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팬이라서 자주 진구구장에 간다. 진구라는 곳은 꽤 좋은 야구장이다. 고라쿠엔 구장과는 달리 그 주위를 숲이 둘러싸고 있으니까 바쁘기만 한 일상과 단절된 느낌이 들어서 느긋하게 야구 구경을 할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탓이겠지만 고라쿠엔 구장은 아무래도 불안하다. 야쿠르트가 우승한 해에는 대학야구 탓으로 진구 구장에서 일본 시리즈를 치르지 못하고, 할 수 없이 고라쿠엔 구장에서 경기를 가졌다.
진구구장에서 싸우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유감스러웠지만, 거꾸로 말하면 '교진팀, 약오르지'라는 느낌이라서 기분은 좋았다.(교진 팀의 본거지가 고라쿠엔 구장이다.-역주). 고라쿠엔 구장의 1루석에 들어가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야쿠르트의 팬으로서 한마디 한다면, 1978년의 시즌만큼 기분 좋은 시즌은 없었다.
나는 그해 진구구장에서 걸어서 5분쯤 되는 곳에서 살고 있었으므로, 매일처럼 야구구경을 하러 다녔다. 날이 저물어 조명등에 환하게 불이 켜지고 북소리가 둥둥하고 들려오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일 같은 것은 내팽개치고 야구장으로 달려간다.
또 그해에 야쿠르트는 정말로 기분 좋은 시합을 했다. 후나다가 대 교진 전에서 때린 굿바이 홈런이라든가, 힐튼의 1루 헤드퍼 슬라이딩, 결승전에서 마쓰오카가 보여준 신들린 듯한 피칭이라든가, 고라쿠엔 구장의 외야석 제일 위 계단에 때려 넣은 마뉴엘의 홈런 등, 지금까지도 그 시즌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생각해 낼 때마다 물 믿듯이 감동이 되살아난다.
30년에 한 번밖에 우승하지 못하는 팀을 응원하고 있으면, 단 한차례의 우승이라도 오징어를 씹듯이 10년 정도는 즐길 수가 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금년의 야쿠르트는 컨디션이 나빠서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가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소망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가능하면 서기 2000년까지-다시 한 번 야쿠르트가 우승해 주는 것, 그것뿐입니다.
* 야쿠르트 스왈로즈 6회 우승: 1978년, 1993년, 1995년, 1997년, 2001년,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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