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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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댄스 1

제1부, 운명의 미로에서 1 나는 자주 이루카 호텔의 꿈을 꾼다. 꿈속에서 나는 거기에 포함되어 있다. 즉 일종의 계속되는 상황으로 나는 그 호텔 안에 포함되어 있다. 꿈은 분명 그러한 계속성을 제시하고 있다. 꿈속에서의 이루카 호텔의 모습은 일그러져 있다. 아주 길쭉한 것이다. 어찌나 길쭉한지 그것은 호텔이라기 보단 지붕이 있는 긴 다리처럼 보인다. 그 다리는 태고로부터 우주의 종국에 이르기까지 길쭉하게 뻗어 있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포함돼 있다. 거기에선 누군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호텔 그 자체가 나를 포함하고 있다. 나는 그 고동 소리나 온기를 또렷이 느낄 수가 있다. 나는, 꿈속에선, 그 호텔의 일부이다. 그런 꿈이다. 잠을 깬다. 여기가 어디지? 하고..

내 학창 시절의 아르바이트는

내 학창 시절이라면 이미 10년도 더 된 이야긴데, 시간당 평균적인 아르바이트 수당은 대충 다방의 평균적인 커피 값과 같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960년대 말을 기준으로 150엔 정도였다. 아마 하이라이트 담배가 80엔, 소년들이 보는 잡지가 100엔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레코드를 잔뜩 샀기 때문에, 하루 반만 일하면 LP 한 장을 살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일했다. 지금은 커피가 300엔인데 비해서 아르바이트 수당은 시간당 500엔쯤 되니까 상황은 조금 달라진 듯싶다. LP라면 하루만 일하면 두 장 정도는 살 수 있다. 숫자만 보면 최근 10년 동안 우리의 생활은 편안해진 듯싶다. 그러나 생활 감각에서 본다면 그렇게 편안해진 것도 아니다. 옛날에는 가정주부가..

왜 1년의 첫달은 즐거운 달일까

옛날부터 설날이라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필연성이 전혀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론적으로 따져보면 동지의 이튿날부터 신년이 된다고 하는 쪽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왜 1월 1일이 1년의 시작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렇기는 하지만 물론 어떤 필연성은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가 수천 년씩이나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그러한 습관을 꼬박꼬박 지켜왔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 점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조사해 보겠다고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조사를 해보지 못하고 있다. 머잖아 꼭 알아보아야겠다. 그런 이유로 나는 설날에 대해서는 비교적 회의적인 편이다. 학생 시절에도 설날이라고 해서 특별히 집에 돌아가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면 무엇을 했느냐 하면 아르바이트..

우리는 신나게 즐길 수 있다

도서관에 간다고 아버지한테 말하고 차를 빌려 타고 그대로 안녕 그녀는 그럴 생각으로 햄버거 가게 앞을 마구 달린다 라디오의 볼륨을 올리고 전속력으로 질주 마음껏 즐긴다 아버지한테 선더버드를 압수당할 때까지는 이것은 비치보이스의 1964년도 히트송 의 기사다. 나는 비치보이스의 수많은 히트송 가운데서도 이 곡을 제일 좋아한다. 리듬도 멜로디도 듣고 있으면 행복해지고, 또 가사가 기가 막히게 좋다. 가사를 듣고 있기만 해도 눈앞에 그 모습이 떠오른다. 1964년형 빨간색 유선형의 선더버드(Thunderbird: 미국의 승용차 종)에 탄 포니테일(역주: 뒤로 땋아 늘어뜨린 머리형)의 아가씨. 도서관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버지의 차를 빌려 가지고, 득의만만해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러 나간다. 여자 아이들은 모두..

미국의 마라톤 사정

혼자 매일 꾸준히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마라톤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누구나 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조깅이 붐을 이루는 나라기 때문에 꽤 많은 시합이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파이브 마일러(8킬로미터 정도)'나 '텐 케이(10킬로미터 정도)'다. 그렇게 때문에 다리에 자신이 있어 열정적으로 조깅하는 사람 정도라면, "우리는 이걸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라고 말하게 된다. 26마일, 즉 42킬로미터의 풀 마라톤이야 말로 그들이 원하는 일단의 도달점이다. 그에 앞서 트라이 애슬론(역주: 철인3종 경기)이라든가 울트라 마라톤 같은 것도 있는데, 제정신이 박힌 사람으로서는 이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에스콰이어지에 이러한 달리기 중독자를 위한 마라톤 안내 기사가 실려 있다...

음악 감상과 식사 매너

얼마 전 FM 방송에서 클래식 콘서트를 듣고 있으려니까, 무슨 곡인지는 잊었지만 도중에 악장이 끝났을 때 크게 짝짝짝짝 하고 대여섯 번가량 박수를 친 사람이 있었다. 꽤 창피했을 거다. 그러나 각 악장이 끝날 때 박수를 치면 안 된다고 하는 매너도 도대체 1.누가 2.언제 3.어떤 이유로 정한 것일까? '아! 좋다'라고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박수 치고 싶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그러나 거기에는 뭔지는 모르지만 나로선 알 수 없는 깊은 사정과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문적인 책에 의하면 아주 오랜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1885년에 브람스가 교향곡 4번을 자신의 지휘로 초연했을 때, 후원자인 마이닝겐 공작의 희망에 의해 제3악장을 되풀이해서 연..

나는 그 인기 있다는 가수가 싫다

어째서 홀리오 이글레시아스가 그렇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느냐, 하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문제이다. 물론 잘 생긴 탓도 있다. 전형적인 라틴계 제비족의 얼굴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바보스러울 정도의 대규모적인 선전 탓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홀리오의 성공 비결은 그가 사상적으로 100퍼센트 텅 비어 있다는 게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홀리오 외에도 사상적으로 텅 비어 있을 걸로 추측되는 대형 가수는 얼마든지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나 미조라 히바리도 그다지 고매한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노래에는 극히 자연스럽게 의도하지 않은 무엇인가가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홀리오의 경우는 머리도 텅 비고, 노래도 텅 비어 있는..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 사랑은 비극적이다.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랑보다 슬픈 사랑이 더욱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이별의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랑을 꿈꾸지만 그런 사랑은 아주 드물다. 어떤 사람은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사랑을 만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 고통은 너무나 지독하기 때문에 좀처럼 감당하기 힘들다. 때로는 영혼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차라리 사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떠한 보상을 받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어떠한 진리도 어떠한 성실함도 어떠한 강인함도 어떠한 부드러움도 어떠한 미덕도 그 슬픔을 치유할 ..

남자는 돈을 지불하고 운반만 하는 '캐쉬 앤 캐리'인가

대다수의 남자들이 아마 그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애인과 데이트를 하거나, 아내와 거리를 걷거나 하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옷 사는 데 따라가는 일일 것이다. 그것도 한 집이나 두 집이라면 또 모를까, 여섯 집이나 일곱 집씩 따라다닌 끝에, "안 되겠어요. 제일 처음에 갔던 집에 다시 가봐야겠어요"하는 식의 말을 듣게 되면, 온몸에서 힘이 쑥 빠져 버린다. 여자는 남자가 레코드 가게나 장난감 가게 같은 곳에서 열중하고 있을 때 동행해 주었으니까, 하는 생각도 있을 테지만, 그녀들이 옷을 고르는 데 쏟는 집념에는 남자의 온갖 취미의 영역을 하나로 합쳐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의 파워와 위협이 있어서, 그 에너지가 이따금 우리 남자들을 압도하고 놀라게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나는 어제..

트레이닝 셔츠에 얽힌 이 생각 저 생각

1960년대의 미국 영화를 보고 있으면, 컷 오프 트레이닝 셔츠가 자주 나온다. 긴소매 트레이닝 셔츠를 가위로 싹둑 잘라서 7부 소매 정도로 만든 것이다. '거칠다, 입는 옷 같은 것에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라고 하는 느낌이 잘 드러나 있어서, 나는 비교적 그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웨스트코트와 같은, 계절에 의한 기온차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곳에서나 적당한 것이지, 일본에서는 그다지 적합하지가 않다. 여름에 티셔츠 대신으로 입기에는 옷감이 너무 두껍고, 겨울에는 소매가 없어서 너무 춥다. 나는 언젠가 흉내를 내서 트레이닝 셔츠의 소매를 싹둑 잘랐다가 크게 후회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컷 오프 트레이닝 셔츠를 입기에 알맞은 기간이 상당히 짧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이 원고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