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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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핀란디아(Little Finlandia) 건축 디자인

핀란드를 대표하는 핀란디아 홀은 헬싱키 시내의 중심, 뚀올로(Töölö) 만에 있는 이벤트 홀이다. 핀란드의 대표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가 디자인하여 1971년 완공된 기념비적인 홀이 약 2.5년의 전면 개보수 공사에 착수하였다. 긴 공사기간 동안 기존의 핀란디아 홀을 대체 할 임시 행사장의 리틀 핀란디아(Little Finlandia)가 문을 열었다. 임시 목조 건물은 헬싱키 시내를 방문하는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인기가 많은 뚀올로 만과 기존의 핀란디아 홀 사이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핀란디아 홀이 문을 닫는 동안 회의, 연회 및 맞춤형 이벤트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카페 레스토랑과 갤러리와 같은 편의 시설도 모두 갖추고 있다. 넓은 테라스는 야외에서 여는 축하 이벤트 공간 혹은 방문..

착한디자인 2022.04.15

추잉껌

추잉껌을 마치 치약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대단히 비상식적인 소년 소녀가 있다. 이런 엉뚱한 생각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소가 확실히 있다. 예를 들어 사랑한다면 혼전 섹스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퇴폐적인 대도시 등이 전형적인 예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 사람은 역사에 있어 추잉껌의 역할에 그렇게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느 역사적 인물은 추잉껌을 씹고서는, 고무창이 붙은 신발로 수초 동안 짓밟아버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납작한 모양에 딱딱한 추잉껌을 사용해 집을 지으려 했던 어느 목수가 현재는 '카펜터껌' 회사의 사장이 되었다. 다소 출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손가락으로 제방뚝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아낸 내용으로, 교과서까지 실린 네덜란드 소년이 어느 인터뷰에서 말..

이 칼럼도 드디어 이번 주가 마지막 회

나는 비교적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라 일 년 넘게 연재를 하는 법은 전혀 없는데, 이 칼럼은 일 년 예정이었던 것이 일 년 9개월이나 지겹게도 계속되었다.. 이 현상은 주로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삽화 덕분이다. 이번에는 옆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하고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게 만년필을 굴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뭘 쓰지? 쓸 게 없어서 어떡하지'하는 고민 없이, 매주 '자 자, 이번 회에는……'하는 기분으로 쓱쓱 써 나갔다.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이 라는 잡지가 주로 젊은 층에게 읽히고 있다는 점도, 나로서는 꽤 도움이 되었다. 나는 벌써 허리 부근까지 중년이란 늪에 눅진하게 잠겨 버린 인간이라(주: 미즈마루 씨는 가슴 언저리까지) 새삼스레 젊은이들에게 아첨을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바이오 플라스틱(Bio Plastic) 치토폼(Chitofoam)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인 듀오 샤를로트 뵈닝(Charlotte Böhning)과 메리 램프레스(Mary Lempres)의 도플갱어(Doppelgänge)가 밀웜(Mealworm)의 껍질을 소재로 한 폴리스티렌 폼(Polystyrene Foam)을 개발하였다. 바이오 플라스틱의 일종이라 흙에서 몇 주 만에 분해가 된다. 치토폼(Chitofoam)이라 명명된 이 소재는 완충 및 방수 기능이 있어 컵이나 알갱이 형태의 포장 충전재 등 기존의 석유계 발포 폴리스티렌(EPS)을 대체할 만한 제품을 제작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흔히 스티로폼이라 불리는 EPS는 재활용이 어렵고 재활용에 따른 경제성도 떨어져 버려지는 경우가 많고, 매립지에서 차지하는 부피도 커 환경 문제가 되고 있다. 치토폼의 주성분은 키틴이..

착한디자인 2022.03.31

브렌트 크로스 타운(Brent Cross Town)의 웨이파인딩(Wayfinding)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브랜딩 스튜디오 필드워크 퍼실리티(Fieldwork Facility)는 브렌트 크로스역에서 새로운 파크타운까지 오가는 거리에 사람들을 위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였다. 10분간의 보행 동안 유익하면서도 해학적인 정보와 즐거움을 주는 웨이파인딩 디자인 및 제작이 바로 그것이다. 환경오염, 기후변화, 공동체의식 등과 같이 우리 시대의 큰 사회 및 도시 문제들 중 일부를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미래 런던을 위한 자연과 도심의 삶이 공존하는 파크타운으로 지정된 브렌트 크로스 타운은 30,000명의 사람들을 위한 주거 6,700채, 50에이커의 공원과 운동장, 복합 스포츠 시설, 이에 따라오는 25,000 여 곳에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발표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런던의 뉴 개발 타운이다...

착한디자인 2022.03.25

여름에 관하여

나는 여름을 굉장히 좋아한다.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오후에 짧은 바지 차림에 로큰롤을 들으며 맥주라도 마시고 있으면, 진짜 행복하다는 기분이 절로 든다. 한 석 달 남짓 만에 여름이 끝나고 나니 실로 애석한 일이다. 가능한 일이라면 반 년 정도는 계속 됐으면 좋겠다. 며칠 전에 어슐라 K. 르귄의 이라는 SF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은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혹성에 관한 얘기로, 그 혹성의 일 년은 지구 시간으로 바꾸면 약 60년에 해당된다. 즉 봄이 15년, 여름이 15년, 가을이 15년, 겨울이 15년인 것이다. 굉장한 일이다. 그래서 그 별에는 '봄을 두 번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은 행운이다.' 라는 속담이 있다. 요컨대 장수를 하게 돼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얘기다. 그러나 장수하여 겨울을 두 번 겪게 되..

모랄

호랑이 문신을 한 불량배와 유지매미 귀걸이를 한 은행 여직원이 파출소 앞에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스트립 걸 분장을 한 경찰은 허리에 찬 경찰봉을 빼내들었지만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는지 궁금해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얘기는 아버지나 어머니, 이 둘 중에 누가 더 소중한가 하는 주제였다. "어머니와 아버지 이들 둘 다 소중한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스트립 걸 모습을 한 경찰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런 말을 하는 남자는 틀림없이 아내를 학대하는 사람들이에요." 은행원이 거칠게 말했다. "바람피우기는 쉬울 거야." 불량배도 말했다. "한번 정도라면 상관없잖은가." 경찰은 어린애들처럼 입을 빼물고 말했다. "절대 안 돼요." 은행원이 화난 듯 말했다. "한 번 정도는 괜찮아 - ." 불량배도 열 ..

아르바이트에 관하여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 벌써 십 년 이상이나 오래 전 일이지만, 아르바이트의 시간당 급료는 보통 찻집의 커피 한 잔 값과 얼추 비슷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960년대가 끝날 무렵에 백오십 엔 정도였다. 하이라이트가 팔십 엔, 소년 매거진이 한 백 엔쯤이었다고 기억한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는 레코드만 열심히 사들였으므로, 하루하고 반나절 일하면 LP를 한 장 살 수 있지, 하는 일념으로 일했다. 지금은 커피가 삼백 엔인데 비해 아르바이트의 시간당 급료가 오백 엔대이니까, 시세가 좀 변한 것 같다. LP만 해도 하루 일하면 두 장 정도 살 수 있다. 숫자로만 살펴보면, 요 십 년 사이에 우리의 생활이 좀 편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생활 감각으로 따져 보면 그렇게 편해진 것만은 아니라는..

건강에 대하여

'첫째가 건강, 둘째는 재능'이 나의 좌우명이다. 조만간 안자이 미즈마루 화백에게 그렇게 써 달라고 하여 족자를 만들어 도코노마에 걸어 두려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이다. 글자 밑에 쇠로 된 아령 그림 같은 게 들어 있다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한다. 어째서 '첫째가 건강'이고 '둘째가 재능'인가하면, 단순하게 생각해서 건강이 재능을 환기시키는 일은 있어도, 재능이 건강을 환기시킬 가능성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물론 건강하기만 하면 재능이 졸졸 따라온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노력이나 집중력을 최고의 상태로 유지시키려고 하면 아무래도 체력이 필요하고, 노력이나 집중력을 유지함으로써 재능을 증식시켜 나가는 일은 불가능한 게 아니다. 그래서 '첫째가 건강'이고, '둘째는 재능'인 것이다. 하기야 이런 ..

보스턴 마라톤에는 뭔가 특별한 멋이 있다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불가사의한 체험이다. 이를 경험하는 것과 경험하지 않는 것과는 인생 그 자체의 색깔도 조금은 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종교적인 체험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거기에는 뭔가 인간 존재에 깊숙이 와 닿는 것이 있다. 42킬로미터를 실제로 달리고 있을 때는, '도대체 내가 왜 일부러 이런 지독한 꼴을 자처하는 거지? 이래 봤자 좋은 일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아니, 오히려 몸에 해로울 뿐이지(발톱이 벗겨지고, 물집도 생긴다. 그 다음날에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이 든다)' 하고 상당히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캐묻는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결승점에 뛰어 들어가 한숨 돌린 다음 건네어진 차가운 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뜨거운 욕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