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관련 업계의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하다 보면, "무라카미 씨는 현재 어떤 잡지를 가장 재미있게 보고 계십니까?" 하는 질문을 받는 일이 많다. 요즘은 잡지 전쟁이 워낙 치열하므로 그만큼 만드는 쪽도 상당히 진지하게 상황을 분석해 나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해봤자 나는 잡지를 열렬히 읽는 독자가 아니고, 가끔 마음이 내키면 손에 들고 페이지를 훌훌 넘기는 정도기 때문에 어떤 잡지가 현재 가장 재미있고, 어떤 잡지가 제일 급진적인지 따위는 도저히 판단할 수 없을 것 같다. 첫째로 이렇게 엄청난 양의 비슷비슷한 잡지들이 서점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지금, 나로서는 선택 그 자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할 것 같다. 대체 누가 오후 4시 30분의 어슴푸레함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