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긴자 선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큰 원숭이 이야기를 들은 지 이미 몇 개월이 된다. 나는 친구들한테서 여러 번 그들의 체험담을 들었고, 직접 내 눈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큰 원숭이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도, 신문에서 그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없고, 경찰이 조사를 한 흔적도 없다.
신문이나 경찰이 큰 원숭이의 저주를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면, 나는 그들에게 크게 반성하라고 말하고 싶다. 큰 원숭이들의 활동 범위는 현재로서는 지하철 긴자 선 차량에 한정되어 있지만, 이것이 마루노우치 선이나 한조몬 선으로 확대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만약 일이 그렇게 되고 나서야 뭔가 조치를 취하려 한다면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내가 목격한 것은 비교적 해가 되지 않는 수준의 '큰 원숭이의 저주'였다. 2월 15일, 즉 밸런타인데이 다음 날의 일이다. 나는 오모테산도에서 긴자 선을 타고 도라노몬으로 향하고 있었다. 내 옆에서는 40대 전반으로 보이는 단정한 옷차림의 샐러리맨이 마이니치 조간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그가 읽고 있는 것은 "달러의 하락이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인가?"라는 기사였다. 나는 그 밑에 있는 "5킬로 마르면 인생이 바뀐다."라는 신간 서적의 광고를 힐끔힐끔 들여다보고 있었다.
지하철이 점차 아카사카 미츠케에 가까워지고, 여느 때처럼 차내의 불이 꺼졌다가 곧 다시 켜졌다. 그러나 내가 다시 한번 옆자리의 마이니치 신문에 눈길을 주었을 때, 거기에는 이변이 일어나 있었다. 신문의 좌우가 뒤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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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저런 또 큰 원숭이 녀석들 짓이군요." 샐러리맨이 나한테 말했다.
"정말이지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요?"
"글쎄 말입니다." 나도 말했다.
이런 일이 언제까지고 계속된다면 정말이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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