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잠을 이루지 못한 지 열이레 째다. 나는 불면증을 얘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불면증에 대해서라면 조금은 알고 있다. 대학생 시절, 한번 불면증 비슷한 것에 걸린 일이 있다. 구태여 '비슷한 것'이라고 말하는 까닭은, 그 증상이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불면증이라 부르는 증상과 일치하는 것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에 갔더라면 그것이 불면증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 병원에 간다한들 필경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못할 것이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딱히 그렇게 믿을 만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직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가 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병원에도 가지 않았고, 가족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줄곧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