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무라카미하루키

도쿄 디즈니랜드

chocohuh 2022. 11. 1. 08:49

내가 초등학교 학생 때 텔레비전에서 매주 <디즈니랜드>라고 하는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방영했었는데 나는 그걸 자주 보았다. 미국의 디즈니랜드가 1955년에 생겼으니까 그 얼마 뒤의 일로 말하자면 동시대적으로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서 디즈니랜드의 존재를 우리 일본의 어린이들에게도 알려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알려주었다고 해서 곧장 달려갈 수도 없었고, 그로부터 약 4반세기의 세월이 흘러 나는 서른넷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19834월 지바 현 우라야스의 매립지에 버젓이 도쿄 디즈니랜드가 완성된 것이다.

 

기쁘냐고 물어보면 일단은 기쁘다. 나는 지금 지바 현에 살고 있으니까, 근처에 유락 시설이 들어선 것은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너무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1950년대적 월트 디즈니적, 로봇 아톰적 휴머니즘을 새삼스럽게 지금 들고 나오다니 이쪽으로서는 약간 난처하다. 그러나 역시 가보고 싶고 가서 구경해 보고 싶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조금 복잡하다.

 

이것은 역시 재미있다!

 

그러나 318일의 이 '도쿄 디즈니랜드 프리뷰'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서, 이런 식으로 꽤 까다롭게 생각하고 있던 사람은 나 정도였다. 함께 돌아다닌 안자이 미즈마루 씨라든가 마쓰야마 다케시 씨라든가, 넘버 편집주의 N씨 같은 사람은 모두 미국에서 이미 디즈니랜드에 가본 적이 있는 탓인지 모든 면에서 정말로 익숙했다. 미즈마루 씨는 로스앤젤레스 쪽도 플로리다 쪽도 몇 번씩 구경을 갔었다고 한다.

"정말로 재미가 있을까요?"하고 내가 의심스러운 듯이 입구에서 물어보자, 미즈마루 씨는 "괜찮습니다, 재미있어요."하고 장담했다.

그런데 다섯 시간에 걸쳐서 실제로 돌아다녀 본 결론부터 말하면 역시 재미있었다. 아직 디즈니랜드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정말로 디즈니랜드라는 곳이 그렇게 재미있습니까?"하고 미심쩍어하는 질문을 받게 되면, 나도 미즈마루 씨처럼 "괜찮습니다. 재미있어요."하고 대답하게 될 것 같다.

 

디즈니랜드 안에 어떤 장치가 있고 어떤 것이 준비되어 있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여기서 구태여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한 것들은 다른 잡지나 텔레비전에서 충분히 소개할 것으로 믿으며 게다가 나는 여러분들의 그와 같은 예비지식 없이 나처럼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은 틀림없이 덕을 볼 것이다. 무지라는 것은 현대에 있어서 최고의 사치인 것이다.

 

감탄한 세 가지 포인트

 

아주 일반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도쿄 디즈니랜드는 장점을 세 가지 갖고 있다. 우선 넓고 청결하며, 둘째로 순수하게 꾸며져 있고, 셋째로 지겨울 정도로 많은 구경거리가 있다. 이 세 가지는 지금까지 일본의 유원지에는 없었던 특징이다.

넓이는 참으로 대단해서 대충 한 번 둘러보는 데도 하루가 걸린다. 청결함에 대해서도 광적일 정도로 철저해서 디즈니랜드 구석구석에 청소부가 배치되어 있는데, 어떤 쓰레기라도 15분 이내에 회수되어 버린다. 내가 떨어뜨린 팝콘도 10초 내에 회수되어 버렸다. 아무튼 굉장하다.

그리고 구경거리가 많은 것에 대해서, 처음 오는 사람은 틀림없이 놀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일본 유원지의 놀이기구의 감각으로 가면 이제 이쯤에서 끝이겠지 하는 대목에서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제기랄, 벌써 끝이야?'하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미국의 레스토랑에서 먹는 바닐라 퍼지(역주: 설탕, 버터, 초콜릿 등으로 만든 말랑말랑한 캔디) 정도의 볼륨이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내가 가장 감탄한 것은 이래도 감탄하지 않을래? 자아 어떠냐 하는 식의 속 들여다보이는 얄팍함이 없이 참으로 순수하게 전체가 꾸며져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천박하지 않고 손님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그만큼 돈이 들어간 것이다. 요금도 입장료와 놀이기구를 타는 비용 등을 포함해서 대개 한 사람당 4,000엔 정도가 든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비싸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 정도는 들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는 돈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기분 좋게 화끈하게 노는 것이 이익이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만큼 돈이 드는 천진난만한 낙천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