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근처에는 육상 트랙이 있어서 그곳을 자주 달리는데, 트랙을 서른 번 정도 혼자 돌다보면 역시 지루해진다. 처음 얼마동안은 재미삼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거나 혼잣말을 하는데, 그러는 사이에 생각할 것도 바닥나 그냥 묵묵히 발을 앞으로 내딛는 일만 되풀이하게 된다.
그래서 얼마 전에 스포츠용품점에 가서 서포터(역주: 운동선수 등이 몸을 보호하기 위해 대거나 차는 보호대)를 사가지고 와서, 거기에 워크맨의 베이스를 고정시켜 음악을 들으면서 달릴 수 있도록 머리를 썼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며칠 동안 계속하는 사이에 매우 쾌적하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1킬로미터를 5분 내에 달리 때는 적당하지가 않지만 느긋하게 달리 때는 최고다.
사실 테이프에 집어넣는 음악이 문제인데 그 선택이 상당히 까다롭다. 너무 짧은 곡은 리듬이 쉴 새 없이 변하기 때문에 달리기가 어렵고, 디스코풍의 롱 버전은 신디사이저 드럼 소리 같은 것이 너무 시끄러워서 귀에 가해지는 자극이 강하기 때문에 달리면서 듣게 되면 쉽게 피로해진다. 클래식 음악은 아무래도 리듬이 맞지 않고, 포 비트(역주: 재즈의 주법. 4분의 4박자로 한 소절에 네 개의 음이 들어감) 재즈도 달리는 리듬이 아니다.
내 경험으로 말한다면 달리면서 듣기에 가장 적합한 음악은 <스타즈 온> 풍의 메들리 송이다. 그것은 리듬이 안정적이고, 본바탕이 단순해서 편하게 달릴 수 있다. 그리고 <스태프>라든가, <크루세이더즈>와 같은 심플한 타입의 퓨전 음악도 나쁘지 않다. 극히 평범한 아메리칸 록 음악도 달리기용이다.
내가 최근에 마음에 들어 하는 달리기용 음악은 존 쿠거 맬렌캠프와 휴이 루이스 & 더 뉴스의 신보와, 예의 <풋루스>의 LP, 보비 우맥의 <포인트 2>다. 이런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다 보면 지평선 너머 저 멀리까지 단숨에 달려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글을 쓰면, 야마가와 겐이치에게 또 조롱을 당할 것 같지만, 휴이 루이스 & 더 뉴스도 최고로 아메리카 적이고 신바람 나는 밴드니까.
마지막으로로 원래 애기하고는 그다지 관계없는 얘기를 두 가지 하겠다.
1. 워크맨(Walkman)의 복수형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답은 Walkmen이다. 조금 이상하기도 하지만 틀림없이 그렇다. '워크맨을 듣고 있는 소년들'은 'The boys who are listening to Walkmen'이 된다. 대학 입학시험과는 별로 관계가 없지만 말이다.
2. 외국의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면 유방이 꽤 커다란 여자들이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일본의 달리기 대회에서는 그런 여자들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어떻든 그다지 상관은 없지만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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