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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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즈 글라스(Thames Glass) 바이오 유리 소재

영국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즈(Central Saint Martins)에서 석사과정으로 매터리얼 퓨쳐스(Material Futures)를 전공하고 있는 루루 해리슨(Lulu Harrison)은 분쇄한 쿼가 조개(Quagga Mussels) 껍질과 모래 그리고 버려진 나무재를 주성분으로 새로운 바이오 유리 소재(Bio Glass Material)를 개발하였다. 영국에서 외래 침입종으로 분류되는 쿼가 조개는 상하수도관에 집단으로 번식해 수로를 막기 일쑤이기 때문에 영국의 상하수 처리업체 탬즈 워터(Thames Water)에게는 제거해야 할 큰 골칫덩어리였다. 해리슨과 탬즈 워터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탬즈 글라스(Thames Glass)는 쓰레기 처리와 신소재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경우..

착한디자인 2022.07.15

느낌이 좋은 레스토랑에서 독서하는 멋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가 자주 '시티라이프' 운운하는 특집을 만들고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러한 것은 실제로 도시에 살면서 기분좋게 생활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아가씨와 데이트를 하다가 상대가 오후 세 시 반에 롯폰기의 교차로에서 갑자기 "저어,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요..." 하고 말을 꺼냈을 때, 어디로 데리고 가면 좋은가는 그러한 잡지의 특집에는 절대로 쓰여 있지 않다. 그러한 자질구레한 현실적 정보는 자기발로 직접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머릿속에 새겨나가는 수밖에 없으며, 꽤 귀찮은 일이지만 이런 유의 말단 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으면 생활이 때로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원활하게 그리고 손쉽게 흘러가게 된다. 예를 들면..

가장 걱정되는 건 중년의 비만

중년이 되어서 가장 걱정되는 일은 그냥 내버려두면 자꾸만 몸이 뚱뚱해져 가는 것이다. 20대 무렵에는 아무리 먹거나 마시거나 해도 체중계 바늘이 60킬로그램의 라인을 넘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조금만 방심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65킬로그램 정도가 되어버려서 경험이 날이 갈수록 많아져 가는 것 같다. 참으로 난처한 일이다. 오랫동안 장편소설에 매달려 있느라고, 시간이 아까워서 조깅을 중단했던 탓으로, 지난 2월에는 나의 몸무게가 마침내 66킬로그램이라고 하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운동 부족과 더불어 일의 긴장감에서 오는 과식과 폭음까지 겹치고 보면 살이 찌는 것도 당연하다. 이 정도의 몸무게가 되면 몸이 자못 무겁고, 사이즈 29의 바지에 몸을 집어넣기도 괴로워진다. 그래서 3개월..

세찬 비가 내리려 한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정말로 있었던 이야기다. 그즈음 나는 고쿠분지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무사시고가네이 역 앞에 있는 상 제르망에 빵을 사러 갔다. 어째서 고쿠분지에 살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째서 무사시고가네이까지 일부러 지하철을 타고 빵을 사러 가게 되었는지(겨우 한 정거장이지만)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야기가 굉장히 길어지기 때문에 생략하겠다. 나는 지금 보스턴에 있는 내 방에서, 바나나 리퍼블릭의 티셔츠를 입고, 커다란 머그잔에 커피를 마시며, 지난번에 타워 레코드 가게에서 사온 CD를 들으면서 원고를 쓰고 있다. 내가 어떤 이유로, 마치 변덕스러운 바람에 실려 온 나뭇잎처럼, 이런 장소와 상황 속에 오게 되었는가 하는 사정을 처음부터 설명하면 어지간한 책 한 권이 된다. 거짓말이..

모쇼모쇼

월요일에 보초보초 일을 돌봐 주었더니, 수요일에 모쇼모쇼가 나를 찾아왔다. "오랜만입니다. 선생님. 지난번에는 보초보초가 무척 신세를 졌다지요." 모쇼모쇼가 말했다. "아, 그 정도쯤 별것 아닙니다. 일본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내가 말했다. 나는 비교적 겸손하다. "아니, 뭘 그렇게 남 대하듯 서먹하게 말씀하십니까? 다른 사람도 아닌 이 모쇼모쇼한테는 그렇게 겸손하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하면서 모쇼모쇼는 얼굴 앞에서 손을 부채처럼 팔랑팔랑 흔들었다. "그래서 말이지요, 이런 짓 한다고 혹시 기분 나빠하실지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제 마음의 표시라고 생각하시고, 기분 좋게 받아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모쇼모쇼는 내게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들여다보니, 그 속에는 쿠랴쿠랴..

회사 사무실이 왜 바쁘게 돌아가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회사'라고 이름이 붙은 곳에서 근무한 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회사에 다니는 걸 거부하면서 살아왔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럭저럭 일이 돌아가는 형편상 그렇게 되어 버린 것뿐이다. 나는 이따금 생각하는데, 만일 인생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 하나하나를 컬러 마커 같은 것으로 색칠해 나간다고 하면, 내 경우에는 '형편상' 칠하기 위한 색깔의 마커가 상당히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제쳐 두고 회사에서 근무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나의 인식 영역에는 회사라든가 그것에 부수되는 갖가지 주변적 사물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다. 가령 넥타이를 매고 회사에 간다는 것은 어떠한 일인가? 상사와 부하라고 하는 것은 어떠한 정신적 위치관계에 있는가? 오피스 러브란 어떠한..

뉴스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

택시를 타고 멍하니 라디오 뉴스를 듣고 있다 보면, 이따금 정말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있다. 특별히 내용 때문에 철렁하는 것이 아니라, 아나운서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말투에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 1호선의 어느 인터체인지 부근 하행 차선에서 트럭의 '니쿠즈레(살이 까짐)'가 있어서 3킬로미터나 정체"라는 식으로 말하면, 한 순간 '어째서 트럭의 살이 까질까?'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 보면, 분명히 이것은 '니 구즈레(짐이 무너져 내림)'다. 트럭의 껍질이 까지거나, 오토바이가 무좀에 걸리거나 한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어제 일본과 소련의 '지간큐(시간급)' 협의가 행해져서"라는 뉴스도 있었다.'어째서 일본과 소련이 시간당 급여에 대해서 협의..

나와 여자와

요즘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여자에게 친절을 베푸는 건 매우 힘든 일인 것 같다. 나는 지금 서른네 살이고, 뭐 보통 사람만큼은 여자와 사귀어 본 경험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여자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실감한다. 미리 말해 두지만, 그저 단순하게 여자에게 친절을 베풀기란 별로 어렵지 않다. 집까지 바래다준다든가 짐을 들어준다든가, 마음에 드는 선물을 한다든가 옷차림을 기억해 준다든가 하는 일은 고등학생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그런 일을 하면서도 상대방에게 "하루키 씨는 참 친절하시네요."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끔 하는 테크닉이다. 왜 여자에게 "친절하시네요."라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되는지를 설명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이런 느낌은 ..

생일이 재미없어졌다

앞서 어떤 글에서 나이를 먹고 나니 발렌타인데이가 전혀 재미있지 않다는 얘기를 썼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서 재미없어진 것은 발렌타인데이뿐만이 아니다. 생일날도 무척 재미가 없다. 자랑할 일도 못 되지만, 최근의 내 생일만 하더라도 무엇 하나 재미있는 일이 없다. 물론 선물을 받지 못한 건 아니다. 우리 집사람은 꽤 선심 쓰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선물은 뭐가 좋아요? 뭐든지 사 줄게요"라고 말하고, 또 대개는 실제로 선물을 사준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집사람이 돈을 내든 내가 돈을 내든 나오는 구멍은 한 구멍인 것이다. 10만 엔짜리 카세트테이프 레코더를 선물 받고 그 당시에는 와아 하고 좋아라 해도, 월말이 되면 "저기 말이죠, 이번 달 생활비가 모자라요" 하는 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그런 걸 생..

WHAM

원고를 쓰고 있는 도중에 잉크가 다 떨어졌다. 새 잉크통을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맥이 빠져 한숨을 쉬었다. 좀 더 주의 깊게 쓸 것을. 잉크가 떨어지는 것은 간장이나 설탕이 다 떨어지는 것과 의미가 달랐다. 나는 잉크 배합 기준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해 잠시 동안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전화번호를 눌렀다. 전화를 받은 것은 어쩐지 눈치 빠를 것 같은 여자였다. "아, 예 -. 지금 아무도 없어요." 그녀는 입으로 뭘 먹고 있었다. "급해요!" 내가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 오늘 중으로 끝내지 않으면 안 되는 소설인데 도중에 잉크가 떨어졌어요. 당신도 알겠지만 다른 잉크로는 단 한 줄도 못 써요. 그 잉크가 꼭 필요해요. 한 시간 이내로 어떻게든 마련해줘요. 알겠죠?"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