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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내 학창 시절의 아르바이트는

chocohuh 2023. 9. 6. 11:10

내 학창 시절이라면 이미 10년도 더 된 이야긴데, 시간당 평균적인 아르바이트 수당은 대충 다방의 평균적인 커피 값과 같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960년대 말을 기준으로 150엔 정도였다. 아마 하이라이트 담배가 80, 소년들이 보는 잡지가 100엔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레코드를 잔뜩 샀기 때문에, 하루 반만 일하면 LP 한 장을 살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일했다.

 

지금은 커피가 300엔인데 비해서 아르바이트 수당은 시간당 500엔쯤 되니까 상황은 조금 달라진 듯싶다. LP라면 하루만 일하면 두 장 정도는 살 수 있다. 숫자만 보면 최근 10년 동안 우리의 생활은 편안해진 듯싶다. 그러나 생활 감각에서 본다면 그렇게 편안해진 것도 아니다. 옛날에는 가정주부가 부업 전선에 나서는 일도 별로 없었고, 샐러리맨을 상대로 한 고리 대금업도 없었다.

 

숫자라는 것은 참으로 복잡하다. 그러니까 총무처 통계국 같은 곳은 도저히 신용할 수가 없다. GNP도 솔직히 말해서 의심스럽다. 그야 GNP라는 게 신주쿠의 니시구치 광장에 덩그러니 놓여 있어서, 만지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만질 수 있다면 나도 신용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실체가 없는 것 따윈 절대로 믿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다케무라 겐이치라든가 다나카 가쿠에 같은 사람들은 실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숫자의 그런 미심쩍은 점을 제대로 간파한 뒤에, 적절한 부분만을 선택하여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숫자라면 대충 수첩 한 권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학창 시절에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산 레코드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으며,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듣고 있다. 무엇이든 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수라든가 양이 아니라 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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