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2년째쯤 되었을 때의 일인데, 나는 반년 정도 '주부(하우스 허즈번드)' 노릇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이렇다 할 일도 없이 극히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냈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반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한 페이지였던 것 같다. 하긴 그 당시에는 특별한 '주부' 노릇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우연찮게 사소한 인연으로 아내가 일하러 나가고 나는 집에 남게 된 것이다. 이럭저럭 벌써 12-13년 전 얘기로, 존 레논이 '주부'가 되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전이다. '주부'의 일상은 '주부(하우스 와이프)'의 일상과 마찬가지로 평온하다. 우선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짓고, 아내를 출근시킨 뒤 뒷정리를 한다. 싱크대 속에 있는 그릇들은 곧바로 닦아야 하는 것이 가사의 철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