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무라카미하루키

우리는 신나게 즐길 수 있다

chocohuh 2023. 8. 28. 14:46

도서관에 간다고 아버지한테 말하고

차를 빌려 타고 그대로 안녕

그녀는 그럴 생각으로

햄버거 가게 앞을 마구 달린다

라디오의 볼륨을 올리고

전속력으로 질주

마음껏 즐긴다

아버지한테 선더버드를 압수당할 때까지는

 

이것은 비치보이스의 1964년도 히트송 <펀 펀 펀>의 기사다. 나는 비치보이스의 수많은 히트송 가운데서도 이 곡을 제일 좋아한다. 리듬도 멜로디도 듣고 있으면 행복해지고, 또 가사가 기가 막히게 좋다. 가사를 듣고 있기만 해도 눈앞에 그 모습이 떠오른다. 1964년형 빨간색 유선형의 선더버드(Thunderbird: 미국의 승용차 종)에 탄 포니테일(역주: 뒤로 땋아 늘어뜨린 머리형)의 아가씨. 도서관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버지의 차를 빌려 가지고, 득의만만해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러 나간다. 여자 아이들은 모두 망연히 그녀를 바라본다. 남자아이들은 바로 차에 올라타고 카 체이스(역주: 자동차끼리의 추격전)를 시작한다. 하지만 모두들 선더버드를 상대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러는 사이에 그녀는 아버지에게 들켜서 차를 압수당한다. 그래서 그녀는 크게 낙담한다. 하지만 ''에게 있어서는 그쪽이 행복하다. 그러니까,

 

이제 즐거움은 끝났다고

너는 생각하고 있지만

나와 함께 가자

선더버드가 없어도

우리는 틀림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을 테니까

 

라는 것이다. 1964년의 선더버드 아가씨는 지금은 이미 30대 중반을 넘어섰을 것이다. 그녀는 대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제인 폰다가 경영하는 워크아웃 헬스 센터에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ET>에 나오는 것 같은 신흥 주택지에 살면서 베리 매닐로우의 노래라도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이따금 그녀와 그 빨간색 선더버드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