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요, 고이치로 상. 당신 이상한 사람이야. 굉ㅡ장히, 이상해."
"조금도 이상하지 않아요. 이상한 건 오히려 당신 아니에요? 내 안에 존재하는 이 의식이라는 것이, 나를 나로서 성립시키고 있는 이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생각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것이 도대체 어떻게 기능한 것일까? 그리고 그것은 도대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ㅡ댁은 그런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오차오차오차."
"뭡니까, 그 오차오차오차라는 것은?"
"그저 놀랐을 뿐이에요. 후후후후."
"이봐요, 스가코 상, 그런 일로 사람을 놀리면 못 써요. 사람에게는 말이죠, 진지하게 사물을 생각해야 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당신처럼 항상 세상을 얕잡아 보고 히히덕거리며 장난처럼 살다가는 틀림없이 머지않아 따끔한 맛을 보게 됩니다."
"이것 보세요. 소 아저씨. 음메ㅡ,음메ㅡ."
"그만둬요. 코에 팔찌 같은 건 매달지 말고, 자, 이제 제발 부탁이니까, 남들 앞에서 그런 짓 좀 하지 말아요. 브래지어를 빙그르 등 쪽으로 돌려서 낙타노릇 하는 짓도 그만둬요. 봐요, 모두 우리들을 보고 있잖아요?"
"아이, 시시해. 고이치로 상은 유머가 없다니까. 모처럼 일요일에 동물원으로 데이트 와서는, 야스퍼스니 융이니 그런 얘기할 건 없잖아요? 좀 더 재미있는 얘기를 해요. 우리 신나게 즐기자구요. 네?"
"하지만 스가코 상, 일요일의 동물원은 생명과 의식에 대해 우리들에게 아주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우리의 의식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억입니다. 우리의 의식은 이들 기억의 수납 양식과 입수 능력에 의해 규정되고, 구분됩니다. 이것은……."
"나 좀 봐요, 고이치로 상. 자, 넙치!"
"그만두라니까요. 땅바닥에 그렇게 납작하게 엎드리지 말아요. 아휴 더러워. 자 똑바로 일어서요. 저쪽에서 어린아이가 웃잖아요? 당신은 벌써 스물여섯 살 이라구요. 좀 더 어른스럽게 굴면 안 됩니까?"
"이봐요, 고이치로 상."
"뭡니까?"
"이제 슬슬 페르소나(Persona, 가면을 쓴 인격)를 교환하지 않을래요?"
"좋죠." 나는 말했다. 그리고 주위를 네 발로 뛰어다녔다.
"히힝, 히힝, 나는 말 산타(三太)다! 누구 나랑 씨름할 녀석 없어?"
"그만둬요, 고이치로 상. 그렇게 바보같이 굴지 말아요."라고 스가코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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