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섹스는 재미없게 되어 버렸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헤르페스라는 신종 성병에 대해서 썼었다. 그때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라는 전화가 편집부로 걸려 왔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헤르페스에 대해 쓸 예정이니까, 과거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앞으로 걸릴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드는 사람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어 주기 바란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라고 하는 것은 간단히 말하면 '유성에서 온 물체 X'와 비슷하다. 즉, 그것은 인간의 세포에 달라붙어서 기능하고 증식되어 나간다. 그리고 성행위를 매개로 해서 전염된다. 성행위라고 하는 것은 성교와 오럴 섹스를 말한다. 에스콰이어지에 기사를 쓰고 있는 잭 매클린독 씨의 경우는 이혼한 뒤 최초로 관계를 가진 여성으로부터 헤르페스에 감염되었다. 아침에 굉장히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는데 그 여자가 "사실은 나, 헤르페스예요"하고 고백했던 것이다. 그녀는 만나는 남성 모두에게 자기가 헤르페스에 걸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분명히 그녀가 말하는 것처럼 헤르페스에는 비활동기가 있다. 성기나 입술과 같은 부드러운 부분을 통해 체내로 들어온 헤르페스 바이러스 중 어떤 것은 피부 밑에서 증식하여 살을 짓무르게 하거나 물집을 만든다. 또 어떤 것은 축색 돌기로 올라가 신경 세포 속으로 기어들어 간다. 이윽고 이와 같은 증상이 일단락 지어지면 전자 쪽의 바이러스는 뺨에 있는 신경 세포로 후퇴하고, 후자 쪽의 바이러스는 척추로 후퇴하여 그곳에 기지를 만든다. 그러고 나서 꼼짝 않고 출연할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것이 그녀가 말하는 '비활동기'며, 분명히 바이러스는 안쪽에 틀어박혀 있어서 감염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언제 '출현'하는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가령 세금을 신고하는 기간에만 헤르페스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는 굉장히 불쌍한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러니까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에게는 '출현'도 잦다. 그런데 이 매클린독 씨는 그녀의 낙관적 기대에 반해서 하룻밤 사랑의 대가로 재수 없게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데, 어떠한 증상을 경험했을까? 우선 목구멍에 염증이 생겼다. 어느 정도로 아프냐 하면 물을 마실 수 없을 정도다. 그 얼마 뒤에 페니스가 빨갛게 짓물렀다. 이것이 헤르페스의 전형적인 초기 증상이다.
그래서 맥클린독 씨는 이비인후과 의사를 찾아가서 목구멍을 치료받았다.
"아무래도 헤르페스인 것 같군요. 참 안됐습니다. 지금 현재로서는 치료법이 없습니다."하고 의사는 말했다.
헤르페스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병이다. 감염되었지만 발병하지 않는 사람도 수없이 많다. 혈액 내 항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다. 숫자로 말하면, 미국 전역에는 약 1,000만 명에서 2,000만 명의 성기 헤르페스 환자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수는 매년 25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안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헤르페스는 염증과 통증뿐만이 아니다. 특히 무서운 것은 여성 헤르페스 환자가 보통 사람보다 여덟 배나 자궁경부암에 걸리기 쉽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헤르페스 활동기의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갓난애의 절반은 염증으로 사망하고, 나머지 절반도 눈이 보이지 않거나 뇌에 손상을 입거나 한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제왕절개를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헤르페스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치료법은 없다. 100종에 이르는 백신이나 약, 레이저 요법이 발표되고 있으나 실제로 효과가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ET에게 고쳐 달라고 하는 것이다.
매클린독 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낙담을 하게 되었다. 자신감을 상실하고, 일에 대한 의욕을 잃고, 성욕도 감퇴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 상태로는 너무나도 인생이 암울했기 때문에 그는 어느 날 굳은 결심을 하고 비뇨기과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헤르페스가 아닙니다. 일종의 노이로제로 당신 혼자 그렇게 믿어버린 겁니다. 그런 사람이 많아요, 목구멍은 인후염이고, 페니스는 과다한 성생활로 염증이 생긴 것뿐입니다.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이렇게 해서 매클린독 씨는 구원을 받았다. 그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이 세상에는 현실적으로 2,000만 명의 헤르페스 환자가 득실거리니까, 다음번에는 정말로 헤르페스에 걸릴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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