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여름 도심에서 교외로 이사를 하고서 가장 난처했던 일은, 대낮부터 길거리에서 어슬렁거리는 인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의 대부분은 샐러리맨으로, 그런 사람들은 아침 일찍이 집을 나가 저녁나절이나 돼야 돌아온다. 그러니까 필연적으로 한낮의 거리에는 주부밖에 없다. 나는 원칙상 아침과 밤에만 일을 하기 때문에, 결국 오후에는 집 근방을 기웃기웃하며 어슬렁거리게 된다. 그럴 때면 왠지 형용할 수 없이 묘한 기분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아주 수상쩍다는 눈초리로 힐끔거려대니까, 스스로도 무슨 나쁜 짓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에 빠지고 만다.
동네 사람들 대개가 아무래도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 전 산책을 하고 있으려니 어느 집 아줌마가 '청년, 하숙집 구하려고 그래?'하고 말을 거는 가하면, 택시 운전사는 '공부 힘들지?'하고 묻기도 하고, 레코드 대여점에서는 '학생증을 좀 보여 주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아무리 일 년 내내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지낸다고는 해도 벌써 서른셋인데 학생이란 좀 너무하다 싶지만, 동네 사람들에겐 대낮부터 어물쩡거리는 인간은 모두 학생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도심에서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었다. 낮 시간에 아오야마(靑山) 거리를 거닐고 있으면, 그렇고 그런 인간들과 곧잘 마주치곤 했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안자이 미즈마루 씨와는 유난히도 자주 맞닥뜨렸다.
"안자이 씨, 뭐 하고 계세요?"
"아, 아, 뭐. 딱히, 잠깐 좀 말이지."
하는 식이다. 안자이라고 하는 사람은 정말로 한가한 것인지, 아니면 사실은 바쁘기 짝이 없는데도 그것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 것인지, 그 경계를 전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좌우지간 도심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많고, 그런 사람들이 환한 대낮부터 건들건들거리고 있다. 바람직한 일인지 그렇지 못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편리하기는 하다. 점심식사 때 메밀국수집에 앉아 맥주를 청해도 누구 하나 의아스러운 얼굴로 힐끔대지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메밀국수 집에서 마시는 맥주란 그야말로 일품이니까.
1981년 센다가야에서 지바현 후나바시로 이사. 새로 지은 집은 만에 하나 작가업에 실패할 경우를 염두에 두어, 찻집을 경영할 수 있는 구조로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두 번 다시 하루키가 재즈 찻집을 경영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그 해에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영화화되고, 존경해마지 않는 피츠제럴드의 작품을 번역해서 출간하고, 무라카미 류와의 대담집 <워크 돈 런> (Walk don't Run) 출간, 이토이 시게사토와의 공저 <꿈속에서 만나요>를 출간하는 등 1981년은 이른바 터닝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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