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타워즈를 세 번이나 보았다. 한가하다면 한가하다고 할 수 있고, 유별나다면 유별나다고 할 수 있다. 그때 나의 아내도 함께 영화관에 갔었는데, 그때까지 이 사람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으로 세 번째 작품을 보고 아니나 다를까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그 뒤로 아내는 스타워즈 1과 스타워즈 2를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보고 싶다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그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은 지금 상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애당초 무리한 이야기였다. 사정이 그러니까 당신이 단념하라고 설득하는 사이에 나도 점점 첫 작품이 너무나 보고 싶어 져서 마침내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와 27인치 모니터 텔레비전과 스타워즈의 디스트를 사버렸다. 70밀리미터 극장 화면에는 물론 미치지 못했지만, JBL의 백로드혼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보는 27인치는 꽤나 다이내믹 했다.
자주 생각하는 건데, 큰 원숭이 츄바카라고 하는 캐릭터는 정말로 귀엽다. 어디가 귀여우냐 하면, 츄바카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무오고'라든가, '아구'라든가 하는 정도로 대개의 용건을 해결해 버린다. 나도 그 정도의 단어로 볼일을 끝내고, 그 나머지 시간은 제국군과 이따금 공중전을 벌이면서 인생을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한다.
츄바카의 얼굴 모습이 1편과 3편에서 상당히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편에서는 헤어스타일이 납작한 헬스 엔젤스 풍의 올백이었는데, 3편에서는 조금 더 덥수룩해지고 모습이 약간은 어른스러워졌다. 나로서는 새로운 호인풍의 츄바카보다는 무슨 일만 있으면 바로 완력을 휘두르고 싶어 하는 흉폭한 옛날의 츄바카 쪽이 더 마음에 든다. 이 3부작이 완결되어 더 이상 츄바카의 모습을 볼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굉장히 슬펐다.
자막을 보고 있으면 잘 알 수가 없지만 1편에서 츄바카는 레이아 공주로부터 "이 워킹 카펫(Walking Carpet: 몸에 털이 많은 것을 빗댄 말임)을 어디 다른 곳으로 보내 줄 수 없어요?"라는 말을 듣고 쫓겨난다. 아무리 그래도 워킹 카펫은 너무했다. 1편과 비교하면 3편에서는 레이아 공주도 어느 정도는 말씨가 부드러워졌다. 스타워즈의 세계에서도 등장인물 모두는 나름대로 나이를 먹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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