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격은 결코 온후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솔직히 타인과 싸움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적어도 내 쪽에서 말하자면 누군가와 싸워서 헤어진 기억은 전혀 없다. 욕을 들어도 그렇게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의 하나가 될지도 모르겠다.
일 때문에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들에게서 심한 말을 듣는다. 말로 들을 뿐만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에 기사로 인쇄되기도 한다. 칭찬받는 일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비난받는 쪽이 많다. 예를 들면 '무라카미는 바보다.'라든가 '무라카미는 위선자다.'라든가 '무라카미는 거짓말쟁이다.'라든가. 거짓말이 아니다. 정말 그런 말들을 한다. 그런 말들을 들으면, 솔직히 좋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좋은 기분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성격 이상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넌 위선자야.'라는 비판에,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난 위선자가 아닙니다!'라고 가슴을 펴고 반론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적어도 나라면 그런 반론을 할 수 없다. '듣고 보니 내 속에는 위선적인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하고 생각할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의미에서 나는 확실히 바보이고, 거짓말쟁이다. 내 멋대로이고 완고하며 그래서 변덕스럽고 성격이 급하고 무신경하고 교양이 없고 세련되지 못했다. 나한테 좋지 않은 것은 금방 잊어버리고, 의미 없는 시시한 농담도 잘한다.
협조성 제로. 인간이 깊이가 없고 생각하는 내용도 얕다. 내가 쓴 소설 역시 다시 읽어 보면 몹시 엉망진창이다. 음, 물론 '많든 적든'이란 주석이 붙는다고 쳐도 이렇게 결함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보면 정말로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인간처럼 보이는군. 그다음 인격 결함의 여지로 내게 남아 있는 것은 알코올 중독과 유아 학대, 발 냄새를 좋아하는 변태성 정도가 아닐까.
그러나 한번 그런 식으로 내가 마음을 열고나면, 잃어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구에게 아무리 심한 말을 들어도 두렵지 않고, 특별히 화도 나지 않는다. 연못에 빠져 옷이 다 젖었는데, 누가 물을 또 뿌려 봐야 차갑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 인생을 마음 편하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나는 마음이 편하다. 오히려 '그렇게 나쁜 인간인 데에 비해 잘도 건투하고 있잖아.' 하는 자신감이 마음속에서 끓어오를 정도이다.
상당한 확신을 갖고 생각하지만,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사람을 깊이 다치게 할까. 그것은 잘못된 칭찬을 받는 것이리라. 그런 칭찬을 받아 잘못되어 간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다. 인간이란 타인에게 칭찬을 받으면, 거기에 맞추려고 무리를 하는 법, 그래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린 케이스가 적지 않다.
그래서 당신도 누군가에게 이유 없는(혹은 이유 있는) 험담을 듣고 상처를 입더라도, '아, 잘됐어. 칭찬받지 않아서 기쁜 걸. 하하.'라고 생각하도록 해 보라. 하긴, 그런 생각 좀처럼 하기 힘들지만, 으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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