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대개 백화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나도 백화점을 끔찍이 좋아한다. 그처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는 동물원을 빼놓고는 달리 찾아볼 수가 없고, 더군다나 입장료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거리에는 놀랍게도 백화점이 다섯 군데나 있다. 물론 교외 도시라서 도심의 백화점처럼 규모가 크거나 물건을 많이 갖추어 좋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10분쯤 걸어간 곳에 백화점이 다섯 군데나 있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시간만 있으면(대개 매일 시간이 있지만) 역 앞까지 걸어가 백화점 안을 돌아다닌다. 백화점을 돌아다니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대는 뭐니뭐니해도 평일 오전 중이다. 붐비지 않고, 공기도 깨끗하고, 모든 것이 손을 대지 않은 느낌으로 빽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