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듀비 브라더즈 <사우스베이 스트라트>를 위한 BGM
대부분의 남캘리포니아 지방이 그렇듯이, 사우스베이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물론 전혀 내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비라는 현상이 어떤 반응을 동반하는 기본적 관념으로서 사람들 속에 자리잡을 정도로는 내리지 않는다. 다시 말해 보스턴이나 피츠버그에서 온 누군가가 "정말이지 장마처럼 지긋지긋하다."고 한다 해도, 사우스베이의 사람들이 그 뉘앙스를 이해하기에는 남들보다 반 호흡 정도 쓸데없이 시간이 더 걸린다는 얘기이다.
남캘리포니아라고는 해도 사우스베이에는 서프 포인트도 없고, 핫로드 코스도, 영화 스타의 저택도 없다. 그저 비가 그다지 내리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이 마을에는 레인코트보다 깡패들 쪽이 훨씬 많고, 우산보다는 주사기 쪽이 더 많다. 만 입구 부근에서 근근히 생계를 잇고 있는 새우잡이 어부가 가슴에 45구경 세 발을 맞고 죽은 시체를 건져 올렸다고 해도 그것은 그다지 드문 사건이 아니었고, 롤스로이스를 탄 흑인이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하고 있다고 해도, 게다가 그가 은으로 된 시가 케이스로 젊은 백인 여자를 냅다 때렸다 해도 그것은 그다지 진귀한 풍경이 아니다.
요컨대 사우스베이 시티는 젊은이들이 영원히 젊고 그 눈동자는 바다색 같은 블루, 그런 타입의 남캘리포니아가 아닌 것이다. 첫째로 사우스베이의 바다는 푸르지 않다. 거기에는 중유가 새까맣게 떠있어서 선원이 내 버린 담배 꽁초 덕분에 때아닌 불길을 만나게 되는 일도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영원히 젊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죽어 버린 젊은이들뿐이다.
물론 나는 관광을 목적으로 사우스베이 시티에 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럴을 구하러 온 것도 아니다. 어느 쪽이든, 사우스베이 시티보다는 오클랜드의 시립 동물원에 가는 것이 훨씬 낫다. 내가 사우스베이에 온 것은 한 젊은 여자를 찾기 위해서이다. 내 의뢰인은 로스앤젤레스 교외에 살고 있는 중년의 변호사인데, 내가 찾는 젊은 여자는 예전에 그곳에서 비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 날 몇 장의 서류와 함께 모습을 감추었는데, 거기에는 극히 개인적인 한 통의 편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곧잘 있는 얘기이다. 그리고 일 주일 후에 그 편지의 사본과 조심스럽다고는 하기 어려운 액수의 돈을 요구하는 편지가 온다. 편지의 소인은 사우스베이 시티. 변호사는 그 정도의 돈이라면 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50만 달러 정도의 돈으로 세계가 뒤집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만일 편지의 원본이 돌아온다고 해도, 협박자 수중에는 몇 다스나 되는 사본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곧잘 있는 얘기이다. 그래서 사립탐정이 고용된다. 하루에 120달러와 필요 경비, 2천달러의 성공 보수, 이만하면 싸구려다. 남캘리포니아에서 돈으로 살수 없는 것은 없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아무도 가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는 그 여자의 사진을 가지고 사우스베이 일대의 바와 클럽을 모조리 뒤지고 다녔다. 이곳에서 손쉽게 누군가를 찾아내고 싶다면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비프스테이크를 한 손에 들고 상어 떼 속을 걸어 다니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반드시 누군가가 거기에 달려든다. 그 반응은 기관총 탄환일지도 모르고, 도움이 되는 정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간에 반응인 것은 확실하고, 내가 바라고 있는 것도 그것이었다. 나는 3일 동안 돌아다니며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의 이름을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나서, 방에 틀어박혀 캔 맥주를 모조리 다 비우고 45구경을 소제하면서 그 반응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뭔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아주 괴로운 작업이다. 반드시 뭔가가 나타나리라는 것을 직업적인 감으로 알고 있다고 해도, 그래도 역시 기다리는 건 괴롭다. 이틀, 사흘, 방 안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신경이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이런 곳에서 기다리고 있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세상을 들쑤시고 다니는 쪽이 얘기가 빠르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들게 된다. 그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사립탐정의 평균 수명을 줄이게 된다.
아무튼 나는 기다렸다. 서른여섯 살인 나는 아직 죽기에는 너무 이르고, 적어도 사우스베이 시티의 소변 냄새 나는 뒷골목에서는 죽고 싶지 않다. 사우스베이 시티에서는 사체보다 손수레 쪽이 정중하게 취급된다. 특별히 이런 곳에서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다.
반응은 3일째 되는 날 오후에 나타났다.
나는 테이블 밑에 45구경을 껌 테이프로 붙여 두고, 소형 리볼버를 손에 들고는 문을 2인치 정도 열었다.
"양 손을 문에 대." 하고 나는 말했다. 몇 번이나 말했듯이 나는 일찍 죽고 싶지 않다. 비록 싸구려라 해도, 나는 나에게는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인 것이다.
"오케이, 쏘지 말아요."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는 천천히 문을 열어 여자를 안으로 끌어들이고는 문을 잠갔다. 사진대로의, 아니 사진 이상으로 멋진 여자였다. 근사한 금발과 로켓 같은 유방, 중년의 사내가 엉덩이 털까지 뽑힌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녀는 몸에 꼭 끼는 원피스에 6인치나 되는 굽이 있는 하이힐을 신고, 에나멜 핸드백을 한 손에 들고 침대 끝에 앉아 있었다.
"버번밖에 없는데, 마실 텐가?"
"마시겠어요."
나는 손수건으로 글라스를 닦고 나서, 거기에 손가락 세 개분의 올드 크로우를 부어 그녀에게 건넸다. 여자는 입술을 대고는 대담하게 반 잔 정도를 마셨다.
"아름다운 우정의 시작?"
"그렇다면 좋겠지만." 하고 나는 말했다.
"우선 편지 얘기를 했으면 하는데."
"좋아요. 편지 얘기 말이죠? 로맨틱하군요."하고 여자는 말했다.
"그런데 대체 무슨 편지를 말하는 거죠?"
"당신이 훔친 다음, 그걸로 누군가를 협박해서 금품을 뜯어낸 편지 말이지. 아직 생각나지 않나?"
"생각이 나지 않는데요. 하지만 난 편지 같은 건 훔치지 않아요."
"그럼 로스앤젤레스의 변호사 밑에서 비서 일을 했던 적도 없나?"
"물론이에요. 난 그저 이곳에 와서 당신과 좋은 일을 하면 100달러를 받을 수 있다기에......."
검은 덩어리가 위(胃)의 입구를 향해 치밀어 올라왔다. 나는 여자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테이블 밑에서 45구경을 뜯어내어 침대 밑에 배를 깔고 누웠다. 그와 동시에 기관총의 탄환이 진 크루퍼의 드럼 롤 같은 소리를 내며 방으로 날아들었다. 그것은 문을 부수고, 창을 깨고, 벽지를 찢고, 꽃병 조각을 온 방안에 흩뿌리고, 매트리스를 솜사탕으로 바꾸어 버렸다. 톰프슨 기관총풍(風) 세계의 재건이었다.
그러나 기관총이란 것은 그 시끄러움에 비해 그다지 효과가 없다. 확실히 그것은 고기를 다지는 데는 적합하지만, 사람을 정확히 죽이는 무기는 아니다. 수다스러운 여류 칼럼니스트와 마찬가지이다. 요컨대 경제 효과의 문제이다. 탄창이 비는 철컥 하는 소리를 확인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누가 봐도 반해 버릴 정도의 빠른 속도로 연달아 네 번 방아쇠를 당겼다. 두 발은 반응이 있었지만, 두 발은 실패였다. 5할의 확률이라면 다저스 팀의 4번 타자감은 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의 사립탐정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꽤 잘 하시는군, 탐정 나으리."하고 문 저쪽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야."
"이제 알겠군. 협박 같은 건 애초에 없었어. 편지 얘기도 거짓말이야. 제임스 사건 때문에 내 입을 막고 싶었을 뿐이었군."
"그렇소, 탐정 양반. 머리가 잘 돌아가는군. 당신이 입을 열면 많은 사람들이 곤란해져. 그러니 당신은 사우스베이 시티의 싸구려 호텔에서 매춘부와 함께 죽는 거야. 틀림없이 좋지 않은 평편이 날 거야."
꽤 훌륭한 계획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대사가 너무 길다. 나는 문을 향해 나머지 세 발의 45구경을 쏘았다. 한 발만이 반응이 있었다. 3할 3푼 3리, 은퇴를 할 때가 됐다. 누군가가 15달러짜기 화환 정도는 보내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납의 샤워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번 것은 길게 계속되지는 않았다.
두 개의 총성이 진 크루퍼와 바디 리치의 드럼 배틀처럼 겹쳐졌고, 10초 후에는 모든 것이 끝났다. 막상 일이 벌어지면 경관은 빠르게 일을 처리한다. 그 막상이라는 때가 될 때까지가 시간이 걸릴 뿐이다.
"이젠 오지 않을 건가 하고 생각했지." 하고 나는 소리쳤다.
"물론 오지." 하고 어피니언 경위는 어딘지 느슨한 목소리로 말했다.
"단지 좀 그놈이 지껄이게 놔 두고 싶었던 거야. 자네 정말 멋있게 해냈네."
"상대는 누구야?"
"사우스베이 시티의 어지간한 깡패지. 부탁한 놈이 누군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필코 입을 열게 만들겠어. 로스앤젤레스의 변호사도 붙잡을 거고. 믿어도 되네."
"여어, 아주 열심이로군."
"사우스베이 시티도 이제 슬슬 깨끗해져도 좋을 때지. 자네의 증언에 따라서는, 시장(市長)자리까지 위태위태할 거네. 자네 기호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세상에는 매수되지 않는 경관도 있는 거야."
"그래?"하고 나는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번 내 사건이 함정이었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로군?"
"알고 있었지. 자네는?"
"나는 의뢰인을 의심하지 않네. 그게 경관과 다른 점이야."
그는 빙긋 웃어 보이고는 방을 나갔다. 경관의 웃음은 언제나 똑같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만이 그런 식으로 웃는다. 그가 나간 뒤에는 나와 여자와 수백 발의 납 탄환만이 남았다.
사우스베이 시티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사체보다 손수레 쪽이 정중하게 취급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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