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그렇지도 않지만 한때 미국판 <플레이보이>지에 실려 있는 '플레이보이 인터뷰'가 재미있어서 매화 다 빠뜨리지 않고 읽었던 적이 있다. 이 인터뷰 시리즈는 물론 매회 얼마간 잘 되고 못된 것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높은 평균점을 줄 만하다고 생각되며 특히 커트 보네거트나 멜 브룩스를 다룬 내용은 지금까지도 기억이 난다.
최근에는 그다지 신기하지도 않지만 이전에는 그처럼 넓은 스페이스를 할애해 가며 상대방에게 실컷 떠들게 만드는 인터뷰 기사는 다른 잡지에는 없었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도 열심히 떠들어대서 그 결과 대부분의 경우 타이틀 그대로 '탁 털어놓고 하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 같았다.
물론 시간이 길다고 해서 상대방이 솔직하게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니까, 그 잡지는 미리 대충 얘기의 포인트를 지적해 주는 프로그램 같은 것이 설정되어 있고, 편집 방침도 분명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롱 인터뷰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말의 지루한 흐름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런 게 인터뷰의 어려운 점이다.
'플레이보이 인터뷰'의 기본적 편집 방침은 대충 다음과 같다.
(1) 그 분야에 정통한 인물을 질문자로 지정하고, 지면에서는 그 개인의 이름을 숨긴다.
(2) 질문자는 원칙적으로 상대방에 대해서 70퍼센트는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혹은 적어도 상대방이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 것-이 바람직하다(나머지 30퍼센트로 도발한다.)
(3) 이야기의 흐름을 끊지 말고, 망설이게 하지 말고, 질문은 간결하게 한다.
물론 그것은 <플레이보이>의 편집 방침이어서, 다른 모든 인터뷰에 그대로 몽땅 직결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세 가지 포인트가 수많은 일반적인 인터뷰를 성공시키기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되는 건 틀림이 없을 것이다. 좀 더 다른 표현을 쓴다면,
(1) "뭐야, 이런 것도 모르고 있단 말이오?" 하고 질문자는 상대방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도록 한다. 즉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다.
(2)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주고,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그러면서도 이따금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3) 프로그램에 사로잡히지 말고, 상대방의 발언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며, 이야기의 큰 줄거리를 계속 앞으로 끌고 나간다.
위와 같은 것이 되는데,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해보면 이것처럼 어려운 일이 없다. 나 자신도 인터뷰에 흥미가 있어서 몇 차례 질문자 역할을 맡은 적이 있는데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반대로 인터뷰를 당하는 쪽에서도 "아아, 좋은 인터뷰였다. 유익했어!' 하고 기뻐할 수 있는 인터뷰를 한 경험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것은 물론 내 쪽에도 얼마간의 책임이 있고, 질문자에게만 그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에는 '이래도 되는 것일까?' 하는 불만이 남는다.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 인터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질문자가 사전에 준비해 온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질문이 있어서 그에 대해서 회답을 하고 그 이야기가 어떻게 진전되어 나갈까 하고 기대하고 있으면, 갑자기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만..." 하는 식이 되어서 실망해 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나만 해도 그 자리에 맞춰서 적당히 지껄여대는 경우도 있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라고는 할 수 없어도 적당히 꾸며서 지껄여대는 경우도 있고, 상당히 근거가 희박한 것을 멋대로 늘어놓을 때도 있으며 그런 것을 심이 캐묻고 들여오면 곤란하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는데, 그런 약점을 찌르는 사람은-조금은 있지만-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게 되면 이쪽으로서도 스릴이 없어지기 때문에 점점 더 적당한 말로 얼버무리게 된다.
오랫동안 소설가로 일을 해오고 수십 번씩 인터뷰를 받게 되면, 이쪽도 '이러한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하지'하는 패턴이 생겨버려서 이런 것은 편하다면 편하고 재미가 없다고 하면 재미가 없기 마련이다. 소설가는 자신이 쓴 소설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특히 나는 자기 방어 능력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무슨 질문을 해도 그렇게 쉽사리 솔직하게 본심을 털어놓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버려두면 60퍼센트는 솔직한 이야기, 40퍼센트는 자기 방어적인 선에서 이야기가 저절로 진행되어 버리는 셈이다. 그것이 70퍼센트 대 30퍼센트이면 조금은 재미있는 인터뷰가 된다.
80퍼센트 대 20퍼센트면 스스로 얘기하기는 조금 쑥스럽지만 얼마간 쇼킹한 내용도 폭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면밀한 사전 조사를 해오는 질문자도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잡지사 직원들은 모두 바쁘니까 그런 요구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이쪽이 가슴 철렁해져서 제대로 얼버무려 넘어갈 수 없는 질문을 준비해 가지고 오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사람들이 친절하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나로서는 그쪽이 편하니까 고맙기는 하지만. 그러데 인터뷰 속에서 질문을 받는 사항이라는 것은 대략 정해져 있어서 가장 횟수가 많은 것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1)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 자는가?
(2) 필기도구는 어떤 걸 쓰고 있는가?
(3) 부인과는 어디서 알게 되었는가?
그런 것을 물어보아서 무슨 도움이 될까 하고 언제나 걱정이 앞서지만, 모두가 물어보는 것을 보면 역시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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