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전체 글 2665

올해엔 설날은 비교적 즐겁다라고 쓰고 싶다

작년 정월 나는 '설날 같은 것은 조금도 즐겁지 않다'는 의미의 내용을 썼는데, 금년에는 설날은 비교적 즐겁다는 식으로 써보고 싶다. 나는 그런 것을 꽤 좋아한다. 때때로 혼자 토론회를 벌이며 즐기곤 한다. 가령 '인간에게는 꼬리가 있는 편이 좋은가 나쁜가' 하는 식의 테마로 꼬리 지지파 A와 꼬리 배척파 B를 교대로 혼자 해가면서 말이다. 그런 걸 하고 있노라며, 인간의 의견 혹은 사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애매모호하고 임시변통적인가 하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물론 그 애매모호하고 임시변통적인 점이 더할 수 없이 사랑스러운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하여간 설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다. 설날이 되면 우리 집에선 일단 설음식 같은 걸 만든다. 연말에 집사람과 함께 쓰키지의 생선 시장에 가서, 방어니 다랑어..

영화 제목 만들기의 어제와 오늘

요즘 영화 제목은 이렇다 할 만하게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 히트한 영화를 보면 라든가 라든가 같은 오리지널 제목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왠지 흔하다. 도대체가 나 란 제목을 언뜻 들어서는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너무 불친절한 것 같다. 하기야 처럼 '잃어버린 성궤' 따위의 제목이 붙어 있어서 오히려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된 예도 있긴 했지만. 최근에 이해가 잘 안 갔던 것은 진 와일더와 리처드 프라이어가 나온 라는 영화였다. 원제는 'Star Crazy'가 아니라 'Stir-Crazy'였다. 'Stir-Crazy'란 게 어떤 뜻인지 이해가 갑니까? 나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큰 사전을 펼쳐 보았더니(작은 사전에는 나오지도 않는다), 오랫동안 형무소에 있어서 머리가 이상해졌다는..

나는 이발소가 좋다

최근의 젊은 남성들은 대부분 유니섹스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깎는 것 같지만, 나는 전부터 이발소 쪽을 좋아했다. 개성 없는 헤어스타일로 만들어 놓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용실에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여자들 옆에서 여자 미용사가 머리를 깎고 감겨 주는 것이 아무래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리를 잔뜩 말고 있거나, 얼굴 면도를 하거나, 머리에 건조기를 뒤집어쓰고 얼빠진 얼굴로 주간지를 읽고 있는 여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점이 오래전부터 꽤나 신경에 거슬려서 한 번은 여자 몇 사람을 붙잡고 "미용실 옆자리에 남자가 있으면 싫지 않아요?" 하고 물어 봤더니, 그녀들 역시 한결같이 "네,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줄곧 남녀 공학을 다녔으므로 ..

이발소에서 어깨 결림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몰랐었지만, 다른 사람한테 들은 바에 따르면 '도코야(이발소의 옛 호칭)'라는 말은 방송 금지 용어인 모양이다. 라디오라든가 텔레비전에서는 '리하쓰텐(이발소)'이라고 해야만 하는 것 같다. 단, '도코 야상(이발소도코야상(이발소 아저씨)'은 X와 Z의 중간인 Y로, 그 정도라면 뭐 그런대로 봐줄 수 있다고 한다. 이왕 내친김이니까 더 얘기하자면, '야오야(채소 가게)'는 X고, '야오야상(채소 가게 아저씨)'는 Y란다. 허 참, 세상이란 한없이 복잡하다. 도코야라는 말이 대체 어디가 어때서 차별적인 용어라고 하는 걸까? 가령 '재능 없는 작가'라는 비평은 차별적인 용어가 아닐까? '재능에 부자연스러운 작가'라든가 '재능에 핸디캡이 있는 작가'라든가 좀 더 완곡하게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어째서 '도..

남자에게 이른 결혼은 손해인가, 득인가?

열아홉 살에 알게 되어 스물두 살에 결혼 무라카미: 최근, 학생 신분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많습니까? 안자이: 글쎄요... 어떨까요? 무라카미: 어떻습니까? 역시 그다지 많지 않죠. 안자이: 나는 정확히 말하면 학생 결혼이 아닙니다. 졸업하고 나서 결혼했으니까요. 졸업할 때까지는 결혼할 수 없다는 옛날식 가풍을 지닌 가정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학생 신분으로 결혼식 가풍을 지닌 가정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학생 신분으로 결혼한다는 감각이 내게는 없었어요. 열아홉 살쯤에 서로를 알게 되고, 결혼식을 올린 것은 취직한 뒤인 스물세 살 때였지요. 무라카미: 나하고 거의 비슷하군요. 나도 알게 된 건 열여덟 살인가 열아홉 살 때였고, 결혼한 것은 스물두 살 때였어요. 안자이: 그 당시 아직 학생이었나요? 무라카미: ..

팬톤 트렌드 컬러(Pantone Trend Color) 2021년

미국의 색채 전문 기업 팬톤(Pantone)에서 2021년 트렌드 컬러로 얼티밋 그레이(Ultimate Gray)와 일루미네이팅(Illuminating)을 선정하였다. 회색 계열의 얼티밋 그레이와 노란 계열의 일루미네이팅은 따뜻하며 긍정적인 느낌을 주고, 서로 보완하는 컬러라고 하며, 2020년을 겪으며 많이 지쳤던 우리들에게 희망을 전달한다고 한다. 얼티밋 그레이(Ultimate Gray) 17-5104 해변의 조약돌, 화강암 등을 떠올리게 하는 차분한 회색으로 이는 자연의 회복력과 오랜 시간을 견뎌낸 견고함을 상징한다. 또한 믿음, 확신, 마음을 평정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진중함을 상징하는 동시에 너무 무겁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차분한 톤이기에 침실이나 서재, 주방 등 어떠한 공간에서도 배..

착한디자인 2021.01.06

술을 혼자 마시는 습관

나는 혼자서 술을 마시는 일이 많다. 집에서도 음악을 듣거나 비디오를 보면서 맥주나 위스키, 와인을 혼자서 홀짝홀짝 마시고, 혼자 밖에 나가서도 훌쩍 바 같은 데 들어가 두세 잔 걸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물론 나는 자폐증은 아니니까-일전에 3년 만에 업계의 파티에 참석했더니 모 여성 작가가 "어머나, 무라카미씨도 파티에 다 나오시네요. 자폐증이 아니셨네" 하며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며 술을 마시는 일도 있다. 그러나 횟수로 따져 보면 혼자서 마시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원래 친구가 그다지 많지 않은 데다 지방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탓도 있다.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절대로 자폐증 같은 건 아니다. 내가 자폐증이라면 무라카미 류씨는 자개증이다. 하긴 바에서 혼자 술을 마셔도 결코 ..

오페라의 밤

'오페라'라는 말에는 이상하게도 매력적인 울림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결코 오페라 광이나 마니아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페라라는 말은 묘하게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지금부터 오페라를 보러 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뿐만 아니라 막이 오르기 전의 객석의 그 웅성거리는 독특한 술렁임이며,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박스에 들어와 드디어 서곡이 시작될 때의 그 분위기도 너무 좋다. 굳이 오페라 하우스에 가지 않더라도 집 안에서 고양이를 무릎에 올려놓고 싸구려 포도주를 홀짝거리면서, 마당의 단풍나무를 바라보며 레코드로 오페라를 한가로이 듣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비디오로도 오페라를 볼 수 있게 되어 참 고맙다. 한 손에 리모컨을 들고 우리 집 소파에 누워 뒹굴면서 마젤이 지휘..

이오지마 전투(Battle of Iwo Jima)

1945년 2월 19일부터 3월 26일까지 이오지마(Iwo Jima) 섬에서 벌어진 미국과 일본 간의 전투였다. 이 전투는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선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일본군은 벙커와 숨겨진 포대, 18km에 달하는 땅굴로 이오지마를 요새화하였다. 미군은 해군과 공군의 지원 하에 일본군 지역에 어마어마한 양의 화력을 퍼부었다. 이 전투는 미국이 일본의 본거지를 공격한 첫 전투이며 일본군은 이에 완강하게 맞섰다. 미군의 공격은 이오지마에 있는 2개 비행장을 점령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양측 모두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전투 시작부터 일본의 패배는 자명한 것이었다. 미국은 화력 면에서나 규모 면에서 일본을 압도하였으며, 일본은 퇴각이나 병력 지원이 불가능한 상태였기에 ..

늙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최근에 '스니커 미들'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요컨대, '단괴세대(역주: 1948년을 전후해서 태어난 사람이 많아서 연령별 인구 구성상 두드러지게 팽배한 세대>'가 나이를 먹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숨 막히게 답답한 세대인데(나도 그 일원이지만), 그들이 모두 중년이 되어 버렸으니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무겁다. 아랫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큰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동정한다. 그런데, 사람은 모두 나이를 먹는다. 그런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정말로'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은 나이를 먹어 보기 전에는 좀처럼 알 수가 없다. 머리가 벗겨지는 것은 어떠한 느낌일까, 성욕은 어느 정도 남을까, 노안은 어느 정도나 불편할까, 그런 일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