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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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고양이의 비밀. 출산편

지난번에 스물한 살이 된 장수 고양이 뮤즈에 대해서 썼는데, 이 고양이는 기묘한 에피소드를 잔뜩 지니고 있어(책 한 권 정도는 족히 쓸 수 있는 분량이다) 내용을 조금 더 첨가하기로 하겠다. '고양이를 보면 무서워서 몸이 움츠러든다.'는 미즈마루씨가, 또 이 칼럼에 고양이 그림을 그려 넣지 않을 수 없게 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사과드리는 바이지만. 뮤즈는 암고양이라서 몇 번인가 새끼를 낳았다. 이 고양이는 순수한 샴 고양이지만 뭐 딱히 혈통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어서, 처음부터 밖에서 기르면서 제멋대로 나다니게 놔두었다. 그래서 새끼들은 하나같이 그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잡종이지만, 다들 생김도 귀엽고 영리하여 서로들 가져가겠다고 앞을 다투었다. 그런데 뮤즈가 일고여덟 살이 되었을 무렵, 아는 수..

장수 고양이의 비밀

고양이를 좋아하여 태어나서 지금까지 꽤 많은 고양이를 길렀는데, 20년 이상 산 고양이는 딱 한 마리밖에 없다. 이 고양이는 올 2월에 드디어 스물한 살이 되어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중인데, 현재 내가 직접 기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9년 전 일본을 떠날 때, 당분간 고양이를 키울 수 없을 것 같아 당시 고단샤의 출판 부장이었던 도쿠시마 씨네 집에 맡기기로 하였다. 아니 실은 "전작 장편을 한 편 써 드릴 테니, 제발 이 고양이 좀 맡아 길러 주십시오."라면서 억지로 떠맡기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그때 '고양이와 교환'하여 쓴 장편이, 결과적으로 내게는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된 이었으니, 이 고양이를 '복고양이'라 불러도 지장이 없지 않을까 싶다. 도쿠시마 씨는 현재 상무이사라는 높은 직책..

취미로 하는 번역

요즈음 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글쎄, 번역이라고 할 수 있을 지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행여 선을 보는 자리에서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상대방이 석연치 않아하여 성사될 일도 성사되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글쎄 취미가 번역이라는 둥 그러잖아요. 이번에는 아무래도 좀……." "음, 그럴 만도 하군요. 그랬어요, 번역이 취미라……." 이런 대화가 어디에선가 오가고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별일도 없는데 일요일마다 스카이라인 GTR을 몰고 하코네에 가서는, 고갯길에서 단란한 남의 가족을 뒤쫓는 것보다는 훨씬 정상적인 취미 같은데, 뭐 그건 그렇고.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번역이 취미라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까지 꽤 많은 번역서를 출판하였고(그 대부분이 미국의 현대소설이다),..

서랍 속의 고뇌하는 개

가끔씩 '자네는 나이는 그렇게 먹어 가지고, 매주 매주 쓰잘데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으니 원,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좀 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얘길 쓸 수 없어'란 질책을 받는다. 참으로 옳은 말씀이다.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것도 쓰고 싶고 저것도 쓰고 싶어 언제든 열심히 쓰다 보면, 결국 쓰잘데 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단 말이에요. 그게 글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리하여 이번 주에도 또 세상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다. 각오하고 읽어 주세요. 요 얼마 전, 원고를 쓰기 위해 출판사에 부탁하여 도내 모 호텔(이름은 굳이 밝히지 않겠다)에 방을 잡았다. 나는 호텔에 처박혀 원고 쓰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한참 이사 준비를 하던 때라 집에서는 차분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한낮의 암흑 회전 초밥

별로 그럴 기회가 없어서 실제로 회전 초밥 집에 들어가는 일은 1년에 몇 번 정도밖에 안되지만, 개인적으로 회전 초밥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우선은 아무와도 말을 하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어 나로서는 바람직하다. 나는 원래부터 말수가 많은 인간이 아니며, 식사를 할 때는 특히 그 경향이 강화된다. 그리고 메뉴나 음식이 나오기를 일일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좋다. 잠자코 카운터 자리에 앉기만 하면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초밥 접시를 기분 내키는 대로, 그리고 먹고 싶은 대로 들어내어 먹기만 하면 된다. 복잡한 룰도 없고 벌칙도 없다. 오래전, 오차노미즈에 있는 '산 위의 호텔'에서 일을 하다가 너무 바빠서 점심을 먹지 못했다. 어째 배가 좀 고픈 걸 하고 생각했을 ..

동시 상영이 좋아요

나는 새 영화를 보고 싶을 때는 전철을 타고 극장에 가서 내 돈으로 티켓을 사서 본다. 시사회에 가는 일은 전혀 없다. 이전 어떤 잡지에서 영화평 같은 것을 쓴 일이 있는데, 그때는 가끔씩 시사회에도 발길을 하였다. 그러나 10여 년 전, 모 영화 배급회사에 얽힌 별로 기분 좋지 않은 사건이 있었고, 그때 다시는 시사회에 가지 않겠노라고 결심하였다. 나는 성격적으로 참을성이 많은 편이라서 화를 잘 내지 않지만, 일단 화가 난 일은 좀처럼 잊지 않는다. 그리고 한 번 마음먹은 일은 신경쇠약에 걸린 등대지기처럼 철저하게 지킨다. 그런 사연으로 나는 지금까지 시사회와는 인연이 없다. 돌이켜 생각하면 또 기분이 나빠질 것 같아 자세한 얘기는 쓰지 않지만. 시사회에 걸음을 하였던 시절, 시사회장에서 다나카 코미마..

하이네켄 맥주의 우월성에 대하여

일본에서 주유소에 들어가면 무슨 까닭인지 유별나게 기세 등등한 종업원이 설쳐 댄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퉁명스러운 것보다야 나을지 모르겠으나, 고함을 치듯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면서 90도로 허리를 굽힐 때면 솔직히 눈살이 찌푸려진다. 고교 야구를 하는 것도 아니니 기름 정도 좀 조용히 넣을 수 없을까 싶다. 처음으로 일본에서 기름을 넣는 외국인들은 종업원이 갑자기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질겁하지 않을까. 어째 '전장의 크리스마스' 같은 풍경 아닙니까. 요 얼마 전에도 운전을 하다 보니, '일본에서 최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주유소'라는 광고 플래카드가 보였다. 물론 내가 그런 데 들어갈 리는 없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다들. 일본에서 최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고 해서, 그래서 어쨌다..

공중부유는 아주 신난다

평소 꿈이란 걸 별로 꾸지 않는다. 학자들의 설에 의하면 세상에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하니, 실제로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꿈을 꾸는 것이리라.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내 머릿속에는 꿈의 기억이 거의 머물러 있지 않다. 자랑거리는 못 되지만 나는 아주 잠을 잘 자서, REM 수면의 늪 속에서 뱀장어처럼 아침까지 쿨쿨 자고 나면, 설령 꿈을 꾸었다 해도 그 기억은 마치 사막에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듯 허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양이다. 꿈으로서도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힘들여 가며 컬러풀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구경시켜 주었는데, '아침이 되면 전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라니 체면이 말이 아닐 거란 기분이 든다. 나도 소설가 나부랭이쯤 되니 그 기분은 잘 안다.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기억나지 ..

이탈리아제 자동차는 즐겁다

비교적 나이를 먹어 운전면허를 땄는데, 그때 나는 로마에 살고 있었다. 그러니 나는 초보 운전자로 운전의 매너나 테크닉을 거의 로마 거리에서 익힌 셈이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장님은 뱀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끔찍하고 위험한 일이었는데, 정작 그때는 ‘뭐 이런 건가 보다’ 하고 흐르는 대로 거침없이 운전하였다. 아차 싶을 때도 몇 번 있었지만 다행히 사고는 일으키지 않았다. 일본의 운전자 중에는 ‘로마에서만은 운전대를 잡고 싶지 않다’는 분이 많은데, 나는 로마 사람들이 그렇듯 무지막지하게 운전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언뜻 보면 그들의 운전행태가 엉망진창 카오스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 나름대로의 룰이 있고, 모두들 그 룰을 기본적으로 존중하고 있다. 그러니 그 룰을 따르기만 하..

호텔명 추구편

지난여름 중간 호에서 기묘한 러브호텔(및 맨션)의 이름에 관한 특집을 꾸몄는데, 그 후에도 추가 정보가 상당량 들어왔기에 다시 한번 집요하게 추구해 보겠다. 그런데 그 인터넷의 정보수집 교환능력은 정말 굉장하더군요. 눈 깜짝할 사이에 산더미처럼 모여든다니까요. 이런 기능을 좀 더 의미 있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하고 생각하면, 우린 말이죠.…… 뭐랄까……. 오사카의 국도 1호선 도로가에 '멘델의 법칙'이라는 러브호텔이 있다. 그 완두콩 꽃의 색이 유전을 하느니 안하느니 하는 멘델 말이다. 어이 이봐, 이런 때 그런 얘길 꺼내면 어떻게 해 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또 같은 사람이 보내 준 정보에 의하면, 오사카 환상선 쿄바시 역에서 보면 '왕'이란 간판을 내건 호텔이 있다. 이 이름 또한 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