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 집 고양이가 죽고 말았다. 이 고양이는 무라카미 류 씨에게서 얻어 온 아비시니언 종으로 이름은 '기린'이었다. 류 씨 집에서 왔기 때문에 '기린'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 맥주(역주: 일본의 유명 맥주 상표에 '기린'이 있음)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나이는 네 살로, 사람으로 따지자면 아직 20대 후반이나 서른 정도니까 요절인 셈이다. 이 고양이는 방광에 결석이 쌓이기 쉬운 체질이고 전에도 수술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항상 다이어트 캣 푸드(라는 게 이 넓은 세상에는 존재하는 것이다)를 줬는데 결국 방광이 악화되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애완동물 전문 업자에게 화장을 의뢰해서 그 뼈를 작은 항아리에 담아 가미다나(역주: 집 안에 부적을 모시는 선반)에 올려놓았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일본식 집이므로 가미다나가 딸려 있어 이럴 때는 매우 편리하다. 새로 지은 방 두 개짜리 맨션 같으면 고양이 뼈를 둘 장소를 찾아내는 게 큰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냉장고 위에다 아무렇게나 올려놓을 수도 없는 것이고.
우리 집에는 이 '기린' 외에도 또 한 마리 열한 살짜리 암컷 샴 고양이가 있는데, 이름은 '뮤즈'다. 이 이름은 순정 만화 <유리의 성>의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전에는 <내일을 향해 쏴라>의 콤비의 이름을 딴 '부치'와 '선댄스'라는 두 마리의 수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를 기르다 보면 일일이 이름을 붙이는 것도 귀찮은 일이라, 대개는 지극히 쉽게 이름을 짓고 만다. 한때는 '줄무늬'라는 이름의 줄무늬 고양이를 길렀었고, '얼룩이'란 이름의 삼색 고양이가 있었던 적도 있다. 스코티쉬 폴드라는 종류의 고양이를 길렀을 때는 '스코티'란 이름을 붙였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파생적으로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검둥이'란 이름의 검은 고양이를 길렀던 적도 있다.
근 15년 동안 우리 집을 오갔던 고양이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각각의 운명을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A: 죽은 고양이 - 기린, 부치, 선댄스, 줄무늬, 스코티
B: 다른 사람에게 준 고양이 – 얼룩이, 피터
C: 자연스레 없어진 고양이 – 검둥이, 통통이
D: 현재 남아 있는 고양이 - 뮤즈
생각해 보면 집 안에 고양이가 한 마리도 없었던 기간은 15년 동안 고작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지만, 고양이도 성격이 다양해서 한 마리 한 마리가 저마다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행동 양식도 다르다. 지금 기르고 있는 샴 고양이는 내가 손을 잡아 주지 않으면 출산을 하지 못하는 참으로 별난 성격의 고양이다. 이 고양이는 진통이 시작되면 곧장 내 무릎으로 달려와서 '영차'하는 느낌으로 앉은뱅이 의자에라도 기대는 듯한 자세로 주저앉는다. 내가 양손을 꼭 잡아주면 이윽고 한 마리 또 한 마리하고 새끼 고양이를 낳는다. 고양이의 출산은 보고 있으면 매우 재미있다.
'기린'은 건강하고 탄탄하고 살이 찐 데다 식욕이 왕성한 수고양이로-이 묘사는 무라카미 류 씨의 개성과는 관계없다-성격도 개방적이어서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 꽤 인기가 좋았다. 방광의 상태가 나빠져서 약간 기운이 떨어지긴 했지만, 죽기 전 날까지도 도저히 그대로 죽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동네 수의사 선생님께 데려가 고였던 오줌을 빼고 결석을 녹이는 약도 먹였는데, 하룻밤 지나고 보니 부엌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눈을 번쩍 뜬 상태 그대로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고양이는 언제나 참으로 깨끗하게 죽는다. 죽은 얼굴이 하도 깨끗해서 양지바른 곳에 놓아두면 해동되어 되살아나지나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오후에 애완동물 전문매장 업자가 라이트 밴을 타고 고양이를 가지러 왔다. 영화 <장례식>에 나오는 반듯한 상복 차림을 한 사람이었다. 일단 애도의 말을 했는데, 이건 인간들끼리 나누는 애도의 표시를 적당히 간략화한 것으로 상상하면 된다. 그러고 나서 요금 얘기를 꺼냈다. 화장->납골 코스는 항아리 값이 포함되므로 2만 3,000엔이다. 라이트 밴 후미의 짐칸에서는 플라스틱 의상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독일 셰퍼드의 모습도 보였다. 아마 '기린'은 저 셰퍼드와 함께 태워지겠지.
'기린'이 라이트 밴에 실려 가고 나자 온 집안이 썰렁하게 느껴져서 나도 집사람도 남은 고양이도 안절부절못하고 말았다. 가족이라는 건-설사 그것이 고양이라 해도-저마다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는 것으로, 그 한 귀퉁이가 무너지면 한동안은 기묘하게 균형이 뒤틀려 버리는 것이다. 집에 있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아서 요코하마에라도 갈까 하고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을 뚫고 역까지 걸어갔지만, 그것도 왠지 귀찮아져서 도중에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지금은 '뮤즈'와 '고로케'라는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 '마이클'이나 '고테쓰'란 이름의 고양이는 전국적으로 산더미같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