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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왜 1년의 첫달은 즐거운 달일까

chocohuh 2023. 9. 1. 11:38

옛날부터 설날이라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필연성이 전혀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론적으로 따져보면 동지의 이튿날부터 신년이 된다고 하는 쪽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11일이 1년의 시작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렇기는 하지만 물론 어떤 필연성은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가 수천 년씩이나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그러한 습관을 꼬박꼬박 지켜왔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 점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조사해 보겠다고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조사를 해보지 못하고 있다. 머잖아 꼭 알아보아야겠다.

 

그런 이유로 나는 설날에 대해서는 비교적 회의적인 편이다. 학생 시절에도 설날이라고 해서 특별히 집에 돌아가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면 무엇을 했느냐 하면 아르바이트를 했다. 연말부터 설날 연휴까지 하는 아르바이트에는 특별 수당이 붙으니까 득이다. 주위 사람들은 '정월까지 일을 하다니 고생이겠군.' 하고 말해주지만 이쪽으로서는 설날 같은 것은 애초에 신용하고 있지 않으니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아버지와 얼굴을 마주 보고 세배를 올리거나 텔레비전의 시시한 프로를 보거나 하는 것보다는 일을 하고 있는 편이 훨씬 낫다.

 

특히 좋았던 점은 섣달 그믐날 밤에 신주쿠의 올 나이트 영화관을 차례차례 방문하는 일이었다. 10시부터 시작해서 아침까지 전부 6편 정도의 영화를 본다. 가부키초(도쿄의 영화관이 늘어선 환락가)의 도에이 영화관을 나오면 하늘이 희끄무레하게 밝아 있어서, 무심하게 설날을 맞이하는 분위기도 꽤 쓸 만한 것이었다. <가요 청백전>이라든가 <가는 해 오는 해> 같은 무의미한 프로는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작년 섣달 그믐날에 오래간만에 가부기초를 걸어보았더니, 올 나이트 영화관이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까, 요즘의 종업원이나 아르바이트 학생은 설날 아침만큼은 집에서 지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간 섭섭한 일이 아니다. 몇 번씩이나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설날 아침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과연 특별한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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