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무라카미하루키

방콕 서프라이즈

chocohuh 2022. 12. 24. 09:27

"여보세요. 5721-1251인가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습니다. 5721-1251입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저는 5721-1252에 전화를 걸고 있었는데요."

"네에." 내가 대답했다.

"아침부터 벌써 서른 번 정도 계속 전화를 걸어도 안 받아요. 아마 여행이라도 갔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요?" 내가 물었다.

"그래서 말이죠, 말하자면 이웃사촌 같아서, 문득 5721-1251에 전화를 걸어볼까 생각한 거예요……."

"." 여자는 작게 헛기침을 했다.

"저는, 어젯밤에 방콕에서 돌아왔어요. 방콕에서 굉-장-한 일이 있었어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한 일이요. 원래는 일주일 있을 예정이었는데, 그 일 때문에 3일 만에 돌아왔죠. 그래서 그 얘기를 하려고 계속 1252번에 전화를 걸었어요. 누구에겐가 얘기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아무한테나 할 수 있는 얘기도 아니고. 그래서 어쩌면 1251번의 사람이 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해서 말이에요."

"흐음."

"하지만, 사실 저는 여자분이 받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런 얘기는 여자가 더 편하거든요."

"그래요." 내가 말했다.

"댁은 몇 살이세요?"

"지난달에 서른일곱이 되었습니다."

". 서른일곱? 좀 더 젊으면 좋겠는데. 미안해요. 이런 말을 해서."

"아뇨, 괜찮습니다. 상관없어요."

"미안해요." 그녀가 말했다.

"5721-1253에 걸어볼게요. 그럼 안녕."

 

그렇게 해서 방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끝내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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