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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언어란 공기와 같은 것

chocohuh 2023. 2. 28. 14:25

나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방 태생으로, 죽 그곳에서 자라났다. 부친은 교토의 승려의 아들이고, 모친은 센바의 상인의 딸이니까, 우선 100퍼센트 간사이 토박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간사이 사투리를 쓰면서 살아왔다. 그 밖의 언어는 말하자면 이단이어서, 표준어를 쓰는 인간치고 변변한 녀석이 없다고 하는 상당히 민족주의적인 교육을 받아왔다. 피처하면 무라야마, 식사는 싱거운 맛, 대학하면 교토대학, 장어하면 장어 덮밥의 세계이다.

 

그러나 어찌 된 셈인지 도쿄의 와세다 대학에 입학하게 되어(실은 와세다 대학이 어떤 대학인지도 거의 몰랐다. 그렇게 지저분한 곳인 줄 알았더라면 아마 가지 않았을 거다) 그다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 도쿄로 올라갔지만, 도쿄로 올라가서 가장 놀란 것은 내가 쓰는 말이 1주일도 안 되어 거의 완전하게 표준어-라고 할까, 도쿄 사투리랄까-로 바뀌어버린 일이었다.

 

나로서는 그런 말을 지금까지 사용한 적도 없고, 특별히 바꾸려고 하는 의식도 없었지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완전히 바뀌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 무렵에 도쿄에 올라온 간사이의 친구들로부터 ", 그거 어디 나라 말이고? 제대로 간사이 사투리를 쓰면 되는 거 아이가? 바보 같은 말 쓰지 말거라" 하고 비난을 받았지만, 이미 바뀌어버린 걸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언어라는 건 공기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의 고장에 가면 그곳의 공기가 있고, 그 공기에 맞는 말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좀처럼 거역할 수가 없다.

 

우선 악센트가 달라지고, 어휘가 달라진다. 이 순서가 거꾸로 되면, 좀처럼 언어는 익힐 수가 없는 것이다. 어휘라는 건 이성적인 것이고, 악센트는 감성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간사이로 돌아가면 역시 간사이 사투리로 말하게 된다. 신칸센의 고베 역에 내리면, 곧장 간사이 사투리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엔 거꾸로 표준어를 말할 수 없게 된다. 친구들 말을 빌리면, "네 간사이 사투리는 좀 이상하게 된 것 같다"라고 하지만 조금 전에 도착했으니까 어쩔 수 없고, 1주일만 있으면 완전한 간사이 사투리로 말할 수 있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집사람은 3대 이상 계속된 야마노테 선 토박이(야마노테 선 전철은 도쿄의 중심부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다)인데, 이 사람도 한참 동안 간사이에 내려가 있으면 간사이 사투리에 익숙해져서 "죄송하지만, 여길 가려면 어떻게 가야 되죠?"라고 아무나 붙잡고 간사이 사투리로 묻곤 한다. 남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옆에서 보고 있으면 소름이 끼친다. 함께 이치가와콘 감독의 <사사메유키>를 구경하고 난 뒤, 한참 동안 악센트가 본래대로 돌아오지 않아서 매우 애를 먹었다.

 

간사이 지방을 무대로 한 영화를 보고 있으면, 배우들도 사투리 습득에 능한 사람과 서투른 사람이 있어서 무척 재미가 있다. 능숙한 사람은 공기처럼 깨끗하게 억양을 몸에 익히고 있으며, 서투른 사람은 어휘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건 천성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의 예로 말한다면 <사사메유키>가 언어적으로는 그런대로 합격이고, <도톤보리가와>는 형편없었다. 옛날 것으로는 <메오토젠자이>라고 하는 훌륭한 간사이 사투리 영화가 있다. 하지만 그러한 차이는 그 고장 토박이밖에는 알 수가 없다. 도치기 사람은 <엔라이>를 보고 저런 것은 도치기 사투리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나는 왜 그런지 전혀 모르겠다.

 

외국어를 습득한다는 것도 대체로 그와 비슷하다. 일본에서 아무리 영어 회화를 열심히 공부해도 실제로 외국에 가보면 외국어란 책으로 배운 말로는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번역일도 하고 있어서 영어를 읽는 것은 부자유스럽지 않지만, 회화는 딱 질색이어서 작년에 처음 미국에 갈 때까지 거의 한 마디도 영어를 말한 일이 없었다. 학교의 ESS나 영어 회화 교실 같은 데서 모두가 영어로 토론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 끼쳐서-이건 물론 편견입니다. 죄송-도저히 영어 회화를 배울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1주일만 있으면 익숙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보니까 그곳에는 역시 그 고장의 분위기 같은 것이 있어서 그다지 불편함도 느끼지 않고 한 달 반을 살면서 여러 작가와 인터뷰까지 했다.

이런 것은 역시 순응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 돌아오자, 다시 영어를 잘 못하게 되어 버렸다.

 

간사이 사투리로 이야기를 돌리면, 나는 아무래도 간사이 지방에서는 소설을 쓰기가 어려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것은 간사이에 있으면 아무래도 간사이 사투리로 사물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간사이 사투리는 간사이 사투리 독자적인 사고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 시스템 속에 빠져버리게 되면 도쿄에서 쓰는 문장과는 문장의 질이나 리듬이나 발상이 달라지고, 더 나아가서는 내가 쓰는 소설의 스타일까지 확 달라져버릴 것 같다. 내가 간사이에 계속 살면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면, 다른 느낌의 소설을 쓰고 있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쪽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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