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생 때부터 공부하기를 싫어해서 성적이 그다지 신통치 않았던 편이지만, 그래도 '영문 일역' 참고서를 읽는 것만은 예외적으로 좋아했다. '영문 일역' 참고서의 어떤 점이 그렇게 재미있느냐 하면 거기에는 예문이 잔뜩 실려 있기 때문이다. 이 예문을 하나씩 하나씩 읽거나 외우거나 하기만 해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고, 그런 일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 틈엔가 극히 자연스럽게 영어 원서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의 영어교육의 문제점이 있다고 트집을 잡는 것은 아니지만, 전치사라든가 동사변화 같은 것을 아무리 정확히 암기한다 해도 원서는 읽을 수가 없다. 나는 그 무렵에 외운 예문을 지금도 몇 가지 기억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서머셋 몸의 '어느 면도사에게나 철학은 있다"라고 하는 말도 그 가운데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