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설을 쓰기 전에는 음식점 비슷한 것을 7, 8년 간 경영해 왔기 때문에 지금도 카페나 음식점, 레스토랑 같은데 들어가면 어느새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이 쏠린다. 점포를 그만둔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다른 손님이 일어서면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는 소리가 내 입에서 나올 것 같아 몹시 조심을 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겨우 그런 걱정을 안 하게 되었다. 그래서 편안히 음식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만약 내가 이 가게의 경영자라면' 하는 눈으로 사물을 보는 데는 변함이 없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금방 손님이 들어오자마자 손님에게 이야기를 거는 초밥집이다. 그건 정말 곤란하다. 요 며칠 전에도 근처의 초밥집에 처음으로 들어갔더니 이런 아저씨가 초밥을 만들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손님 보너스를 타셔서 주머니가 두둑하시겠네요." 하고 먼저 말을 걸어오기에 음식점 잘못 골라 들어왔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초밥집이란 데는 한번 들어가면 그냥 나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예, 아니, 별로." 하고 어물어물 대답했다.
"나왔어요? 나왔죠?"
"안 나왔어요." (귀찮군)
"왜 그렇죠? 회사 경기가 나쁜가요?"
"회사 안 다녀요." (이런 얘긴 하기 싫단 말이다.)
"그럼 학생?"
"아닙니다."
"그럼 뭘 하고 있죠?"
"저, 응, 자유업." (얘기가 이상한 데로 흐르는 걸. 싫다, 싫어.)
"자유업이라니 어떤? 구체적으로 가르쳐 줘야지요, 어서."
"저, 잡지에 뭔가를 쓴다든가, 그런 거죠."
"아, 그래요? 대단하시네. 어떤 걸 쓰죠?"
"뭐 이것저것 쓰죠."
이런 소리를 하고 있으면 초밥 맛을 전혀 모른다. 이런 사람일수록 자기선전이 능한 반면에 나오는 것이라곤 초라하다. 초밥집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어느 세계 어느 사회에도 흔히 이런 사람은 있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초밥집 주인이라면 가급적 손님에게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손님이 초밥의 재료나 만드는 방법에 관해 물을 때에나 또렷이 대답한다-이것이 가장 좋은 태도이다.
그리고 동료끼리 세상이야기만 서로 지껄여대는 종업원도 곤란하다. 어제 본 텔레비전 프로 이야기, 스포츠 선수 이야기 따위를 자기네끼리 주고받고 하느라고 손님이 부르는 것도 모르고
"사치코 양, 3번에서 부르고 있잖아." 하고 누군가가 귀띔해주면 비로소 그곳에 가서 주문을 받고는 안에 있는 요리사를 향하여 큰소리로 "초밥 하나" 학 외치고는 또 아까 하던 얘기를 저희들끼리 계속한다.
그와는 반대로 너무 지나치게 공손한 응대도 그건 그것대로 역시 곤란하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체인점에 이런 부류가 많다. 들어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90도 각도로 머리를 숙이고 "우리 '데니스'에 잘 오셨습니다." 하고 인사를 할 때마다-미안하다는 생각은 들지만-식욕이 싹 가시는 듯하다. 지나치게 공손한 인사를 받으면 이쪽도 고개를 숙이게 되어 피곤하기도 하다.
"아, 괜찮아요. 뭐 대단한 걸 먹는 것도 아닌데" 하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다. 나는 설날에 데니스에 간 적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이왕 그렇게 나올 바에야 설날엔 역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년에는 여러모로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올해도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정식으로 인사말을 하면 좋지 않을까? 여름에는 '찌는 듯한 무더위에-' 라든가 10월에는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어 하늘엔 뭉게구름이-'라든가,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듯하지만.
그리고 이것은 그전부터 신경이 쓰이던 일인데, 그런 지나치게 공손한 말투를 쓰는 점포일수록 카운터 직원이 "XX엔 받았습니다." 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물론 2,560엔인데 5,000엔짜리를 지불했을 때에는 그건 그것대로 괜찮겠지만, 거스름돈을 받을 필요 없이 정확히 2,560엔을 지불했는데도 "얼마를 받았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곤란하다. 그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서비스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서비스 하는 쪽에서 보면 커피 한 잔 내는 것조차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커피란 너무 뜨거우면 맛이 없고 그렇다고 싸늘하게 식히면 마시기 어렵다. 그러기에 그 중간 정도의 온도로 가져가야 하는데, 거기에 크림을 넣느냐 안 넣느냐에 따라 또 온도가 변한다. 일행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천천히 마시는 손님과 혼자서 훌쩍 단번에 다 마셔버리는 손님과 마실 때의 온도가 틀리다. 물론 좋아하는 데도 개인의 차가 있다. 나는 비교적 신경을 많이 써가며 하고 있는 쪽이라고 자부하지만, 그래도 "커피맛이 왜 이래. 너무 뜨거워서 맛을 모르겠잖아." 한다든지, "이렇게 식은 커피는 처음 마셔보네. 다시 만들어 올 수 없어요?" 하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그럴 때는 전혀 말대꾸를 하지 않고 솔직하게 사과한 후, 즉시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 프로의 기본이다.
나는 지금은 소설가가 되어 소설을 쓰고 있지만 '커피 한 잔이라도 그토록 갖가지 반응이 있는 걸 봐서 소설을 받아들이는 데도 정말 가지가지일거야. 하는 수 없지' 하고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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