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건에 이름 붙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새로 개점하는 가게라든가, 새로 발간하는 잡지라든가, 그러한 것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친구들 사이에서, "야, 어때? 괜찮지?"라든가, "그런 이름을 어떻게 붙이냐? 촌스럽게!" 하면서 떠들어대는 게 좋다는 거지, 아주 진지하게 "무라카미 씨, 우리 가게의 이름을 좀 붙여 주십시오." 하는 부탁을 받게 된다면 그건 사양하고 싶다.
나는 옛날에 소설가가 되기 전에 술집 비슷한 것을 경영했었는데, 그때는 단순하게 예전에 기르던 고양이의 이름을 붙였었다. 이런 것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주위를 빙 둘러보고 난 뒤에 우연히 눈에 띄는 것을 얼른 붙여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 이름을 붙이면 손님 쪽에서 아무래도 답답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나는 다음에 술집을 차리게 되면 '캥거루 구경'이라는 이름을 붙이려고 생각했었으나, 가게를 할 마음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것을 단편집의 제목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소리기는 하다. 술집 이름을 책 제목으로 써먹었으니까 말이다.
워싱턴 D.C에 '원 스텝 다운'이라는 이름의 재즈 클럽이 있다. 나는 처음 이 가게 이름을 보았을 때부터 이것은 어떠한 의미일까 하고 굉장히 마음에 걸렸었는데, 어느 날 밤 마크 머피라고 하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 공연이 있어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주인이 있으면 붙잡고 이 가게 이름은 도대체 어디서 유래한 것이냐고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었다. 문자 그대도 가게에 한 발을 들여놓으면 그 유래가 확실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문을 열고 발을 한걸음 내디디면, 그곳이 한 계단 낮아지는 것이다. 덕택에 나는 보기 좋게 넘어지고 말았다. 그런 것은 가게 이름으로 하기보다는 문에다가 팻말을 붙여서 주의하게 하는 편이 손님들에게는 훨씬 도움이 될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 '원 스텝 다운'은 좁고 지저분해도 친근감을 느낄 수 있고, 편안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재즈 클럽이었다. 자못 까다로워 보이는 주인아저씨가 굉장히 재미없다는 듯이 시큰둥하게 스탠드 안에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다. 마크 머피의 파이브 콘서트를 실컷 듣고, 맥주를 두 병 마셨는데도 12달러밖에 안 나온 것도 신바람 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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