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미가 처음으로 쇄골을 으깨놓은 젊은 남자는, 스포일러가 붙은 하얀 닛산 스카이라인을 몰고 있었다. 이름은 모른다.
그 남자는 일요일에 집 근처를 산책하고 있을 때, "드라이브하지 않을래?" 하고 말을 걸어왔다. 별 생각 없이 올라탔는데, 에노시마 근처에서 강제로 모텔에 끌고 들어가려 해서, 마유미는 옆에 있던 스패너를 집어 들고 상대방의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푹 소리가 나면서 쇄골이 부러진 것이다.
그녀는 낑낑 신음 소리를 내면서 괴로워하는 남자를 남겨두고 차에서 뛰쳐나와, 가까이에 있는 오다와라 역까지 뛰어갔다. 그리고 승차권 자동발매기에서 표를 사려고 했을 때에야 비로소 자기가 아직도 오른손에 대형 스패너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이상한 듯이 그녀와 스패너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하긴 당연한 일이다.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스패너를 꽉 쥐고 지하철을 타려 한다면 누구든 '무슨 일일까?' 하고 궁금해 할 것이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스패너를 숄더백에 집어넣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나는 이 스패너를 백에 넣고 다녀." 그녀가 말했다.
"물론 파티 같은 데는 가지고 가지 않지만."
"흐응"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그래, 그걸 사용할 기회가 그 뒤에도 또 있었어?"
"응" 그녀는 백미러를 보며 입술연지를 고쳐 그리면서 대답했다.
"두 번 정도. 한 번은 페어레이디였고, 또 한 번은 실비아였어. 그런데 어째서 번번이 닛산 자동차일까?"
"역시 모두 쇄골이었어?"
"그럼, 쇄골이 제일 노리기 쉬워. 생명에도 지장이 없고."
"흐응" 하고 말하면서,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신음했다.
쇄골이 부러지면 굉장히 아프겠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하지만," 그녀는 탁 하고 화장 백을 닫으면서 말했다.
"이 세상에는 쇄골이 부러져도 싼 녀석들이 많다니까."
"그야, 그렇지만." 나는 대답했다.
그야,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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