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미도리 상의 본명은 도리야마 교코라고 하는데, 저자한테서 원고를 받을 때는 언제나 절이라도 하듯 깊숙이 고개 숙이며 "감사합니다. 황송하게 원고를 받겠습니다." 라고 하기 때문에 편집부 사람들 모두가 오가미도리(정중하게 인사하며 받는다는 뜻)라고 부르고 있다.
도리야마 상은 스물여섯 살이고 제법 귀티가 나는 미인이며 독신이다. 도쿄 학예대학 국문과 출신으로 회사에 들어온 지 그럭저럭 4년이 되어간다. 가슴이 크고 플레어스커트를 즐겨 입는다. 입고 있는 옷에 따라서는 깊숙이 고개 숙일 때 살짝 가슴의 봉곳한 부분이 보일 때가 있어서, 작가들은 도리야마 상이 일을 부탁하면 자기도 모르게 수락해 버리게 된다. 편집장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
"바로 저런 것이 교양 있는, 좋은 가정 출신이라고 하는 거지. 요즘 대학 나온 여자 중에 오가미도리 상만큼 제대로 존댓말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돼? 저 여자만큼 고상한 말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어디 또 있겠냐고."
그렇지만 나는 오가미도리 상의 비밀을 조금 알고 있다. 나는 전에 한번 일요일 아침 열 시에 오가미도리 상의 집에 전화를 건 적이 있다. 휴일 아침부터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감 관계로 조금이라도 빨리 확인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오가미도리 상은 어머니와 함께 고가네이에서 살고 있다.
나는 어머니한테, "일요일 아침에 일찍 전화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업무상 급한 일이 있어서 도리야마 교코 상을 부탁하고 싶은데요." 라고 말했다.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곧 교코를 바꿔드리겠습니다." 어머니도 정중하게 말했다.
하지만 잠시 후 오가미도리 상의 여느 때하고는 다른, 기묘하게 높고 째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구태여 비유하자면, 옆구리 살갗을 벗겨내고 거기에 잔뜩 소금을 비벼댈 때 물개가 내지를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분명히 오가미도리 상의 목소리였다.
"시끄럽-다고, 뭐야 뭐, 일요일 아침부터 짜증나게. 일요일 하루쯤은 늦잠 좀 자게 내버려둬 달라고. 빌어먹을. 뭐? 전화? 아이구, 정말 못살아. 뻔하지 뭐 다카오겠지, 우선 화장실부터 다녀오고. 그깟 녀석 기다리게 놔둬. 어젯밤 맥주를 너무 마셔서 뱃속이 난리라니깐……. 뭐라구? 다카오가 아니야? 어머머 어쩌면 좋아…… 그럼 안 되는데. 아, 이거 어떻게 하지? 분명히 이 소리 다 들렸을 텐데."
물론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이쪽 이름을 대지 않았던 것을 하느님께 감사했다. 오가미도리 상은 지금도 정중하게 절을 하고 다소곳하게 원고를 받아간다.
"귀족의 핏줄이라며?" 그렇게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럴 때는 못 들은 척하고, 그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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