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전체 글 2665

나의 양복 변천사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양복을 입은 것은 열여덟 살 때였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밴 재킷에 회색 헤링본(역주: 삼목 잎 모양의 줄무늬를 짜넣은 무늬) 슈트였다. 셔츠는 흰색 버튼다운이었고, 넥타이는 검은색 니트. 아이비 전성 시절의 얘기다. 나는 헤링본이라는 무늬를 굉장히 좋아해서 맨 처음 양복을 산다면 이거여야만 된다고 늘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헤링본 양복이란 건 열여덟 살 난 남자에게는 별로 어울리는 게 아니었다. 헤링본을 입으려면 역시 나름대로 연륜이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로 구입한 양복은 결혼할 때 산, 은은한 올리브그린의 영국식 스타일 스리피스로, 이것은-본인이 말하긴 좀 뭣하지만-퍽 잘 어울렸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머리가 길고 지금보다 한결 말랐으며, 얼굴에서는 나름대..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와 엇갈린다. 솔직히 말해 그다지 예쁜 여자아이는 아니다. 눈에 띄는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적지 않다. 벌써 서른살에 가까울테니까. 엄밀히 말하면 여자아이라고 할 수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50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그녀를 알아 볼 정도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부터 내 가슴은 땅울림처럼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 말라 버린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좋아하는 여자아이 타입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령, 발목이 가느다란 여자아이가 좋다든지, 역시 눈이 큰..

헌팅 나이프

앞바다에는 평평한 신기루와 같은 커다란 부표가 두 개 옆으로 나란히 떠 있었다. 물가에서 부표까지 클로로 50 스트로크(수영에서 손발로 한 번 젓기), 부표에서 부표까지 30 스트로크였다. 수영하기에는 적당한 거리이다. 하나의 부표 너비는 방으로 말하면 6조(다다미 6장) 정도로 그것이 쌍둥이 빙산같이 두둥실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이다. 물은 어느 쪽이냐 하면, 부자연스러울 만큼 투명해서 위에서부터 들여다보면 부표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놓은 굵은 쇠사슬이랑 그 앞의 콘크리트 방 추석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수심은 대강 5미터에서 6미터 정도일 것이다. 파도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물살은 일지 않았기 때문에 부표는 거의 흔들리지도 않고, 마치 긴 못으로 단단히 해저에 고정된 것처럼 꼼짝 않고 있었..

야구장

"거의 5년쯤 전의 일입니다만, 저는 야구장 근처에 살고 있었습니다. 대학 3학년 때입니다. 야구장이라고 해서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고 들판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것입니다. 어쨌든, 백네트가 있고 피처 마운드가 있고 1루 벤치 옆에 간단한 스코어보드가 있고, 전체가 그물로 빙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외야는 잔디 바닥이 아니고, 대신에 푸석 푸석한 잡초가 돋아나 있었습니다. 화장실은 하나 작은 것이 있었습니다만, 탈의실이라든가 로커라든가 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구장의 소유주는 그 근처에 큰 공장을 가지고 있는 제철회사로, 입구에는 외부인의 무단 입장은 금한다, 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습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이 되면 그 제철회사의 사원과 공원이 만든 여러 팀이 와서 아마추어 야구시합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

매발톱꽃주의 밤

"역시 안 됩니까?"라고 나는 말했다. "이봐요, 물론 안 되오."라고 문지기는 이쑤시개로 이빨 사이를 쑤시면서 말했다. "당연하지 않소? 벌써 6시 30분이나 지났단 말이오." "정말 잠시 동안만이라도 좋습니다. 잊어버린 물건을 찾으면 곧 돌아올 테니까요." "그건 곤란하오. 들키면 내가 혼나니까."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세상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거 아닙니까? 이봐요, 얼마 전만 하더라도 당신이 어린이 애완용으로 기린이 갖고 싶다고 해서......." "하긴, 얼마 전에는 그랬었지만 말야." 라고 말하고서 문지기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없군. 30분, 딱 30분만이오. 늦어도 7시 까지는 여기로 돌아와 주시오. 이런 일은 원래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

사우스베이 스트라트

- 듀비 브라더즈 를 위한 BGM 대부분의 남캘리포니아 지방이 그렇듯이, 사우스베이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물론 전혀 내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비라는 현상이 어떤 반응을 동반하는 기본적 관념으로서 사람들 속에 자리잡을 정도로는 내리지 않는다. 다시 말해 보스턴이나 피츠버그에서 온 누군가가 "정말이지 장마처럼 지긋지긋하다."고 한다 해도, 사우스베이의 사람들이 그 뉘앙스를 이해하기에는 남들보다 반 호흡 정도 쓸데없이 시간이 더 걸린다는 얘기이다. 남캘리포니아라고는 해도 사우스베이에는 서프 포인트도 없고, 핫로드 코스도, 영화 스타의 저택도 없다. 그저 비가 그다지 내리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이 마을에는 레인코트보다 깡패들 쪽이 훨씬 많고, 우산보다는 주사기 쪽이 더 많다. 만 입구 부근에서 근근..

비엠더블유(BMW) 뉴 비주얼 아이덴티티(New Visual Identity)

비엠더블유(BMW)가 2020년부터 새 로고를 사용한다. 이전보다 간결한 디자인으로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여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대외행사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양산차에는 기존의 로고를 사용한다고 하였다. 원형을 기본으로 독일 바바리아(Bavaria) 주의 깃발을 상징하는 흰색과 푸른색의 배치 등은 기존 로고와 동일하다. 다만 겉 테두리를 투명하게 바꾸고, 3D효과와 조명효과 등을 제거하였다. BMW(비엠더블유)는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바이에리셰 모토렌 베르케(Bayerische Mororen Werke)의 약자이다. 영어로는 바바리안 모터 웍스(Bavarian Motor Works)로 바바리아 자동차 제작소라는 뜻이다. 바바리안(Bavaria)은 독일 동남부에 위치한 주로, ..

착한디자인 2020.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