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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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면서 좋아진 이발소와 목욕탕

나이를 먹으면 이발소와 목욕탕이 좋아진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 아직 '좋아하는' 경지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적어도 고통스럽지는 않게 되었다.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발소나 목욕탕이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로 싫었다. 이발소의 딱딱한 의자에 한 시간 가까이 앉아서 머리를 마음대로 만지작거리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싫었고, 목욕탕에 할 일 없이 몸을 담그고 있는 것도 화가 났다. 천성적으로 성격이 급한 탓도 있지만, 역시 에너지가 넘쳐흘러서 긴 시간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 견딜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고등학생이 되어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되고부터는 어느 정도 몸을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어, 꾹 참고 부지런히 목욕탕에 들어가거나 이발소를 찾아다니거나 하게 되었다. 굉..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의 일

당연한 얘기지만, 앞날은 예측할 수 없다. 절대로 예측할 수 없다. 내가 어렸을 때 일인데, 하루는 라디오를 듣고 있자니 아나운서가 "저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록음악이 너무너무 싫습니다. 그런 건 빨리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습니다."라는 투서를 읽어 주었다. 당시는 1950년대 후반으로 엘비스의 전성기였다. 아나운서가 거기에 "그렇군요. 이런 시끄러운 록음악은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군요"라고 동의했다. 나는 아직 어렸기 때문에 '그런가? 이런 록음악은 곧 사라져 버리는 걸까?' 하고 아무 의심 없이 믿었다. 그러나 엘비스는 살아남았고, 롤링 스톤즈는 훨씬 더 시끄러운 음악을 연주해 몇 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리고 이것도 그 무렵의 일인데, 어느 잡지에 "장래에 전자두뇌는 일반적으로 보급될 것인가?..

로티스(Rothy’s) X 에비앙(Evian)의 업사이클(Upcycle)

친환경 패션 브랜드 로티스(Rothy’s)와 프랑스의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 에비앙(Evian)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테니스를 테마로 한 캡슐 콜렉션(Capsule Collection)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하였다.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과 재활용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적극적인 기업 활동을 벌이고 있는 두 기업은 지난해 열린 뉴욕 최대 규모의 테니스 대회에서 7만 2천개의 에비앙 생수병을 수거해 근사한 제품으로 변신시켰다. 이들의 캡슐 콜렉션은 운동화와 모자, 가방 등 필수적인 테니스 용품들로 구성되었으며, 플라스틱 병을 잘게 분쇄해 실로 뽑은 후 로티스만의 3D 직조기술을 동원해 제작하였다. 모든 제품은 물세탁이 가능하며 내구성 또한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로티스 X 에비앙 캡슐 콜렉션은 로티스 웹..

착한디자인 2022.10.06

다카야마 노리코 양과 나의 성욕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나는 제법 많은 여성들과 나란히 걸어보았지만, 다카야마 노리코(25세) 상만큼 빨리 걷는 여성은 보지 못했다. 그녀는 마치 '방금 기름을 쳤지'라고 말하듯 양팔을 기분 좋게 앞뒤로 흔들며, 큼직한 보폭으로 아주 즐거운 듯이 거리를 걷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면, 걷고 있는 그녀 모습은 마치 투명한 날개라도 달린 물맴이 같다. 민첩하고, 매끄럽고, 비가 그친 직후의 햇살처럼 행복해 보인다. 처음 그녀와 단둘이 나란히 걸었을 때 우리는 센다가야 초등학교 앞에서부터 아오야마 1가까지 동행했다. 나는 그녀의 빠른 걸음걸이에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은 나와 같이 있는 것이 싫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걷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빨리 걸음으로써 내 성욕을 얼마간..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나

나는 물건에 이름 붙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새로 개점하는 가게라든가, 새로 발간하는 잡지라든가, 그러한 것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친구들 사이에서, "야, 어때? 괜찮지?"라든가, "그런 이름을 어떻게 붙이냐? 촌스럽게!" 하면서 떠들어대는 게 좋다는 거지, 아주 진지하게 "무라카미 씨, 우리 가게의 이름을 좀 붙여 주십시오." 하는 부탁을 받게 된다면 그건 사양하고 싶다. 나는 옛날에 소설가가 되기 전에 술집 비슷한 것을 경영했었는데, 그때는 단순하게 예전에 기르던 고양이의 이름을 붙였었다. 이런 것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주위를 빙 둘러보고 난 뒤에 우연히 눈에 띄는 것을 얼른 붙여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 이름을 붙이면 손님 쪽..

백화점의 사계절

여자들은 대개 백화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나도 백화점을 끔찍이 좋아한다. 그처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는 동물원을 빼놓고는 달리 찾아볼 수가 없고, 더군다나 입장료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거리에는 놀랍게도 백화점이 다섯 군데나 있다. 물론 교외 도시라서 도심의 백화점처럼 규모가 크거나 물건을 많이 갖추어 좋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10분쯤 걸어간 곳에 백화점이 다섯 군데나 있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시간만 있으면(대개 매일 시간이 있지만) 역 앞까지 걸어가 백화점 안을 돌아다닌다. 백화점을 돌아다니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대는 뭐니뭐니해도 평일 오전 중이다. 붐비지 않고, 공기도 깨끗하고, 모든 것이 손을 대지 않은 느낌으로 빽빽이..

생두부 네 모를 단숨에 먹어치운 맛

이 수필은 계속 안자이 미즈마루씨가 삽화를 그려주고 있는데, 나로서는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안자이씨에게 엄청나게 어려운 테마로 그림을 그리게 해 보려고 내 나름대로 상당히 오랫동안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완성된 삽화를 보면 전혀 고생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고생한 흔적을 보이지 않는 것이 프로라 하더라도 조금은 '난처하거나 어려운' 곤경에 빠뜨려 즐겨보려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식당차에서 비프커틀릿을 먹는 롬멜 장군' 이라는 테마로 문장을 써 보았지만, 비프커틀릿을 먹고 있는 롬멜 장군의 삽화가 제대로 붙어왔다. 그래서 생각한 건데, 결국은 어려운 테마를 내놓으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영원히 안자이씨를 골탕먹일 수가 없었던 거다. 예를 들면 '낙지와 거대한 지네의 결투'라든가, '수염..

슬픈 여름의 끝

마침내 여름도 끝나가고 있다. 나는 여름을 끔찍이 좋아하는 소년 아저씨(라는 표현을 요즘 들어 비교적 자조적인 의미로 사용한다)이기 때문에, 여름이 끝날 때가 되면 꽤 슬퍼진다. 여름이란 다시 내년에도 찾아오지 않느냐고 나 자신에게 타일러 봐도, 바닷가에 있던 별장이 폐쇄되거나, 잠자리가 하늘을 높이 날아다니거나, 해안에 잠수용 고무옷차림의 서퍼들이 늘어나거나 하는 것을 눈으로 보면, 좋은 일은 이미 모두 끝나버렸다는 느낌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런 감정은 발상으로서는 어린애와 거의 다를 바가 없다. 얼마 전에 모 광고회사에 다니는 근처의 친지 집에 놀러 갔더니, 부인이 나와서 "미안합니다. 여름휴가가 끝나서 오늘부터 출근했어요."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까 '그렇구나, 여름이 끝나서 ..

핏 투 핏(Fit to Fit) 적응형 운동화 콜렉션

스포츠웨어 브랜드 리복(Reebok)이 신고 벗기 쉬운 적응형 운동화 콜렉션(Adaptive Footwear Collection)을 핏 투 핏(Fit to Fit)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하였다.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제공하는 데 한발 다가서려는 노력의 시작이었다. 콜렉션은 두 가지의 다른 실루엣, 세 가지 색상의 운동화로 총 여섯 켤레로 구성되어 있으며 남녀 공용 사이즈이다. 현재는 시중에서 한 켤레 단위로만 구매가 가능하지만, 한쪽 다리만 있는 사람을 위해 신발 한 짝만 판매하는 옵션도 조만간 도입될 예정이다. 클럽 맨트 파라핏(Club MEMT Parafit, 65달러) 운동화는 클래식한 디자인에 편안함을 강조한 데일리슈즈다. 가죽과 메쉬 어퍼로 통풍이 잘되고 지지력이 향상..

착한디자인 2022.09.13

울리법스(Woolybubs)의 녹는 아기신발

미국의 유아용 신발 업체 울리법스는 뜨거운 물에 녹아 없어지는 아기 신발을 개발하였다. 울리법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인 제스 밀리켄(Jesse Milliken)은 끓는 물이 담긴 냄비에 40분 이상 담가 놓으면 설탕이 물에 녹듯 제품이 액체 입자 상태로 분해된다고 한다. 제스 밀리켄은 태어나서 부터 12개월까지 신을 수 있는 이 신발은 아기가 자라서 신발이 작아질 때를 대비해 이 같은 방법을 고안함으로써 쓰레기를 없애고자 하였다. 일반적인 신발이 매립지에서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50년에서 최대 1,000년까지라고 한다. 신발의 소재는 수용성 합성수지의 일종인 폴리비닐 알코올(Polyvinyl Alcohol, PVOH)과 수성 잉크이다. 현재 세탁용 캡슐 세제에 이와 동일한 재료가..

착한디자인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