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집사람과 비행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보아크'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내가 모르는 단어였다. 그게 도대체 뭘까? 하고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놀랍게도 영국의 국영항공사 'BOAC'를 말하는 것이었다. 당초의 'BOAC'라는 회사는 이미 없어졌고, 지금은 '브리티시 에어웨이'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러자 어쨌든 간에 'BOAC(비 오 에이 씨)'를 '보아크'라고 읽는 게 엉터리냐 하면, 그건 얼른 설명할 수가 없다. 아무튼 그렇게 정해져 있는 것이다. 'BOAC'는 어디까지나 '비 오 에이 씨'로 읽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니까 집사람은 "당신처럼 자질구레한 일을 가지고 잔소리만 해대면, 나이를 먹어서 모두한테 따돌림을 당한다구요"하고 말했다. 분명히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UFO'를 '유포'라고 읽을 때마다, 나는 언제나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UFO'는 역시 '유 에프 오'다. 죽어도 '유포'가 좋다고 하는 사람은 'USA'를 '유사'라고 읽으십시오. 안 그렇습니까?
비행기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가령 'JAL'이라든가 'KAL' 같은 것은 '잘'이나 '칼'로 읽지만 'TWA' 같은 것은 '트와'라고는 읽지 않는다. 극동방송 'FEN'을 이따금 '펜'이라고 읽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어떻게 되는 걸까?
미국인 중에서 'FEN'을 '펜'이라고 읽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잘은 모르지만 일단 '에프 이 엔'이라고 정확히 말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블루 선더>라는 영화 속에서 신참 헬리콥터 근무 경관이 'JAFO'라는 이름이 쓰여 있는 모자를 쓰게 하니까, 모두에게 "자포가 무슨 약자입니까?"하고 물어보고 다니는 대목이 있다. 무슨 약자인지는 그 영화를 보고 확인해주기 바란다.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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