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무라카미하루키

일본 잡지에 대담 기사가 많은 이유

chocohuh 2022. 12. 1. 16:03

일본의 잡지에는 참으로 대담이 많다. 나는 외국 잡지로는 <롤링 스톤>, <뉴요커>, <에스콰이어>, <라이프> 같은 것을 대충 훑어보고 있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이런 잡지에 대담이 실린 것은 본 적이 없다. 한 번쯤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전혀 인상에 남아있지 않을 정도니까 없었던 거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미국에서는 대담이라는 형식이 그다지 많이 사용되지 않는데 일본에서는 폭발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상상이지만 미국에서는 대담이라는 장르가 없는 것은 그만큼 미국인이 대화에 대해서 신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의 경우처럼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하는 투로 어물어물 그 자리를 넘기지 않고 좀 더 깊이 파고들어가, "당신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좀 더 분명하게 설명해주시오." 하는 식으로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길어져서 잡지의 페이지에 모두 실을 수 없게 될 것 같다. 그러한 점에서 일본인은 역시 잔재주가 있어 잡담이 일단락되면, "그럼, 여기서 일단 결론 같은 걸 내봅시다.", "그럽시다." 하는 식으로 멋지게 마감을 해버린다. 참으로 호흡이 잘 맞는 국민성이다.

 

또 한 가지 일본적인 것은 대담 교정쇄의 교정보기이다. 그러니까 이야기한 것을 나중에 정정하는 것인데, 먼저 어느 쪽인가 한 사람이 자신의 파트를 정정하고, 그다음에 다른 사람이 상대방에게 맞춰서 자신의 대사를 정정하는 것이다. 이런 것도 호흡 맞추기가 어려워서, ", 먼저 하시지요.",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먼저..." 하는 식이 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처럼 미묘하고 까다로운 일을 미국인이 할 수 있을 턱이 없는 것이다. 일본의 특산품은 도요타와 파나소닉뿐만이 아닌 것이다.

 

 

또 다른 일본적 대담 풍경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면 대담 프로의 개런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원로 작가의 경우는 알 수 없지만, 나 정도의 수준이라면 굉장히 싸다. 그 대신에 비교적 좋은 식사를 대접받는다. 좋은 식사라는 것은 자기가 직접 돈을 내고서 까지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 식사를 가리킨다. 술도 나온다. 충분히 마시지 못한 사람에게는 '2'라는 것도 있다. 그런 것으로 개런티가 낮은 것을 벌충하려는 것이다.

 

출판사 직원의 말을 빌리면, 본래 작가들은 대개 가난뱅이라서 대담할 때가 아니면 맛있는 것을 얻어먹을 수가 없으니까 이따금 작가에게도 호강을 시켜주어야겠다는 편집자의 따뜻한 마음의 배려라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그렇구나, 그게 마음의 배려로구나!' 하고 시나 마코토 풍으로 감탄하게 되지만, 그래도 나 같은 사람은 역시 식사는 맥주와 메밀국수 정도로 좋으니까 개런티를 올려주었으면 한다. 게다가 마음의 배려라고 말하면서 편집자도 꽤 열심히 먹고 있지 않은가, 그 분위기는 그야말로 '맞선' 보는 것과 똑같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요릿집의 객실에서 처음으로 대면하는 두 사람을 편집자(중매쟁이)가 소개시켜주고, 잡담 같은 것을 하면서 그 자리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그게 일단락되면 "그럼, 다음에는 당사자끼리 적당히 얘기를 나누세요." 하는 단계가 된다.

 

이것은 이미 완벽한 '맞선'이다. 녹음기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개중에는 대담으로서 서로 알게 된 남녀가 실제로 인연을 맺는 경우도 있는 모양으로, 이 정도까지 되면 정말로 할 말이 없다. 나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다. 화가 치민다. 그러나 그건 그렇다 치고 분명히 이러한 '하여간 적당히 얘기를' 나누는 방식을 미국의 편집자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무라카미하루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문  (0) 2022.12.20
부부간의 불화  (0) 2022.12.13
영화의 엉터리 자막 이야기  (0) 2022.11.28
신문이 끼어들 틈이 없다  (0) 2022.11.22
뉴요커지의 소설  (0) 202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