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 데모가 심할 때의 일이다. 길을 걸어가고 있으면 자주 경찰관에게 불심 검문이라는 걸 당했다. 어디에 살고 있느냐? 어디에 가는 길이냐? 하고 꼬치꼬치 물어볼 때마다 그 당시에는 왜 그러냐?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다는 거냐? 하고 울화통이 치밀었지만, 어느 틈엔가 경찰관에게 검문을 당하는 일이 싹 없어지게 되었다.
내가 나이를 먹고 온화한 얼굴이 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가 평화로워졌기 때문인지,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지만 불심 검문이라는 것은 당하지 않으면 당하지 않는 대로 공연히 서운한 느낌이 든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할 일이 없을 때, 경찰관을 만나거나 하면 '이쪽으로 와서 뭐라도 물어보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하지만 경찰관이라는 것은 이상한 존재여서 그럴 때는 절대로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눈이 딱 마주쳐도 상대도 하지 않겠다는 느낌으로 저쪽에서 먼저 시선을 돌려버리는 것이다.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고이시카와 쪽에 살고 있었을 무렵, 병에 걸린 고양이를 가방에 넣어가지고 가축병원까지 운반하려고 하다가, 근처에 있는 파출소 앞에서 불심 검문을 당한 일이 있다. 마침 쓰치다 경시총감의 집이 폭파당한 이튿날이라서 경찰관도 흥분해 있던 모양으로 세 명의 경찰관이 우르르 달려와 나를 에워싸더니 '가방 좀 열어보시오' 하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병든 고양이를 가방에 넣어 끌어안고 걷는 내 모습이 영락없이 폭발물을 운반하는 모습과 비슷했다. 그렇구나, 그렇게 보이는구나 하고 "실은 고양이입니다." 했더니, 어쨌든 열어보란다. 마지못해 가방 뚜껑을 여니까, 안에서 "야옹!" 하고 고양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렇게 해서 "앗! 고양이군요!" 하는 소리와 함께 불심 검문은 미소로 끝이 났다.
그러나 사실은 고양이는 위장을 하기 위한 것이고, 그 밑에는 진짜 플라스틱 폭탄이... 하게 되면, 이야기로서는 재미가 있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고양이뿐이었습니다. 피스, 피스(승리의 V자 표시의 일본식 표현).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쓴 이야기
옛날에 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 경찰서로 끌려가 진술서를 쓴 일이 있다. 그때 나를 담당한 형사는 30대 중반이었는데, 어딘지 모습이 폴 뉴먼과 매우 비슷했다. 폴 뉴먼을 닮았다고는 하지만 특별히 핸섬한 건 아니고 그냥 세부적인 특징이 닮은 거였지만 어쨌든 간에 아주 닮았다. 게다가 그 형사는 VAN 재킷 풍의 흰 버튼 셔츠를 입고 있었다. 폴 뉴먼을 꼭 닮은 형사가 버튼다운 셔츠를 입고 있으면, 이것은 이미 완벽하게 사우스 브롱크스의 세계다. 그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유니크한 체험이었다.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작품 <보통사람>에 나오는 경찰서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건 그렇고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쓴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경찰관의 작문 능력은 일반인의 그것에 비해서 극단적으로 낮다. 문법도 그렇고 맞춤법도 그렇고 정경묘사나 심리묘사도 참으로 치졸하기 짝이 없다.
진술서라는 것은 대게 경찰관이 질문을 하면 그것에 관해 진술자가 대답한 것을 경찰관이 '나는 ...'이란 1인칭으로 문장화하여 그것에 진술자가 서명을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 폴 뉴먼 씨의 경우도 정말로 기가 찰 정도로 지독한 문장이었다. 소리 내서 읽는 걸 듣고 있으려니까 모조리 뜯어고치고 싶어졌다. 오자도 엄청 많았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굴욕적인 것은 폴 뉴먼 씨가 연필로 쓴 초서 위에, 그것과 한 글자 한 구절도 틀리지 않게 내가 볼펜으로 덧 써가며 정서를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볼펜으로 그 문장을 베끼고 나면 폴 뉴먼 씨는 지우개로 자기가 연필로 쓴 글자를 벅벅 지우고, 내가 마치 처음부터 자필로 그 진술서를 쓴 것처럼 꾸미는 것이었다.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경찰에 걸리면 아무튼 득이 될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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