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전체 글 2671

팬톤 트렌드 컬러(Pantone Trend Color) 2022년

미국의 색채 전문기업 팬톤(Pantone)에서 2022년 트렌드 컬러로 베리 페리(Very Peri)를 선정하였다. 베리 페리는 바이올렛 레드(Violet Red)를 베이스로 한 페리윙클 블루(Periwinkle Blue)라고 한다. 제비꽃에 가까운 밝은 청자색으로 충실함과 불변을 상징하는 블루와 흥분과 에너지를 상징하는 레드가 혼합된 컬러라고 한다. 베리 페리(Very Peri) 17-3938 팬톤 컬러 연구소의 총괄 디렉터이자 색채연구소장 리트리스 아이즈먼(Leatrice Eiseman)은 올해의 팬톤 컬러는 우리의 글로벌 문화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반영하며, 사람들이 그 컬러를 찾고 있는 것에 대해 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팬톤은 올해의 컬러 선정 사상 최초로 기존 컬러시스템에..

착한디자인 2021.12.22

문장을 쓰는 법

장래 글을 써서 연명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젊은이들로부터 종종 '문장 공부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나 같은 사람한테 물어본들 별 뾰족한 수가 없을 텐데 하고 생각하는데, 뭐 좌우지간 그런 일이 있다. 문장을 쓰는 비결은 문장을 쓰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테지만, 요컨대 '지나치게 쓰지 말라'는 뜻이다. 문장이란 것은 '자, 이제 쓰자'고 해서 마음대로 써지는 게 아니다. 우선 '무엇을 쓸 것인가'하는 내용이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하는 스타일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젊은 시절부터 자신에게 어울리는 내용이나 스타일이 발견되는가 하면, 그것은 천재가 아닌 한 힘든 일이다. 그래서 어디엔가 이미 있는 내용이나 스타일을 빌려와, 적당히 헤쳐 나..

지쿠라에 관하여

나는 고베에서 자랐기 때문에 쇠고기와 바다를 무척 좋아한다.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기라도 하면 아주 행복하다. 동경에는 바다가 없고(있기는 하지만 있는 축에 끼지도 못한다), 쇠고기도 비싸다. 유감천만이다. 이따금 바다가 그리워지면 쇼난(湘南)이나 요코하마(橫濱)로 가는데, 뭔가 좀 마음에 딱 차지 않는다. '일부러 바다를 보러 왔습니다.'하는 느낌이 앞서기 때문이다. 바다 쪽에도 '여, 이것 참 잘 오셨습니다.'하는 느낌이 든다. 바다란 역시 가까이에 살면서 밤낮으로 그 냄새를 맡으며 지내지 않으면, 그 정수를 알 수 없는 게 아닐까? 쇼난이나 요코하마의 바다는 지나치게 소피스티케이트화 되어 그런 '생활 감각으로서의 바다'가 타향에서 온 방문객한테는 전해지지 않는 부족함이 있다. 최근..

이혼에 대하여

요즈음은 어떻게 된 일인지 이혼한 사람들을 연달아 만난다. 이런 일에는 처신하기가 상당히 곤란하다. 즉 상대방이 오래간만에 만나는 사람이라면 얘기 거리가 별로 없으니까 '하는 일은 좀 어때?'라든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지?'라는 등 하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대개는 '부인은 안녕하신가?' 하는 데까지 얘기가 진전돼 버린다. 그것은 뭐 딱히 마누라의 동향을 알고 싶어서 묻는 게 아니라-다른 사람의 마누라인데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람-그저 세상사는 이야기랄까, 계절에 따른 인사 정도의 것이다. 그러니까 묻는 쪽도 '아아, 뭐, 여전하지' 하는 대답을 기대한다. 그럴 때에 '실은 말이야, 이혼을 해서' 같은 소리를 하면, 말하는 쪽도 난처하지만, 듣는 쪽도 황망한 것이다. 나는 이혼을 증오한다거나 하는 감..

메밀국수집의 맥주

1981년 여름 도심에서 교외로 이사를 하고서 가장 난처했던 일은, 대낮부터 길거리에서 어슬렁거리는 인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의 대부분은 샐러리맨으로, 그런 사람들은 아침 일찍이 집을 나가 저녁나절이나 돼야 돌아온다. 그러니까 필연적으로 한낮의 거리에는 주부밖에 없다. 나는 원칙상 아침과 밤에만 일을 하기 때문에, 결국 오후에는 집 근방을 기웃기웃하며 어슬렁거리게 된다. 그럴 때면 왠지 형용할 수 없이 묘한 기분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아주 수상쩍다는 눈초리로 힐끔거려대니까, 스스로도 무슨 나쁜 짓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에 빠지고 만다. 동네 사람들 대개가 아무래도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 전 산책을 하고 있으려니 어느 집 아줌마가 '청년, 하숙집 구하려고 그래..

나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는 교훈이 담긴 이야기를 비교적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내가 교훈적인 성격의 인간이라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교훈이라는 것의 성립 방법을 비교적 좋아한다는 것뿐이다. 나의 처형은 학생 시절에 호리 다쓰오의 [바람이 불지 않는다]를 읽고, '건강이라는 건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는 독서 감상문을 써서 선생님을 크게 웃게 만들었다고 하는데-그 말을 듣고, 나 역시 그만 웃고 말았지만-그건 웃는 쪽이 잘못이다. 만일 그녀가 [바람이 불지 않는다]를 읽고 건강의 중요성을 통감했다고 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문학의 힘이라고 볼 만하다. 웃으면 안 된다. 그러한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바람이 불지 않는다]를 읽어보면, 반드시 "음, 그렇구나!"하고 감탄할만한 대목이 몇 군데 있을 것이다...

골프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타이거 우즈 씨, 여전히 강하시군. 이렇게 말은 하지만, 나는 골프라는 것을 태어나서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흥미조차 가진 적이 없어서 우즈 씨의 어디가 어떻게 강한지는 전혀 모른다. 대충도 모른다. 그저 그렇게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강할 것이라고 적당히 상상할 뿐이다. 우즈 씨(타이거 씨라고는 왠지 부르기 힘들군)는 내가 볼 때마다 언제나 모자를 쓰고 있다. 그러고 보니 모자를 벗은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목욕탕에 들어갈 때에도 침대 속에 있을 때에도 역시 그 나이키 모자를 쓰고 싱글거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그것은 그것대로 뭔가 즐거울 것 같지만). 그래서 나는 이런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우즈 씨는 모자를 쓰는 대신 그 나이키 마크를 이마에 문신으로 새겨 넣으..

비평을 향유하는 방법

미리 말할 것까지도 없는 일이지만, 어떤 직업이든 그 직업 고유의 룰이 있다. 예를 들면 은행원은 돈을 셈하는 데 있어 실수를 해서는 안 되고, 변호사는 술집에서 타인의 비밀을 주절거려대서는 안되고, 성 풍속 관계의 사람은 손님의 페니스를 보고 웃음을 터뜨려서는 안 된다는 등이다. 매니큐어를 칠한 생선 초밥집 요리사도 곤란하고, 소설가보다 월등하게 문장력이 있는 편집자도 좀 곤란하다. 그러나 그러한 기본적인 룰과는 달리,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각자가 개별적으로 지니고 있는 신조라는 것이 있다. 그런 신조를 많이 껴안고 있는 사람도 있고,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나는 사람 관찰하기를 비교적 좋아하여, 이것저것 많이 살펴보는데,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사람은 ..

함부르크에서의 해후

여성의 용모에 관해, 이런 얼굴 생김을 좋아한다든가 하는 취향이 나한테는 거의 없다. 어떤 얼굴이든 상관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당연하잖아요), 경향적인 취향은 딱히 없다. 그러나 굳이 말하자면, 단정한 선의 소위 미인 타입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조금은 파격적이고 개성이 있는 얼굴을 좋아한다. 박력 있잖아요. 그리고 순간적으로 얼굴 한 번 보고 격렬하게 마음을 빼앗기는 로맨틱한 경험도 거의 없었다. 오랜 시간 사귀며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 사이에 점점 마음이 이끌리는 경우가 많다. 산문적이죠. 고리타분하죠. 그러나 긴긴 인생 속에서, 라이트닝 스트라익스적인 극적인 해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함부르크의 창부였다. 10년이나 지난 과거사인데, 나는 어떤..

상처받지 않기 위하여

벌써 오래전 일이다. 미국의 어떤 잡지에서 나이를 먹으면 성욕이 점점 감퇴하지만, 이는 나쁜 현상이 아니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어떤 남성이 '나이를 먹어 성욕이라는 불합리한 감옥에서 간신히 해방된 것을 알고, 나는 무척 기뻤다'고 고백한 기사도 있었다. 그때 나는 아직 삼십 대 전반이었기에 '어라, 정말 그런 건가' 하고 그저 탐복했을 뿐이었다. 지금은 이미 사십대 후반에 접어들었으니(세월은 참 흐르는 물처럼 빨리도 지나간다), 그 발언에 대하여 나는 보다 노령에 가까워진 인간으로서 '어떤 면에서는 그럴지 모르겠으나, 절대로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는 의견이다. 더 이상 자세한 것은 여러 가지로 성가시므로 음, 이 자리에서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다소의 차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