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 니콜은 진구마에 2가에 살고 있고 가끔 나한테 놀러 온다. 누가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지만 동네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거짓말쟁이 니콜'이라 부른다. 니콜이라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일본인이다. 어째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그 사정은 나는 모른다. 아무튼 거짓말쟁이 니콜은 이름 그대로 거짓말을 잘한다. 거짓말이 틀림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속게 된다. 굉장한 재능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그녀는 나를 찾아와서 아주 중요한 비밀을 나에게만 털어놓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사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젖이 세 개였어요." 하고 진지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나는 거짓말이 뻔하다고 생각했다. 어쨌건 상대방은 거짓말쟁이 니콜이 아닌가. 나도 그렇게 바보는 아니다.
"저런 그것 참 큰일이군."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받아 넘겼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거짓말쟁이 니콜은 훌쩍훌쩍 울면서 말했다.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구요. 나는 젖이 세 개나 있어요. 보통 사람은 둘 밖에 없잖아요. 그렇죠?"
"내가 아는 한은 그렇지." 내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을 쳐다보았다. 하얀 블라우스 위를 보는 한, 유방은 두 개처럼 보였다.
"세 번째 것은 작거든요." 거짓말쟁이 니콜이 설명했다.
"한가운데 아주 작게 붙어 있어요. 작긴 해도 젖꼭지도 붙어 있다고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서 선생님한테만 특별히 보여드릴게요. 그러니까 1만 엔만 주세요."
나는 처음부터 그런 얘기는 거짓말이 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대담한 거짓말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도 있었고 1만 엔 정도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마침 이틀 전에 꽤 거액의 원고료를 받은 참이었다.
"좋아, 진짜로 보여준다면 1만 엔을 주지."
"부끄러우니까 전깃불을 꺼주실래요?" 그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말했다.
나는 현관의 전기를 껐다. 이미 저녁 무렵이었기 때문에 조금 어두웠지만 젖이 두 개인지 세 개인지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거짓말쟁이 니콜은 블라우스 단추를 천천히 풀더니 휙 하고 앞을 벌렸다 닫았다. 분명히 브래지어 컵과 컵 사이에 조금 봉긋한 부분이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종이 점토를 붙여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시 한 번 천천히 보지 않고는 잘 모르겠는 걸. 그것 가지고는 1만 엔을 줄 수 없어." 내가 불평했다.
거짓말쟁이 니콜은 갑자기 현관에 쓰러지듯 주저앉으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아아, 소설가 따위를 믿는 게 아니었어. 내가 바보였어. 내가 제일 창피스러워 하는 것을 보여주었는데도 약속한 1만 엔을 주지 않잖아.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호색한, 비열한 놈."
그때 마침 공교롭게도 구로네코 야마토의 택배 배달원이 짐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나는 그녀한테 1만 엔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이야기를 현관에서 큰 소리로 떠들어대면 견뎌낼 재간이 없다. 하지만 그건 점토였다고,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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