26
언제나 비슷한 옷을 입는 나  (0) 2023.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