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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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흥미로운 병, 헤르페스

왜 섹스는 재미없게 되어 버렸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헤르페스라는 신종 성병에 대해서 썼었다. 그때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라는 전화가 편집부로 걸려 왔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헤르페스에 대해 쓸 예정이니까, 과거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앞으로 걸릴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드는 사람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어 주기 바란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라고 하는 것은 간단히 말하면 '유성에서 온 물체 X'와 비슷하다. 즉, 그것은 인간의 세포에 달라붙어서 기능하고 증식되어 나간다. 그리고 성행위를 매개로 해서 전염된다. 성행위라고 하는 것은 성교와 오럴 섹스를 말한다. 에스콰이어지에 기사를 쓰고 있는 잭 매클린독 씨의 경우는 이혼한 뒤 최초로 관계를 가진 여성으로부터 헤르페스에 감염되었다. 아침에 굉장히 상쾌..

도쿄 디즈니랜드

내가 초등학교 학생 때 텔레비전에서 매주 라고 하는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방영했었는데 나는 그걸 자주 보았다. 미국의 디즈니랜드가 1955년에 생겼으니까 그 얼마 뒤의 일로 말하자면 동시대적으로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서 디즈니랜드의 존재를 우리 일본의 어린이들에게도 알려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알려주었다고 해서 곧장 달려갈 수도 없었고, 그로부터 약 4반세기의 세월이 흘러 나는 서른넷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1983년 4월 지바 현 우라야스의 매립지에 버젓이 도쿄 디즈니랜드가 완성된 것이다. 기쁘냐고 물어보면 일단은 기쁘다. 나는 지금 지바 현에 살고 있으니까, 근처에 유락 시설이 들어선 것은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너무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1950년대적..

내가 음식 장사를 한 경험에 의하면

나는 소설을 쓰기 전에는 음식점 비슷한 것을 7, 8년 간 경영해 왔기 때문에 지금도 카페나 음식점, 레스토랑 같은데 들어가면 어느새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이 쏠린다. 점포를 그만둔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다른 손님이 일어서면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는 소리가 내 입에서 나올 것 같아 몹시 조심을 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겨우 그런 걱정을 안 하게 되었다. 그래서 편안히 음식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만약 내가 이 가게의 경영자라면' 하는 눈으로 사물을 보는 데는 변함이 없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금방 손님이 들어오자마자 손님에게 이야기를 거는 초밥집이다. 그건 정말 곤란하다. 요 며칠 전에도 근처의 초밥집에 처음으로 들어갔더니 이런 아저씨가..

경찰과 불심 검문

학생 때 데모가 심할 때의 일이다. 길을 걸어가고 있으면 자주 경찰관에게 불심 검문이라는 걸 당했다. 어디에 살고 있느냐? 어디에 가는 길이냐? 하고 꼬치꼬치 물어볼 때마다 그 당시에는 왜 그러냐?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다는 거냐? 하고 울화통이 치밀었지만, 어느 틈엔가 경찰관에게 검문을 당하는 일이 싹 없어지게 되었다. 내가 나이를 먹고 온화한 얼굴이 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가 평화로워졌기 때문인지,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지만 불심 검문이라는 것은 당하지 않으면 당하지 않는 대로 공연히 서운한 느낌이 든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할 일이 없을 때, 경찰관을 만나거나 하면 '이쪽으로 와서 뭐라도 물어보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하지만 경찰관이라는 것은 이상한 존재여서 그럴 때는 절대로 가까이 다가..

믹시드 시트(Mixed Seats) 노르웨이의 공공디자인

노르웨이(Norway)의 수도 오슬로(Oslo)의 한 쇼핑센터 옆 광장에 옹기종기 모인 15개의 의자들은 마치 그들의 창작자들처럼 재미나고 대담하며 진지하고도 기이하며 형태와 크기, 색깔도 제각각이었다. 초청 디자이너들은 콘크리트를 기본 재료로 사용하되 부가적 소재를 자유롭게 보태어 디자인할 수 있었고, 제작은 노르웨이 오슬로 주변 도시인 드라멘(Drammen)의 한 집단 워크숍에서 진행하였다. 사람들은 버스에서 다른 사람의 옆자리에 앉기를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거리나 공원에 있는 의자 또한 대부분 여러명이 함께 앉는 벤치의 형태라 조용한 시간을 방해받기 일쑤이다. 공공장소에 어울리는 의자는 어떤 모습일까? 노르웨이의 디자이너 15인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의자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표현하였다. ..

착한디자인 2022.10.20

나이들면서 좋아진 이발소와 목욕탕

나이를 먹으면 이발소와 목욕탕이 좋아진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 아직 '좋아하는' 경지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적어도 고통스럽지는 않게 되었다.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발소나 목욕탕이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로 싫었다. 이발소의 딱딱한 의자에 한 시간 가까이 앉아서 머리를 마음대로 만지작거리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싫었고, 목욕탕에 할 일 없이 몸을 담그고 있는 것도 화가 났다. 천성적으로 성격이 급한 탓도 있지만, 역시 에너지가 넘쳐흘러서 긴 시간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 견딜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고등학생이 되어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되고부터는 어느 정도 몸을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어, 꾹 참고 부지런히 목욕탕에 들어가거나 이발소를 찾아다니거나 하게 되었다. 굉..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의 일

당연한 얘기지만, 앞날은 예측할 수 없다. 절대로 예측할 수 없다. 내가 어렸을 때 일인데, 하루는 라디오를 듣고 있자니 아나운서가 "저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록음악이 너무너무 싫습니다. 그런 건 빨리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습니다."라는 투서를 읽어 주었다. 당시는 1950년대 후반으로 엘비스의 전성기였다. 아나운서가 거기에 "그렇군요. 이런 시끄러운 록음악은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군요"라고 동의했다. 나는 아직 어렸기 때문에 '그런가? 이런 록음악은 곧 사라져 버리는 걸까?' 하고 아무 의심 없이 믿었다. 그러나 엘비스는 살아남았고, 롤링 스톤즈는 훨씬 더 시끄러운 음악을 연주해 몇 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리고 이것도 그 무렵의 일인데, 어느 잡지에 "장래에 전자두뇌는 일반적으로 보급될 것인가?..

로티스(Rothy’s) X 에비앙(Evian)의 업사이클(Upcycle)

친환경 패션 브랜드 로티스(Rothy’s)와 프랑스의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 에비앙(Evian)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테니스를 테마로 한 캡슐 콜렉션(Capsule Collection)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하였다.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과 재활용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적극적인 기업 활동을 벌이고 있는 두 기업은 지난해 열린 뉴욕 최대 규모의 테니스 대회에서 7만 2천개의 에비앙 생수병을 수거해 근사한 제품으로 변신시켰다. 이들의 캡슐 콜렉션은 운동화와 모자, 가방 등 필수적인 테니스 용품들로 구성되었으며, 플라스틱 병을 잘게 분쇄해 실로 뽑은 후 로티스만의 3D 직조기술을 동원해 제작하였다. 모든 제품은 물세탁이 가능하며 내구성 또한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로티스 X 에비앙 캡슐 콜렉션은 로티스 웹..

착한디자인 2022.10.06

다카야마 노리코 양과 나의 성욕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나는 제법 많은 여성들과 나란히 걸어보았지만, 다카야마 노리코(25세) 상만큼 빨리 걷는 여성은 보지 못했다. 그녀는 마치 '방금 기름을 쳤지'라고 말하듯 양팔을 기분 좋게 앞뒤로 흔들며, 큼직한 보폭으로 아주 즐거운 듯이 거리를 걷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면, 걷고 있는 그녀 모습은 마치 투명한 날개라도 달린 물맴이 같다. 민첩하고, 매끄럽고, 비가 그친 직후의 햇살처럼 행복해 보인다. 처음 그녀와 단둘이 나란히 걸었을 때 우리는 센다가야 초등학교 앞에서부터 아오야마 1가까지 동행했다. 나는 그녀의 빠른 걸음걸이에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은 나와 같이 있는 것이 싫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걷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빨리 걸음으로써 내 성욕을 얼마간..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나

나는 물건에 이름 붙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새로 개점하는 가게라든가, 새로 발간하는 잡지라든가, 그러한 것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친구들 사이에서, "야, 어때? 괜찮지?"라든가, "그런 이름을 어떻게 붙이냐? 촌스럽게!" 하면서 떠들어대는 게 좋다는 거지, 아주 진지하게 "무라카미 씨, 우리 가게의 이름을 좀 붙여 주십시오." 하는 부탁을 받게 된다면 그건 사양하고 싶다. 나는 옛날에 소설가가 되기 전에 술집 비슷한 것을 경영했었는데, 그때는 단순하게 예전에 기르던 고양이의 이름을 붙였었다. 이런 것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주위를 빙 둘러보고 난 뒤에 우연히 눈에 띄는 것을 얼른 붙여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 이름을 붙이면 손님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