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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천장 속 난쟁이

chocohuh 2023. 2. 20. 10:43

우리 집 천장 속에 난쟁이가 살고 있다고 아내가 처음 이야기한 것은 설날이었다.

 

"여보, 천장을 좀 살펴봐 줘요." 아내가 말했다.

그때 나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기분 좋게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느닷없는 말이었다.

"난쟁이라니, 도대체 어떤 난쟁인데?" 나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아내에게 말했다.

"도대체 이름이 뭐야?"

"나오미라고 해요."

"그게 남자야, 여자야?" 내가 물었다.

"그것까지는 몰라요." 아내는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이름밖에 몰라요."

 

할 수 없이 나는 손전등을 들고 천장 속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벽장 위쪽의 판자를 제치면 천장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나는 벽장 가운데 단 위에 올라서서 손전등 불빛으로 천장 속을 빙 둘러 비춰보았다. 난쟁이 따위는 없었다.

 

"아무것도 없잖아." 나는 아내에게 소리쳤다.

"아니에요. 나오미는 분명히 거기 있다니까요. 당신한테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뿐이라구요. 나는 알아요."

"당신 피곤한 모양이군, 호르몬제라도 먹고 푹 자요. 아침이 되면 쓸데없는 난쟁이 일 따위는 잊어버리게 될 테니까."

 

그렇지만 아내는 쉽게 잊지 못했다. 그녀는 언제까지고 집요하게 천장 속의 나오미 얘기를 계속 되풀이했다.

"나오미는 천장 속에서, 꼼짝 않고 언제나 우리를 관찰하고 있어요. 나오미는 우리 두 사람 일이라면 모르는 게 없다니까요." 아내가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나는 다시 한번 손전등을 들고 천장 안을 들여다보았다. 이번에는 거기서 나오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오미는 12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얼굴은 아내와 똑같고, 몸은 작은 강아지 모습이었다. 꼬랑지가 짧고 반점이 있는 강아지다. 나오미는 거기에 앉아서, 꼼짝 않고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조금 소름이 끼쳤지만, 겁먹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봐, , 거기서 뭣하고 있는 거야? 여기는 우리 집 지붕 속이라고, 네 맘대로 이런데 있으면 곤란해. 꺼져버려. 꺼져버리라고. 이 멍청아."

 

나오미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눈은 작은 얼음덩어리처럼 차디차게 얼어붙어 있었다.

나는 판자를 원래대로 해놓고 벽장에서 나왔다. 굉장히 목이 말랐다. 맥주가 마시고 싶었다.

그런데 그곳은 이미 내 집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텔레비전도 없고, 냉장고도 없고, 아내의 모습도 없고, 설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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