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음식을 가리는 사람이다. 생선과 야채와 술에 관한한은 거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좋고 싫은 게 없지만, 육류는 쇠고기만 먹고, 조개류는 굴을 빼고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요리는 아예 못 먹는다. 그러니까 대개 생선과 야채를 중심으로 담백한 음식을 먹으면서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곤약이라든가 녹미채, 두부 따위. 그러고 보니 완전히 노인식이군요. 이것은 때때로 나 자신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은 좋고 무엇은 싫다는 판단기준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째서 굴은 먹을 수 있는데 대합은 못 먹는단 말인가? 굴과 대합이 본질적으로 도대체 어떻게 다르단 말인가? 그런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어서, 결국 '운명'이라는 한마디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나는 어느 날 바람 부는 언덕에 올라 이유도 없이 굴을 사랑하게 되고 만 것이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결과가 전부다. 어떤 경위를 거쳐 중국요리를 못 먹게 되었는가 하는 것도 나에게는 커다란 수수께끼 중의 하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중국이나 중국인에 대하여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대단히 흥미를 갖고 있는 쪽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중국인이 몇 명인가 있고 내 소설 속에도 중국인이 제법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위가 중국요리란 것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유아적 체험이라든가 뭐 그런 게 있었는지도 모른다.
센다가야에 살던 시절, 우리 집 근처의 키라 거리에는 맛있기로 소문난 라면집이 두 집 나란히 있었다. 그 앞을 지날 때면 싫어하는 라면 냄새가 풍겨서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항상 고역이었다. 내 친구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라면을 먹고 싶다는 격렬한 욕망을 억누르느라 고역이었단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라면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의 차이로도 인생의 양상이 상당히 달라지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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