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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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잡지에 대담 기사가 많은 이유

일본의 잡지에는 참으로 대담이 많다. 나는 외국 잡지로는 , , , 같은 것을 대충 훑어보고 있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이런 잡지에 대담이 실린 것은 본 적이 없다. 한 번쯤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전혀 인상에 남아있지 않을 정도니까 없었던 거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미국에서는 대담이라는 형식이 그다지 많이 사용되지 않는데 일본에서는 폭발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상상이지만 미국에서는 대담이라는 장르가 없는 것은 그만큼 미국인이 대화에 대해서 신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의 경우처럼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네,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하는 투로 어물어물 그 자리를 넘기지 않고 좀 더 깊이 파고들어가, "당신이 ..

영화의 엉터리 자막 이야기

존 스터지스 감독의 이라는 영화가 있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를 스터지스가 각색하고, 율 브리너와 스티브 맥퀸이 출연해서 유명해진 영화로, 본 사람도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영화속에서 제임스 코번의 냉정한 모습과 로버트 본의 과장된 촌스러운 연기를 특히 좋아하는데 그것은 이 이야기의 본 줄거리와 관계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내가 문제로 삼고 싶은 것은 이 영화의 첫 부분이다. 영화는 우선 멕시코의 한 마을을 멕시코인 산적이 습격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그것대로 전혀 상관이 없지만 그 멕시코인끼리 영어로 지껄여대는 것이다. 그것도 참으로 말도 안 되는 멕시코 사투리 영어로 "나하고 너, 친구다.", "너희들 수확 빼앗아 가면 우리 마을 굶어 죽는다."라는 식이다. 그..

신문이 끼어들 틈이 없다

외국에 나가서 가장 마음이 편한 것은 신문을 읽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나는 일본에 있을 때도 거의 신문을 읽지 않는 편이므로 장소와는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일본에 있으면 싫든 좋든 큰 사건 등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된다. 가령 대한항공 여객기가 소련 전투기에 격추된 사건쯤 되면 일단은 신문을 한 장 한 장 넘겨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럽 같은 데 있으면 현지의 신문은 읽을 수가 없고,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비싼 돈을 내고 영자 신문인 을 사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라, 정보와는 전혀 무관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게 지내면 정말 편하다. 솔직히 신문 같은 것은 없어져도 조금도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그리스에 있을 때는 불편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난다 > 밥 먹는다 > 수영한..

릴리엔탈 베를린(Lilienthal Berlin)의 커피 손목시계

독일 베를린의 시계 브랜드 릴리엔탈 베를린이 커피 손목시계(Coffee Watch)를 디자인하였다. 이 시계의 케이스는 실제로 분쇄 원두를 재활용한 소재로 제작되어 향긋한 커피 향을 내뿜는다. 제품의 색상과 질감 역시 커피를 연상케 하고 가죽으로 된 손목 스트랩에는 색상별 농도에 따라 아메리카노(Americano), 에스프레소(Expresso), 라떼(Latte), 마키아토(Macchiato)라고 이름을 붙였다. 릴리엔탈 베를린은 식품이나 패션 등 타 분야에 비해 라이프스타일(Lifestyle) 제품에서의 지속가능성 노력이 더디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커피시계를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만 매일 수천만 톤씩 버려지는 원두 찌꺼기를 매력적이면서도 우수한 제품성과 지속가능성을 동..

착한디자인 2022.11.16

뉴요커지의 소설

외국 잡지를 읽는데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광고만 읽는 사람도 있고, 서평만 읽는 사람도 있으며, 레이아웃만 보는 사람도 있다. 최신 정보 칼럼을 골라서 읽는 사람도 있고, 핀업(역주:벽에 붙이는 육감적인 미인의 사진)만 전문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나는 한때 미국판 지의 인생 상담 코너만 읽었다. 나라가 넓어서 그런지 참으로 여러 가지 고민이나 질문이 실려 있어서 재미가 있었다. 비슷한 고민이라도 동양인과는 약간 보는 관점이 달랐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잡지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뛰어난 단편소설과 만나는 일이다. 신간의 목차에서 마음에 드는 작가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면 기쁘다. 뿐만 아니라 들어 본 적도 없는 작가의 소설을 읽어 보았는데, 정말로 재미있었던 경우도 있다. 분명히 미국에서도 최근의..

원고 마감일을 어길 수 없는 이유

"마감날이 있는 인생은 빨리 흘러간다."는 것은 미국의 어느 저널리스트가 한 말인데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유식한 체를 해서 죄송하지만 영어에서는 마감날을 '데드라인'이라고 한다. 데드라인이라는 말에는 그 밖에도 '사선: 죄수가 이 선을 넘으면 사살 당한다.'라고 하는 의미도 있어서 이것은 일본의 '마감날'보다는 훨씬 어감이 절실하다.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마감이라는 것은 작가 쪽뿐만 아니라 상대방인 편집자와 대화를 하고 있으면 자주 이 마감날 문제가 화제에 오른다. 1. 마감날에 늦는다. 2. 악필 3. 건방지다. 는 것은 작가가 편집자를 울리는 '3대 요소'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나는 3에 대해서는 상당히 죄책감을 느끼지만, 1이나 2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결백하다. 마감날을 제대로 잘 지키고..

상당히 흥미로운 병, 헤르페스

왜 섹스는 재미없게 되어 버렸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헤르페스라는 신종 성병에 대해서 썼었다. 그때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라는 전화가 편집부로 걸려 왔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헤르페스에 대해 쓸 예정이니까, 과거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앞으로 걸릴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드는 사람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어 주기 바란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라고 하는 것은 간단히 말하면 '유성에서 온 물체 X'와 비슷하다. 즉, 그것은 인간의 세포에 달라붙어서 기능하고 증식되어 나간다. 그리고 성행위를 매개로 해서 전염된다. 성행위라고 하는 것은 성교와 오럴 섹스를 말한다. 에스콰이어지에 기사를 쓰고 있는 잭 매클린독 씨의 경우는 이혼한 뒤 최초로 관계를 가진 여성으로부터 헤르페스에 감염되었다. 아침에 굉장히 상쾌..

도쿄 디즈니랜드

내가 초등학교 학생 때 텔레비전에서 매주 라고 하는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방영했었는데 나는 그걸 자주 보았다. 미국의 디즈니랜드가 1955년에 생겼으니까 그 얼마 뒤의 일로 말하자면 동시대적으로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서 디즈니랜드의 존재를 우리 일본의 어린이들에게도 알려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알려주었다고 해서 곧장 달려갈 수도 없었고, 그로부터 약 4반세기의 세월이 흘러 나는 서른넷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1983년 4월 지바 현 우라야스의 매립지에 버젓이 도쿄 디즈니랜드가 완성된 것이다. 기쁘냐고 물어보면 일단은 기쁘다. 나는 지금 지바 현에 살고 있으니까, 근처에 유락 시설이 들어선 것은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너무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1950년대적..

내가 음식 장사를 한 경험에 의하면

나는 소설을 쓰기 전에는 음식점 비슷한 것을 7, 8년 간 경영해 왔기 때문에 지금도 카페나 음식점, 레스토랑 같은데 들어가면 어느새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이 쏠린다. 점포를 그만둔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다른 손님이 일어서면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는 소리가 내 입에서 나올 것 같아 몹시 조심을 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겨우 그런 걱정을 안 하게 되었다. 그래서 편안히 음식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만약 내가 이 가게의 경영자라면' 하는 눈으로 사물을 보는 데는 변함이 없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금방 손님이 들어오자마자 손님에게 이야기를 거는 초밥집이다. 그건 정말 곤란하다. 요 며칠 전에도 근처의 초밥집에 처음으로 들어갔더니 이런 아저씨가..

경찰과 불심 검문

학생 때 데모가 심할 때의 일이다. 길을 걸어가고 있으면 자주 경찰관에게 불심 검문이라는 걸 당했다. 어디에 살고 있느냐? 어디에 가는 길이냐? 하고 꼬치꼬치 물어볼 때마다 그 당시에는 왜 그러냐?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다는 거냐? 하고 울화통이 치밀었지만, 어느 틈엔가 경찰관에게 검문을 당하는 일이 싹 없어지게 되었다. 내가 나이를 먹고 온화한 얼굴이 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가 평화로워졌기 때문인지,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지만 불심 검문이라는 것은 당하지 않으면 당하지 않는 대로 공연히 서운한 느낌이 든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할 일이 없을 때, 경찰관을 만나거나 하면 '이쪽으로 와서 뭐라도 물어보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하지만 경찰관이라는 것은 이상한 존재여서 그럴 때는 절대로 가까이 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