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 이발소와 목욕탕이 좋아진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 아직 '좋아하는' 경지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적어도 고통스럽지는 않게 되었다.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발소나 목욕탕이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로 싫었다. 이발소의 딱딱한 의자에 한 시간 가까이 앉아서 머리를 마음대로 만지작거리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싫었고, 목욕탕에 할 일 없이 몸을 담그고 있는 것도 화가 났다. 천성적으로 성격이 급한 탓도 있지만, 역시 에너지가 넘쳐흘러서 긴 시간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 견딜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고등학생이 되어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되고부터는 어느 정도 몸을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어, 꾹 참고 부지런히 목욕탕에 들어가거나 이발소를 찾아다니거나 하게 되었다.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서 도쿄로 올라오자, 본래의 지저분한 생활로 되돌아가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내가 대학 생활을 하던 시기가 학생 운동, 히피 운동의 피크와 꼭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무렵에는 지저분한 것이 학생 신분의 상징 같은 것이었으니까, 모두들 이발소에도 가지 않고, 수염도 깎지 않고, 목욕도 하지 않고, 옷도 갈아입지 않았다. 하여간 엉망진창이었다. 한 달 동안 머리를 감지 않은 녀석이 수두룩했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몇 년인가를 보내고, 결혼을 하자 다시 깨끗한 나날이 찾아오게 되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수염도 깎고, 양복도 몇 벌 샀다. 처음에는 의무적으로, 그 다음은 습관적으로, 요즘에는 자진해서 목욕탕에 들어가거나 이발소에 찾아가거나 하게 되었다. 머리도 매일 감고 향수도 뿌린다. 나 스스로도 기특하다고 생각한다.
한 달에 두 차례씩 편도 2시간을 들여서 센다가야의 이발소까지 찾아간다. 와이셔츠의 다림질도 스스로 한다. 주위에서는 '비교적 깨끗한 사람'으로 통하고 있다. 옛날 일은 아무도 모른다. 인생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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