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스타이런의 원작을 영화화한 <소피의 선택>은 매우 뛰어나고 참으로 볼만한 영화였다. 나는 <입맞춤>과 <콜 걸>이래의 앨런 J.파큘러의 가장 괜찮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영화를 지나치게 기교적으로 만들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상당히 심각한 소재를 가지고 두 시간 반 동안이나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특히 유태인 청년 네이선 랜드 역이 케빈 클라인이라는 배우의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탁월하다. 이러한 영화에는 좀처럼 관객이 들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관심이 있는 분은 꼭 한 번 보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 중에 네이선이 주인공인 작가 지망생 청년의 새 출발을 축하하면서 브루클린 다리 위에서 샴페인 병을 터뜨리는 대목이 있다. 이 영화의 무대는19940년대 후반의 브루클린이기 때문에 브루클린 다리는 이 장면 이외에서도 몇 번씩이나 나온다. 과연 한 세대 전의 뉴욕의 분위기를 풍기는 다리다.
네이선의 대사에도 "옛날에 하트 크레인이 이 다리를 건넜어."라는 것이 있는데, 크레인은 그 다리를 건넜을 뿐만 아니라, <브루클린 다리에 바친다>라는 시까지 썼다. 할렘 태생의 작가 아서 밀러는 수천 번이나 이 다리를 건넜고 그리고 브루클린 다리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다리로부터의 조망을 썼다.
브루클린 다리가 놓인 것이 1883년이니까 금년으로 꼭 100년째가 된다. 그리고 그것을 기념해서 아서 밀러가 라이프 지에 브루클린 다리에 얽힌 추억담을 쓰고 있다. 1950년대 초에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성공한 아서 밀러는 그 돈으로 녹색의 스튜드베이커를 샀었는데, 어느 날 밤 브루클린 다리위에서 교통사고를 내서 그 차를 박살내고 말았다. 앞쪽에 정차해 있던 차를 피하려다가 미끄러져서 한 바퀴 돌아 뒤에 따라오던 차와 정면으로 충돌을 해버린 것이다. 밀러의 얘기에 의하면 당시의 브루클린 다리의 차도는 폭이 차 한 대하고 반 정도가 지나갈 정도로 좁았고, 더구나 목제 블록을 깔아 놓아 안개 같은 것이 끼면 노면이 마치 버터처럼 미끄러웠다고 한다.
그러한 시대의 고증을 머릿속에 넣고 영화를 보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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