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5년쯤 전의 일입니다만, 저는 야구장 근처에 살고 있었습니다. 대학 3학년 때입니다.
야구장이라고 해서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고 들판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것입니다. 어쨌든, 백네트가 있고 피처 마운드가 있고 1루 벤치 옆에 간단한 스코어보드가 있고, 전체가 그물로 빙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외야는 잔디 바닥이 아니고, 대신에 푸석 푸석한 잡초가 돋아나 있었습니다. 화장실은 하나 작은 것이 있었습니다만, 탈의실이라든가 로커라든가 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구장의 소유주는 그 근처에 큰 공장을 가지고 있는 제철회사로, 입구에는 외부인의 무단 입장은 금한다, 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습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이 되면 그 제철회사의 사원과 공원이 만든 여러 팀이 와서 아마추어 야구시합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 소속의 정식 연식 야구팀이 있어서 평일에는 그 팀들이 연습을 했습니다. 그 외에 여자 소프트볼부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야구를 좋아하는 회사 같았습니다. 그래도 야구장 이웃에 산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입니다. 저의 아파트는 3루 벤치의 바로 뒤에 세워져 있어서 저는 그 2층에 살고 있었습니다. 창문을 열면 바로 눈앞이 철망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심심해지면-뭐, 낮 동안은 매일 심심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멍하지 아마추어 야구 시합이나 야구부의 연습을 바라보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 곳에 살게 된 것은 야구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아니었습니다.
거기에는 전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청년은 그렇게 말하고는 얘기를 끊더니 상의 포켓에서 담배를 꺼내 한 개비 피워 물었다. 나와 청년은 그 날이 첫 대면이었다. 그는 아주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글씨를 썼다. 내가 그와 만나 볼 생각이 든 것도 이유라고 하자면 그 차밍한 글씨가 계기였다. 차밍이라고 해도 그의 글씨의 아름다움은 세상에 흔히 있는 펜습자적인 유려함과는 무관해서 어느 쪽이냐 하면, 그것은 꾸밈없고 소박하다는 면에서 개성적이라는 종류의 것이었다. 하나하나의 글자는 흔들흔들 좌우로 흔들린 금정류(서툰 글씨를 한 유파처럼 불러서 조롱하는 말)로, 밸런스도 제멋대로이고, 어딘가의 선이 너무 길거나 아니면 너무 짧거나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씨에는 노래라도 부르는 듯한 유유자적함이 있었다. 나는 태어나서 이 정도로 아름답고 멋이 있는 펜글씨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는 그런 글씨로 원고지 70매 정도의 소설을 완성해서 내게 소포로 보내왔던 것이다.
나에게는 가끔 그런 원고가 우송되어 온다.
카피한 경우도 있고 육필한 경우도 있다. 사실은 대충 훑어보고 감상평이나 무언가를 써야만 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런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자신도 없고 해서-요컨대 극단적으로 개인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인간인 것이다-언제나 양해의 편지를 넣어 본인에게 돌려보내고 있다.
미안하게는 생각하지만, 잘못된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릴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청년이 보내온 70매의 소설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앞서도 얘기했듯이, 글씨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어서, 이 정도로 멋진 글씨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소설을 쓰는 것인지 아무래도 궁금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그 원고에 첨부된 편지의 문장이 대단히 예의바른 데다 심플하고 정직했기 때문이다.
폐를 끼쳐 드려서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설을 써 보기는 했지만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스스로도 결정하기 어려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본인이 쓰려고 했던 소재와 본인이 쓴 작품과의 사이에는 커다란 갭이 있는데, 그것이 도대체 작가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자신으로서는 잘 알 수가 없다, 아주 짧은 비평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다라는 편지였다. 취미가 고상한 편지지와 취미가 고상한 봉투였다. 오자도 없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그의 소설을 읽었다.
소설의 무대는 싱가포르 해안이었다.
주인공인 25세 독신 샐러리맨으로, 그는 애인과 함께 휴가를 얻어 싱가포르에 와 있었다.
그 해안에는 게 요리 전문의 레스토랑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게 요리를 아주 좋아했고, 그 레스토랑은 그 지방 사람들 상대의 것이었기에 가격이 굉장히 쌌고, 그래서 두 사람은 매일 저녁때가 되면 그곳으로 가서 싱가포르산 맥주를 마시고 배불리 게 요리를 먹었다. 싱가포르에는 몇 십 종류의 게가 있고, 백 종류도 넘는 게 요리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레스토랑을 나와 호텔방으로 돌아오자, 그는 지독하게 기분이 나빠져 화장실에서 토했다. 위 속은 게의 흰 살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변기 물에 뜬 그런 게살덩어리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것은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듯이 보였다. 처음에는 그것이 눈의 착각이겠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게살덩어리는 확실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주름이 뒤틀어지는 것 같은 느낌으로 살의 표층이 실룩실룩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흰 벌레였다. 게살과 같은 색을 한 희고 아주 작은 벌레 몇 십 마리가 게살의 표면에 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다시 한 번 위 속의 것을 몽땅 토했다. 위가 주먹 정도의 크기로 까지 수축했고, 쓴 녹색의 위액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그는 토했다. 그래도 부족해서 그는 양치 액을 꿀꺽꿀꺽 마시고 그것을 다시 전부 토했다. 그러나 벌레에 대한 일은 애인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그는 애인에게 구역질 기미는 없느냐고 물었다. 없어요, 하고 애인은 말했다. 당신, 아마도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럴 거예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맞아, 하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 날 저녁 때 두 사람은 같은 접시에 담긴 같은 요리를 먹었던 것이다. 그날 밤, 남자는 푹 잠든 여자의 몸을 달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을 수많은 작은 벌레를 생각했다. 그런 이야기였다. 제재도 흥미롭고 문장도 견실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쓴 소설치고는 대단히 잘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씨가 멋졌다. 그러나 정직하게 말해서 글씨의 매력에 비교한다면, 그 작품의 소설로서의 매력의 정도는 훨씬 낮은 것이었다. 확실히 잘 마무리되어 있긴 하지만, 소설로서의 강약 장단이라는 것이 거의 없이 모두 균등해서 단조로운 것이다.
물론, 내가 다른 사람의 소설 작법에 대해서 결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입장에 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의 소설이 품고 있는 결점이 상당히 숙명적인 종류의 결점이라는 정도는 나도 알 수 있었다. 요컨대 고칠 수가 없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단 한 군데라도 좋으니까 두드러지게 뛰어난 부분이 있으면, 그곳을 포인트로 해서 소설의 레벨을 끌어 올리는 일은 (원리적으로는)가능하다. 그러나 그의 소설에는 그런 데가 없었다.
어디를 취해도 평균적이고 굴곡 없이 밋밋해서 사람의 감정으로 파고드는 데가 없었다.
그러나 나로선 만난 적도 없는 타인을 향해서 정직하게 그런 감상을 써 보낼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상당히 흥미로우니 군더더기 설명 부분을 삭제하고, 주의 깊게 브러시업(수리, 손질)하고 나서 어딘가의 잡지 신인상에 응모하는 것이 타당하리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세밀한 비평은 내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라는 취지의 짧은 편지를 써서 원고에 첨부해 그에게 보냈다.
일주일 후,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폐를 끼치는 게 되겠지만 한번 만나 주시지 않겠느냐고 했다. 자신은 25세로 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직장 근처에 꽤 맛있는 게 요릿집이 있는데 비평을 받은 사례로 간단하지만 한자리 마련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이미 내친걸음이었고, 원고를 읽은 사례로 게를 대접받는다고 하는 것도 어쩐지 흥미로운 일이었기에 나는 나가는 것으로 했다.
나는 글씨체와 문체의 분위기에서 무의식적으로 마른 청년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만나 보니, 그는 표준보다는 통통했다. 그렇다고 해서, 비만하다는 뜻은 아니고 살이 찐 편으로 여유가 있다는 정도이다. 볼이 통통하고, 이마가 넓고, 살짝 머리를 한가운데에서 양쪽으로 나누고, 선이 가는 둥근 형의 안경을 쓰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청결하고, 성장 배경이 좋은 것 같고, 복장의 취향도 견실했다. 그러한 점은 예상대로였다.
우리 두 사람은 인사를 하고 나서, 작은 객실에서 마주보고 앉아 맥주를 마시고 게를 먹었다. 식사하는 동안 소설 이야기는 거의 꺼내지 않았다. 나는 그의 글씨를 칭찬했다. 글씨를 칭찬받자, 그는 아주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그런 뒤에, 그는 은행 업무의 내막적인 얘기를 화제로 꺼냈다. 그의 이야기는 꽤 재미있었다. 적어도 그의 소설을 읽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었다.
"소설에 대해선 이제 아무래도 좋습니다." 하고 얘기가 일단락된 곳에서 그는 변명하듯이 말했다.
"실은 원고를 돌려받고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스스로도 좋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손질하면 조금 더 부분적으로 나아질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그렇더라도 제가 쓰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진짜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건 진짜로 있었던 일인가?"하고 나는 깜짝 놀라서 물어 보았다.
"네 물론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작년 여름의 일입니다."하고 그는 정말이지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실제로 있었던 일 이외에는 저는 잘 쓸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진짜 있었던 일밖에 쓰지 않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죄다 현실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문제는 그 점입니다."
나는 애매하게 대답을 했다.
"저는 아무래도 이대로 은행원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하고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스토리로서는 상당히 유티크해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네. 나는 아주 당연히 이매지네이션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하고 나는 말했다.
그는 젓가락을 놓고 잠시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잘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저는 종종 이상한 체험을 합니다."하고 그는 말했다.
"이상하다고 해서 그렇게 당치도 않은 듯한 일은 아니고, 이상하지 않다고 한다면 특별히 이상하지도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제게 그것은 어쩐지 좀 기묘한 사건인 겁니다. 현실감이 조금쯤 결여된 듯한 종류의 것입니다. 즉, 싱가포르 해안의 레스토랑에서 게를 먹고 토하고 벌레가 나왔는데도, 여자 쪽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고 있다는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상하다고 하면 이상하고, 이상하지 않다고 하면 이상하지 않지요. 그렇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 제 안에 가득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써 보자고 생각했던 겁니다. 제재엔 불편한 점이 없으니까 얼마든지 쓸 수 있으리라고요. 하지만 실제로 써 보고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소설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라고 말입니다. 흥미로운 제재를 아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좋은 소설을 많이 쓸 수 있다고 한다면 소설가와 은행가의 차이는 없어져 버리겠지요." 나는 웃었다.
"그래도 만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하고 그는 말했다.
"덕분에 여러 가지 일이 후련해졌습니다."
"특별히 인사를 받지 않아도 좋으니까, 그 대신에 자네가 말한 그 이상한 체험이라는 것을 어느 것도 좋으니까 하나 들려 줄 수 있겠나?" 하고 나는 말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약간 놀란 것 같았다. 그는 글라스에 남아 있던 맥주를 한 입에 털어 넣고, 그런 뒤에 물수건으로 입가를 닦았다.
"제 이야기를 말입니까?"
"음. 물론 자네가 자신의 소설을 위해서 남겨 두고 싶다고 한다면 다르지만."하고 나는 말했다.
"아닙니다. 이제 소설은 어찌됐든 괜찮습니다."라고 그는 말하며 손을 내저었다.
"말씀 드리는 것은 전혀 상관없습니다.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니까요. 단지 제 얘기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내 쪽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런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는 말했다. 그렇게 되어 그는 야구장의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이다.
"야구장 외야의 뒤편은 모래밭으로 되어 있고, 강 건너 편에는 잡목 숲에 섞여 아파트가 몇 동인가 듬성듬성 지어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도심에서 꽤나 떨어진 교외로, 주위에는 밭 따위가 꽤 남아 있었습니다. 봄이 되면 종달새가 빙글빙글 돌면서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곳에서 살았던 이유는 그다지 목가적인 것이라고는 할 수가 없는 아주 세속적인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어떤 여자애에게 빠져 있었습니다만, 그녀는 저 따위는 개의치도 않는 듯했습니다. 그녀는 상당한 미인으로, 머리가 좋고 어딘지 모르게 가까이하기 힘든 분위기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녀와 저와는 같은 학년이고 대학의 같은 클럽에 있었습니다만, 그녀의 입버릇으로 보아서는 아무래도 정해진 애인이 있는 듯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녀에게 애인이 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습니다. 클럽의 다른 동료들도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의 생활을 철저하게 체크해 보겠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녀에 대한 여러 가지 일을 알게 되면 뭔가 단서라도 잡을 수 있을 것이고, 만약 그것이 안 되더라도 적어도 저의 호기심은 충족될 것이기 때문이었죠."
"저는 클럽 명부에 실려 있는 주소를 단서로 중앙선의 아주 구석진 역에서 내려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그녀의 아파트를 찾아냈습니다. 아파트는 3층 건물로 꽤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베란다는 남향이고 강가를 향해 있어서 아주 전망이 좋았습니다. 강 건너 편에는 넓은 야구장이 있어서 야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배트가 볼을 치는 소리며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 따위로 들렸습니다.
야구장의 맞은편에는 인가가 모여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녀의 방이 3층 왼쪽 끝에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아파트를 떠나 다리를 건너서 강 맞은편으로 나왔습니다. 다리는 훨씬 하류 쪽에밖에 없었기 때문에 강을 건너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강 건너 언덕을 다시 상류 쪽으로 걸어 그녀의 아파트 맞은편에 서서는, 그녀의 방 베란다를 바라보았습니다. 베란다에는 화분에 심어 놓은 화초가 몇 개인가 나란히 있었고, 구석에는 세탁기가 놓여 있었습니다. 창에는 레이스로 된 커튼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에 나는 야구장을 외야펜스를 따라 레프트에서 서드(3루) 쪽으로 돌았습니다. 그리고 서드 베이스 옆의 마침 좋은 장소에 세워진 몹시 낡은 아파트를 발견했던 겁니다."
"저는 그 아파트의 관리인을 찾아 이층에 빈 방이 있는지 어떤지를 물었습니다. 때마침 계절은 3월의 시작이어서 방은 몇 개인가 비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방을 하나하나 차례로 돌아 제 목적에 딱 맞는 방을 고르고, 그곳에서 살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그녀의 방이 훤히 보이는 곳입니다. 그 한 주일 동안에 저는 짐을 정리해서 그 방으로 이사해 왔습니다. 건물은 낡고 창이 북동향 이었기 때문에 방값은 놀랄 만큼 쌌습니다.
그런 뒤, 저는 본가로 돌아가-본가는 오다와라(小田原)에 있었기 때문에 저는 언제나 주말에 집에 돌아가고 있었습니다만-아버지께 부탁해서 특출나게 큰 카메라의 망원 렌즈를 빌려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삼각 받침대에 장치해서 창가에 놓고 그녀의 방이 보이도록 세트했습니다. 처음부터 들여다보겠다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험 삼아 망원렌즈로 봐 보자는 생각이 들어 실제로 해 보니, 방 안이 거짓말처럼 똑똑히 보였습니다. 마치 손바닥을 들여 다 보듯이 말입니다. 서가에 있는 책의 타이틀까지도 읽어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뒤, 그는 한숨을 쉬며 담배를 재떨이에 넣고 비벼 껐다.
"어떻게 할까요? 끝까지 이야기할까요?"
"물론."하고 나는 말했다.
"신학기가 시작되자, 그녀는 아파트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의 생활을 마음대로 바라볼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아파트 앞은 강가이고, 그 건너편은 야구장이고, 게다가 방이 3층이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생활이 누군가에게 들여다보이고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완전히 제 목적대로였습니다. 밤이 되면 그녀는 일단 레이스로 된 커튼을 쳤습니다만, 그런 건 방에 불빛만 켜져 있으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껏 그녀의 생활상이며, 몸 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은 찍었나?"
"아닙니다."하고 그는 말했다.
"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그렇게까지 한다면 스스로가 굉장히 비열하게 여겨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긴, 그저 엿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비열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역시 선은 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단지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을 뿐 입니다.
그런데, 여자애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는 것은 정말로 묘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여자 형제가 없었고 특정한 여자애와 특별히 깊은 관계가 있었던 적도 없었기에, 여자애가 평상시의 생활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따위는 전혀 아무것도 몰랐던 겁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일이 제게 있어서는 놀라웠고 적잖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말씀 드리기가 거북합니다만, 아무튼 대단히 묘한 것이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나는 말했다.
"그러한 것은 함께 얼굴을 맞대고 살면서 차차 익숙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돌하게 확대된 프레임 안으로 날아 들어오면 그것은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것입니다. 물론 그런 그로테스크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적잖이 있다는 사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타입은 아닙니다. 그런 것을 보고 있으면 슬프고 숨이 막힙니다. 그래서 저는 일주일 정도 엿보는 것을 계속한 뒤에 이제 이런 짓은 그만두자고 결심했던 겁니다.
저는 망원 렌즈를 카메라에서 떼고 삼각 받침대와 함께 벽장에 처넣었습니다. 그리고 창가에 서서 그녀의 아파트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외야 펜스 조금 위인 라이트와 센터의 중간 정도에 그녀 아파트의 등불이 보였습니다.
그런 식으로 보고 있자니, 저는 수많은 타인들의 일상에 대해서 다소 따뜻한 느낌을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됐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에게 정해진 애인이 없는 듯한 것은 일주일의 관찰 결과로 거의 알 수 있었고, 그리고 아직 지금이라면 여러 가지 일을 깨끗이 잊어버리고 원래의 장소로 되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 내일이라도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해서 잘 되면 그 뒤부터 연인 사이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하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은 그렇게 간단하게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이미 그녀의 생활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야구장 건너편으로 보이는 어렴풋한 아파트 불빛을 보고 있자니, 제 몸 안에서는 그것을 확대해서 잘라 버리고 싶다는 욕구가 자꾸 커져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억제하기란 제 의지력으로는 불가능 했습니다.
마치 입 안에서 혀가 점점 부풀어 올라 마지막에는 질식해 버릴 것과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것은 뭐랄까, 섹슈얼한 느낌인 동시에 비섹슈얼한 느낌입니다. 마치 액체와도 같이 제 속의 폭력성이 모공을 여는 듯한 그런 느낌인 것입니다. 그런 것을 멈추게 하기는 아마 누구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폭력성이 제 몸 안에 잠재해 있었다고는 그 때까지 제 자신도 인식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벽장 안에서 다시 카메라와 망원 렌즈와 삼각 받침대를 꺼내어 전과 마찬가지로 세트하고 그녀의 아파트를 계속해서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녀의 생활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이미 제 신체 기능의 일부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눈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벗을 수 없게 되듯이, 영화에 나오는 살인 청부업자가 손에서 총을 놓을 수 없듯이, 저는 카메라의 파인더에 잡힌 그녀의 공간 없이는 생활해 나갈 수가 없게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저는 세상의 그 외의 여러 가지 일에 대한 흥미를 조금씩 잃어갔습니다. 학교에도, 클럽에도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게 되었습니다. 테니스라든가, 오토바이라든가, 음악이라든가, 이제까지 그런 대로 열중했던 것도 점점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식이 되었고 친구들과의 교제도 완전히 줄어 버렸습니다. 클럽에 얼굴을 나타내지 않게 된 것은 그녀와 얼굴을 마주치는 것이 점점 괴로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저를 향해서 갑자기 손가락을 들이대며 모두의 앞에서 <당신이 하고 있는 짓을 전부 알고 있어요>하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공포심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그녀가 제 행위를 눈치 채고 있었다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 전에 창을 두터운 커튼으로 가렸을 테니까요.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모두의 앞에서 저의 배덕행위가-배덕행위죠, 확실히-완전히 폭로되어 모두에게 규탄당하고, 업신여김을 당하고, 그대로 사회로부터 추방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악몽에서 저는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몇 번이나 그런 꿈을 꾸고 땀에 흠뻑 젖어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학교에도 거의 가지 않게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복장에도 거의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깔끔한 옷차림을 좋아하는 성격이었습니다만, 그것이 싹 변해 버려서 같은 옷을 계속 누더기가 될 때까지 입고 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머리를 깎아야 하는데도 이발소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방은 썩은 시궁창 같은 냄새가 났습니다. 맥주 캔이나, 인스턴트식품의 빈 상자나, 함부로 버린 담배꽁초 따위가 방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그런 속에서 저는 그녀의 모습을 계속해서 뒤좇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3개월가량 지나자, 여름방학이 찾아왔습니다. 여름방학이 찾아오자,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훗카이도의 본가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그녀가 귀성용 슈트케이스에 책이며 노트며 옷가지 등을 채워 넣고 있는 작업을 망원 렌즈로 죽 좇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냉장고의 콘센트를 빼고, 가스의 개폐 장치를 잠그고, 창의 문단속을 확인하고, 전화를 몇 통 걸고, 그런 뒤에 아파트를 나갔습니다. 그녀가 나가 버리자, 온 세상이 휑하니 빈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녀가 나간 후로는 무엇 하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세상에서 필요한 것을 죄다 몸에 지니고 나가 버린 듯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빈털터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태어나서 그토록 공허한 느낌을 받았던 적은 없습니다. 마치 마음속으로부터 나온 몇 줄기의 코드를 인정사정없이 뽑혀 버리고 만 것 같은 그런 상태였습니다. 위가 메슥거려서 무엇을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고독하고, 매순간 더 비참한 곳을 향해서 밀려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저는 마음 밑바닥으로부터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없어져 버린 일로, 저는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었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두 가지의 생각이-요컨대 언제까지나 그녀의 생활을 확대해서 보고 싶다는 생각과 이제 해방되었다는 생각입니다-제 몸을 두 개의 전혀 다른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고 있어서, 저는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 며칠 동안 몹시 혼란스러워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며칠인가가 지나자, 저는 조금 정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목욕을 하고, 이발소에 가고, 방을 정리하고, 세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차츰 본래의 저로 돌아왔습니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본래의 저로 돌아와 버렸기 때문에, 저도 제 자신을 신용할 수 없게 되어 버릴 정도였습니다. 진짜인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고요."
그는 웃으며 무릎 위에서 양 손의 손가락을 깍지 끼었다.
"한 여름 동안 저는 공부했습니다. 학교에 그다지 가지 않았던 탓에, 저의 학점은 풍전등화였습니다. 당면한 문제는 방학 직후에 실시될 전기시험이었습니다.
저는 출석 부족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어지간히 좋은 점수를 얻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본가로 돌아가서 거의 아무 데도 나가지 않은 채 시험공부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저는 차츰 그녀를 잊어갔습니다. 그리고 여름방학도 거의 막바지가 되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이미 이전만큼은 그녀에게 빠져 있지 않았습니다."
"잘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엿보는 일에 의해서 사람은 분열적인 경향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혹은 확대하는 것에 의해서, 라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즉, 이런 것입니다. 저의 망원 렌즈 안에서 그녀는 두 개로 나누어지는 것입니다. 그녀의 몸과 행위로 말입니다. 물론 일상세계에서는 몸이 움직이는 것에 의해 행위가 일어납니다. 그렇지요? 그러나 확대된 세계에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녀의 몸은 그녀의 몸이고, 그녀의 행위는 그녀의 행위입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녀의 몸은 그저 단지 그곳에 있고, 그녀의 행위는 그 프레임 바깥쪽에서 다가오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행위가 그녀인가, 아니면 몸이 그녀인가? 그리고 그 한가운데가 쑥 결락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말해서 몸으로부터 보아도, 행위로부터 보아도, 그런 식으로 단편적으로 보고 있는 한, 인간 존재라는 것은 결코 매력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는 거기서 일단 얘기를 멈추고 맥주를 더 주문했다. 그리고 내 글라스와 자신의 글라스에 부었다. 그는 맥주를 한 모금인가 두 모금인가 마시고,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없이 있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 얘기가 계속되길 기다렸다.
"9월이 되어 저는 학교 도서관에서 그녀와 마주쳤습니다. 그녀는 햇살에 그을려서 굉장히 건강해 보였습니다. 그녀 쪽에서 제게 말을 걸어 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저는 잘 알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유방이며, 음모며, 그녀가 매일 밤 자기 전에 하는 체조며, 양복장에 늘어선 그녀의 양복이며, 그런 갖가지 단편이 하나가 되어 제 머릿속으로 밀어닥쳐 왔습니다. 마치 진흙투성이의 지면에 우격다짐으로 쓰러뜨려져서 얼굴이 세차게 진흙 속으로 눌려지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겨드랑이 밑으로 땀이 배어 왔습니다. 지독하게 불쾌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기분이 공평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것을 어떻게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랜만이야."하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모두 걱정했었다고, 줄곧 네가 얼굴을 보이지 않아서 말이야." 그래서 저는 "몸이 좀 안 좋았거든. 하지만 이젠 괜찮아."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좀 마른 것 같네."하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저는 반사적으로 손으로 자신의 뺨을 만져 보았습니다. 저는 확실히 그 때 평상시보다 3킬로인가 4킬로 여위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선 채로 조금 얘기를 나눴습니다. 누가 어떻게 했다든가 하는 따위의 실없는 얘기입니다. 그러는 동안에 저는 그녀의 오른 쪽 옆구리에 있는 <반점>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뒤엔, 꽉 끼는 옷을 입을 때에 커다란 거들로 배와 엉덩이를 죄어대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제게 점심을 먹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사실은 먹지 않았습니다만, 벌써 때웠다고 저는 대답했습니다. 게다가 어차피 식욕 따위도 없었습니다. 그럼 차라도 마실까? 하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저는 시계를 보고 나서, 아쉽지만 친구에게 노트 카피를 빌릴 약속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저는 땀투성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쥐어짜면 물웅덩이가 될 정도로 옷이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몹시 끈적끈적하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체육관에서 샤워를 하고, 대학 매점에서 산 새 속옷으로 갈아입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클럽을 그만두고, 그 이후 그녀와는 거의 얼굴도 마주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새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맛있게 연기를 내뿜었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다지 드러내 놓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그 아파트에는 그 후에도 살았었나?"하고 나는 물어 보았다.
"그렇습니다, 그 해 연말까지 그곳에 살았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엿보는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망원 렌즈도 아버지께 돌려 드렸습니다. 마치 씌었던 귀신이 떨어져 나간 것같이 그런 욕구가 없어져 버렸던 것입니다. 저는 때로 밤이 되면 창가에 앉아서 야구장 건너편으로 보이는 그녀 아파트의 작은 불빛을 바라보고 멍하니 시간을 보냈습니다. 작은 불빛이란 굉장히 좋은 것입니다. 저는 비행기의 창으로 지상의 야경을 내려다볼 적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작은 불빛이란 얼마나 아름답고 따뜻한 것인가라고 말이지요."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눈을 들어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저는 지금도 그녀와 마지막으로 얘기를 나눴던 때의 그 땀의 끈적끈적 했던 감촉과 이상한 냄새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땀만큼은 앞으로 두 번 다시 흘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말입니다."하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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